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기고문] 인류 최고의 CPU, 빌 게이츠가 세상을 바꾸는 방법 2020-07-14


| 빌 게이츠를 다큐멘터리로 만나다


빌 게이츠에 대해 아는 거라곤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이며, 대단한 부자라는 것 정도였다.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는 동안 그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인류 문제 해결을 위해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이 분야에 있어서 어떤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무것도 몰랐다. 재단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빌’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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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2019년 넷플릭스에서는 빌 게이츠에 대한 3부작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Inside Bill's Brain: Decoding Bill Gates)>를 제작, 방송했다. 얼마 전 이 영상을 우연히 보고는 그의 팬이 되었다. 세계 보건과 질병 문제, 기후변화와 에너지 등 현재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열정과 열심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가 일하는 방식에서 어떤 ‘멋짐’을 보았다. 


|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 문제 해결에 도전하


빈곤국의 위생문제, 소아마비 그리고 기후변화까지. 다큐멘터리에서는 빌 게이츠가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솔루션을 찾아가는지 보여준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기술 혁신’을 통해 접근한다는 점이다. 그가 가장 잘 알고, 잘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라도 저라면 문제 해결에 기술 혁신이 도움이 되는 방법을 살펴볼 거예요. 

제가 유일하게 알고 잘하는 거죠. 그래서 그게 제 망치에요. 

망치를 들고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나사처럼 보여요” 

- 빌 게이츠

1) 위생문제 해결을 위한 전력과 정화 시설이 필요 없는 화장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 게이츠가 자선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하나의 기사 때문이었다. “For Third World, Water is still a deadly drink(제3세계, 여전히 치명적인 물)” 오염된 물로 인해 매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설사로 죽는다는 내용이다. 빈곤한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쉽게 생명을 잃어야 한다는 사실에 빌과 멀린다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충분한 하수 및 정화 시설이 없는 빈곤 국가에서는 주민들이 기술적으로 부족한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이 때문에 그 배설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오염된 물을 마시는 아이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병이 들거나 죽기도 한다. 빌 게이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년간 2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회 기반 시설이 없는 빈곤국에 선진적인 하수 시스템을 당장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전력과 정화 시설 없이 배설물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는 화장실을 개발하고자 전문가들을 지원해왔다. 


실제로 그는 피터 재니키(Peter Janicki)와 함께 전력 없이 배설물을 태워 식수와 전기, 비료까지 생산하는 옴니프로세서(Omniprocessor)를 개발했다. 옴니프로세서는 배설물을 고온에 태워 증기를 발생시킨다. 순수한 수증기는 냉각시켜 물을 얻고,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며 태우고 남은 배설물 찌꺼기는 비료로 사용된다.


나아가 빌 게이츠는 지난 2018년, 화장실 개선 박람회(Reinvent Toilet Expo)에서 기조 연설을 하며 화장실 개선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했고, 개선 모델의 상용화를 위해 일본 최대 주택설비업체인 릭실(LIXIL)과의 거래도 성사시켰다. 그는 화장실 개선 모델을 통해 연간 50만 명에 가까운 유아 사망을 막고 설사와 콜레라, 기타 수인성 질환과 관련된 2천330억 달러의 돈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2030년에는 세계적으로 연간 60억 달러의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 소아마비 근절을 위한 나이지리아 국가 상세 지도 시스템

소아마비는 척수성 소아마비와 뇌성 소아마비로 구분되는데, 척수성 소아마비(polio)는 전염병으로 척수신경에 폴리오바이러스가 침투되어 수족의 마비가 일어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찾아보기 힘든 질병이 되었지만, 위생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소아마비가 지속적으로 발병되는 상황이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소아마비 근절을 위해 WHO 등 파트너 기관들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후원해왔다.


그 결과, 소아마비 전염병 발생국가는 1988년 125개국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3개국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는 지난 2019년 8월 21일, 바이러스에 의한 소아마비 발병이 중단된 지 3년이 되어 소아마비 종식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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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소아마비 근절 과정에서도 빌 게이츠의 기술혁신은 어김없이 활용되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백신과 접종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소아마비 발병률은 줄어들지 않았다. 지도가 문제였다. 영국인들이 1945년에 만든 후 전혀 업데이트되지 않은 지도를 보고 구석구석 퍼져있는 마을을 찾아다녀서 접종 대상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위성 기반 지리 데이터 시스템과 모바일 기기 및 매핑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정확한 나이지리아 지도를 만들자 효율적인 백신 공급이 가능했다.  


3)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청정 에너지 솔루션 진행파 원자로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에도 몰두했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 연료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 개발이 필요했고, ‘원자력’이 가장 강력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으로 흘렀다. 원자력이 가진 가치에 비해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위험한 원자력’이 오히려 인류를 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의 원자로들은 1960년대 설계된 방식으로, 안전성을 위해 지금까지 혁신의 과정을 거친 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스타트업 ‘테라파워’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로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한 ‘이상적 원자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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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erraPower>


테라파워가 개발한 진행파 원자로(Traveling Wave Reactor)의 중요한 특징들은 아래와 같다. 

- 기존 핵폐기물인 열화우라늄을 원료로 하며 비방사성 물질과 독성이 약한 폐기물만을 배출한다. 
  (현재 미국에 매립된 핵폐기물을 통해 125년간 미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 액체금속을 냉각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끓는 점이 매우 높고, 공기 순환만으로도 냉각이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폭발 위험성이 낮다. 
- 원자료의 원료인 열화우라늄은 핵무기로 사용할 수 없다.
- 한 번 가동하면 100년간 연료를 추가 공급할 필요가 없어 사람의 과실이 개입될 여지가 적다.

| 인내심 없는 낙관론자, 빌 게이츠가 일하는 방법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원제는 <Inside Bill's Brain: Decoding Bill Gates>이다. 빌 게이츠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본다는 의미다. 그는 지치지 않는 컴퓨터처럼 일했고, 그의 뇌는 인류 최고의 CPU처럼 느껴졌다. 그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는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포인트들이 있었다. 

 

1) 자원 최적화를 위해

빌 게이츠는 소아마비 근절을 위해 일하는 목적을 묻는 질문에 최적화(optimization)라고 답한다. 인류애적인 감동적 답변이 나올만한 질문이지만 그의 두뇌가 일하는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인류의 자원을 인류의 동등한 가치를 위해 사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그는 고민한다. 


​2)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그가 겨우(?) 새로운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찾아간 피터 재니키(Peter Janicki)는 Janicki Industries의 창업자로서 그의 회사는 록히드 마틴 (Lockheed Martin)과 같은 고객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항공 우주 산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진행파 원자로의 개발 파트너인 나이선 마이볼드(Nathan Myhrvold)는 14세에 대학에 입학한 천재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TO를 역임했으며, 또한 로웰 우드(Lowell Wood)는 천체 물리학자로 에디슨보다 많은 발명 특허를 가지고 있다. 솔루션의 최적화를 위해 최고의 인재와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3) 기술 혁신을 통해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 혁신을 도입한다. 비용은 낮추고 효과는 높인다. 최적화의 기본 원칙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은 ‘가치’에 집착하는 나머지 ‘혁신’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혁신을 거친 솔루션만이 공감을 얻고, 시장에 도입될 수 있으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4)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그는 스스로를 ‘낙관론자(optimist)’라고 부른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홈페이지에도 이런 표현이 있다. ‘we are impatient optimists working to reduce inequity(우리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인내심 없는 낙관론자들입니다.)’ 그는 세상이 혁신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많은 난관과 좌절을 거치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을 선택한다. 내게는 이 마음가짐이 그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빌 게이츠는 한때 악명 높은 기업가였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자선사업가다. 달라진 것은 그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로서 그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회사를 키우는데 전념했고, 재단의 의장으로서는 그는 인류를 고통과 재난으로부터 구하는 데 그의 CPU와 Memory, 에너지 전부를 사용한다. 그는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한다.


“인생의 풍요는 자신이 좋아하는 배움과 자극이라고 믿어요. 장시간 일하는 게 모두에게 맞지는 않겠죠. 그걸 모두에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전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대로, 그가 일하는 스타일이 모두에게 맞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그와 같은 ‘인내심 없는 낙관론자들’의 열정이 없이는 세상을 바꾸는 일 또한 불가능해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난관과 좌절 앞에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기합시다(Let’s give up) or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해(I need to work harder)”

글: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박재희 차장

* 위 내용은 이노소셜랩 블로그 기고문을 편집했습니다. 

 


EDITOR's COMMENT 


Future Lab (퓨처랩)

무엇이든 제한 없이 상상하고, 그것을 나만의 방법으로 실제화하는 실험실이다. 무한한 가능성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 어린이부터, 창작에 몰두한 청년.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와 각자 속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이들이 Future Lab을 놀이터 삼아 즐거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Future Lab 자세히 보기: http://www.smilegatefoundation.org/t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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