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이 지난 6월 20일, 퓨처랩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교육 콘퍼런스 ‘Future is on Stage: 배움의 재정의, AI 그리고 Agency’에 모였다. 기술 발달로 빠르게 변화하는 격변기 속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찾는 자리였다.

교육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교사, 자녀 진로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이 필요한 학부모, 배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얻고자 하는 청소년 등 참가자 약 300명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본격적인 AI 시대, 배움의 본질과 주체성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AI 시대, 아이들의 고유한 개성과 주체성 확보가 중요
첫 번째 연사로 나선 퓨처랩 부이사장이자 미국 MIT 미디어랩 미첼 레스닉 교수는 ‘AI 시대의 에이전시와 창의적 배움’을 주제로 콘퍼런스의 문을 열었다.

레스닉 교수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 이탈리아 학교들의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레지오 에밀리아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북부 작은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시작된 교육 철학이다. 아이를 빈 그릇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인성을 형성해가는 학습의 능동적 주체로 보고, 아이의 학습 과정에서의 역할을 깊이 존중하는 것이 철학의 핵심이다.
레스닉 교수는 사례로 이탈리아 학교 주변 거리의 상업 광고판에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걸어두는 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문화에 대해 “어른들의 상업적 메시지 대신 아이들의 목소리와 고유한 세계관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Agency)임을 온전히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체성이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해진 정답에 갇히지 않고 고유의 방식으로 세상을 탐구하며 창의적인 역량을 스스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레스닉 교수는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창시자 로리스 말라구치가 강조한 ‘어린이들의 백 가지 언어’를 인용하며, 아이들의 고유한 개성과 주체성을 보존하는 것이 AI 시대 교육의 핵심 가치이며 . AI가 새로운 창작 기회를 열고 협업을 강화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시대, 가치 기반 배움이 필요한 이유
두 번째로 단상에 오른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 디렉터인 거 왕 교수는 ‘우리는 AI에게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인공지능의 일상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실리콘밸리 고속도로에 우후죽순으로 설치된 AI 기업들의 광고 보드를 보여줬다. 그는 그 중 ‘AI를 쓰지 않으면 AI에 많은 것들이 대체될 것’이라는 광고 문구에 주목하며, 기술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과 기술 중심적인 흐름에 우려를 표했다.
거 왕 교수는 “모든 경험은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통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기술의 생산성과 효율성만 좇는다면 교육의 본질인 ‘가치 있는 배움’이 잊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제어하는 인터랙티브 AI 툴 ‘Wekinator’를 활용해 사람이 손을 흔들면 로봇이 따라 손을 흔드는 모델을 직접 만든 경험과 스마트폰을 입으로 불며 연주하는 AI 오카리나 앱을 소개하며 AI가 인간의 창작을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기술적 측면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은 적지만, 두 개의 사례를 통해 가치 있는 배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피력했다.
강연 말미, 거 왕 교수는 팬데믹 시기 산에서 힘겹게 하이킹을 한 끝에 정상에서 쌍무지개를 본 일화를 소개했다. 만약 자신이 직접 걷지 않고 헬리콥터를 타고 정상에 내렸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경험이라며, 이를 ‘Virtuous Labor (가치 있는 수고로움)’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나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AI는 나만의 상상을 영화로 만들어 준 도구
세 번째 세션에 오른 김나영 학생은 ‘창작 파트너 AI와 진짜 창작의 경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나영 학생은 퓨처랩 AI 영상 창작 워크숍에 참가해 단편 영화 <가면의 사회>를 만들었고, 작년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 영화제에 출품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김나영 학생은 “AI를 활용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창작도 진행했다. 익숙한 방식임에도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행하는지에 따라 느껴지는 경험이 달랐다.”라며 “다양한 매체를 경험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주체적으로 창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 덕분에 AI가 주는 일률적인 답에 물들지 않고 '내면의 감정과 나만의 상상'을 영화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프롬프트를 수정해 나간 단계별 고민의 과정을 담은 ‘프로젝트 노트’를 활용하면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담도 들려줬다.
AI를 활용할 때 필요한 긴장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디스쿨 애리엄 모고스 교수는 ‘AI 시대, 미래 세대가 가져야 할 주체적 설계역량’을 주제로 네 번째 세션을 진행했다.
모고스 교수는 AI 를 활용할 때 세 개의 키워드, ‘공예(Craft), 협업(Collaboration), 맥락(Context)’을 인지하며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예’는 다채로운 재료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을 뜻한다. 창작의 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실제 재료를 활용해 물건을 만들고(Craft), 그 이후 AI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게 모고스 교수의 생각이다.
‘협업’은 다른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의미한다. 모고스 교수는 AI와 1:1로만 소통을 하게 되면 ‘생산적 마찰(Productive friction)’의 경험이 줄게 된다고 말했다. 생산적 마찰이란, 타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조율해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다.
마지막으로 ‘맥락’은 자칫 편향(Bias)될 수 있는 AI의 답변을 다양한 관점에서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모고스 교수는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AI 모델을 구축한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고스 교수는 AI를 맹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앞서 언급했던 세 개의 키워드를 고려해 긴장감을 가져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오숙현 퓨처랩 실장은 콘퍼런스를 마무리하며 “AI와 함께하는 미래 교육의 현장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지난 10년간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창의 환경을 지원해 온 퓨처랩은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기술이 똑똑해질수록, 우리의 배움은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라는 답을 제시했다.
정답을 기계처럼 외우는 대신 주체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아이의 서툰 시행착오를 신뢰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어른들의 굳건한 연대가 이뤄질 때 퓨처랩이 그리는미래 교육의 모습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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