세계적 석학 미첼 레스닉 교수에게 듣는 ‘창의 학습’의 의미
“창의적 배움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미첼 레스닉 교수 (MIT 미디어랩)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까. 자신들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
지난 1월 27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400여 명의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이 스마일게이트 캠퍼스를 찾았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주관한 컨퍼런스 ‘개개인성과 다양성의 시대, 어떻게 배워야 할까’에서 ‘창의 학습(Creative Learning)’에 관한 글로벌 석학들과 국내 전문가들의 강연과 대담을 듣기 위해서다.
미첼 레스닉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하 ‘MIT’) 미디어랩 교수가 ‘오프닝: 우리는 왜 배울까’로 컨퍼런스의 포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창의 학습의 대가이자 전 세계 150개국에서 쓰이는 블록 코딩 언어 ‘스크래치(SCRATCH)’의 창시자 미첼 레스닉 교수는 미래 세대를 위해 ‘창의적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상적인 화두를 던졌다.
“창의성 발현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환영하고 존중해 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퓨처랩이 실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고 있는 미첼 레스닉 교수가 전하는 ‘창의적 배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Q. 미첼 레스닉 교수님은 스마일게이트 퓨처랩과 오래 전부터 인연을 이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퓨처랩 관계자들과는 2016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 퓨처랩 오숙현 실장이 MIT 미디어랩을 방문했고, 미팅을 진행하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죠. 첫 미팅을 마치고 난 뒤, 제가 이끌고 있던 MIT 미디어랩 ‘평생 유치원(Lifelong Kindergarten)’ 그룹의 철학과 퓨처랩의 목표가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퓨처랩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 이후 퓨처랩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했고, 우리가 서로 협력하면 창의 학습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창의 학습을 확산시킬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Q. 퓨처랩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퓨처랩에 처음 들어서서 공간을 둘러보았을 때, 아이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램에서 활용되는 재료와 도구가 다양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작업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도록 조성된 환경이라는 느낌이었죠. 또 퓨처랩의 연구원들이 열정적인 조력자로 활동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Q.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왜 배울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교수님께서 가장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세계가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런 세상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떤 배움’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강연을 통해서 무엇보다 ‘창의적 배움이 중요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어요. 예측이 어려운 세상에서는 유연함이 중요합니다.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 유연함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 변화무쌍한 세상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방식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창의성’은 굉장히 중요한 역량입니다. 창의적 배움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기쁨과 충만함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니까요. 궁극적으로 창의성과 행복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Q. 강연에서 “창의성은 절대 가르칠 수 없다”고 단언하신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창의 학습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창의성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창의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이 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지원하는 것이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모와 교육자가 아이들을 믿고 존중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Q. 지난해 퓨처랩 콘퍼런스 기조 발표에서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존중의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신뢰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환영해 주세요. 아이들이 ‘환영받는 느낌’을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위험을 감수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처음 시도하는 일 앞에서 ‘내가 잘못해서 실수하고,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럴 때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시도 자체를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나 교육자가 아이들을 깊이 관찰해야 해요.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결과라도 아이들을 지지한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신뢰’의 핵심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다하는 분야에서 무언가를 하도록 지켜봐주세요. 아이들은 창의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어른들의 존중에 화답할 겁니다.
Q. 그간 퓨처랩은 ‘창의 창작’의 가치를 중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습니다. 창의 학습 전문가의 관점에서 퓨처랩 프로그램의 차별점과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퓨처랩이 어린이/청소년과 교육자 모두에게 ‘창의적 배움 환경’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어떤 기량이나 역량을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탐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로 굉장히 까다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퓨처랩이 창의 학습 분야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교수님께서는 창의 학습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그중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시는 성과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저희 팀이 만든 개발 툴을 아이들이 활용하면서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창의 학습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가능성에 눈뜨고,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바뀌게 되면, 아이들은 자신이 지역 사회와 가족과 세상을 위해서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하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기뻐합니다. 아이들이 그런 기쁨을 누리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기쁨이죠.
Q. 2021년 퓨처랩과 함께 만든 FLC(Future Learning Collective)가 출범했습니다. FLC가 지향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교육에 관한 ‘사고 방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창의적인 학습자’가 되기를 바란다면 절대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됩니다. 어른들의 역할은 아이들이 직접 뭔가를 창작하고, 실험하고,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FLC의 핵심입니다. FLC는 교사 등 교육자들이 아이들에게 ‘창의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협의체를 지향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교육자들과 부모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아이들의 새로운 시도를 환영하고 존중해 주세요. 신뢰하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교육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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