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사운드팀 사운드 디렉터 정재영 팀장
게임을 하다 보면,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풍경인데도 등골이 서늘해지고, 비 오는 한밤중 폐허 속인데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게임의 분위기, 속도감, 유저의 감정까지 좌우하는 힘. 바로 사운드다.
2016년 스마일게이트에 합류해 지금까지 ‘크로스파이어’의 사운드를 책임지고 있는 정재영 팀장은 좋은 게임 사운드는 “티 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유저의 체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헤드폰을 끼고 조용히 작업해야 하는 일.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서, 유저들의 희로애락을 위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사람. 스마일게이트 뉴스룸 팀이 게임 속 ‘보이지 않는 언어’를 다루는 CF사운드팀 정재영 팀장을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CF스튜디오에서 사운드팀을 이끌고 있는 정재영 팀장입니다. 2016년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한 뒤로 현재까지 크로스파이어의 사운드 디렉터로 일하며 제작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사운드팀 업무를 소개해 주세요.
크로스파이어 사운드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BGM, 아이템 효과음, 캐릭터 음성 등 각종 사운드 제작은 물론, 게임 사운드 시스템의 기획과 개발까지 우리 팀의 업무 영역입니다.
Q. 실제 사운드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게임 사운드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우선 중요한 건 제작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게임의 장르, 테마 등과 관련해 동일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연출 담당자들과 함께 사운드의 방향과 콘셉트에 대해 논의하죠.
이후에는 실제 사운드 제작에 들어갑니다. UI 사운드, BGM, 효과음, 음성 등 각 사운드의 성격에 따라 제작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무기 효과음은 재질, 애니메이션, 이펙트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픽 리소스가 완성된 후 해당 리소스를 분석하고 제작에 들어갑니다. 캐릭터 음성 역시 캐릭터의 성격과 외형이 확정된 후, 그에 맞는 스타일로 기획하고 성우를 섭외해 녹음합니다.
BGM은 게임 스토리와 감정의 흐름을 고려해 장르, BPM 등을 설정한 뒤 작곡에 들어가죠. 시즌 테마곡의 경우 키워드와 방향성만으로 선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경음은 물론, 폭발음의 잔향, 발자국의 울림, 총기의 질감까지 작은 소리 하나에도 세심한 사운드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만큼 많은 기술적 고민과 기획이 수반되죠.”

Q. 처음 크로스파이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게임 사운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명확한 방향성과 콘셉트, 그리고 그에 따른 체계입니다. 제가 합류했을 당시, 크로스파이어는 10년 이상 서비스되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축적된 사운드 리소스와 외주로 제작한 파일들의 양이 방대했습니다. 그래서 ‘정리’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모든 사운드 요소를 하나씩 점검하며 체계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명확한 방향성과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됐습니다.
Q. 스마일게이트와 함께한 10년 동안 가장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요?
음… 가장 큰 성과라면 ‘게임 오디오 엔진’을 도입한 것을 꼽고 싶어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FPS 장르에서 사운드가 특히 중요한 만큼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자그마치 5년에 걸쳐 시스템을 도입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덕분에 사운드 연출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사운드 관련 아이템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죠.
두 번째는 사운드 관련 아이템 개발입니다. 캐릭터 음성이나 총기 사운드를 바꾸는 아이템을 선보이며 유저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어요.
세 번째는 BGM 플레이어 기능 도입입니다. 시즌제에 맞춰 테마 음악을 제작하고, 유저가 원하는 BGM을 메인 화면에서 직접 선택해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사운드 기반 아이템 개발, BGM 플레이어 기능은 ‘게임 오디오 엔진’이라는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유저 반응이 있다면요?
BGM 테스트 버전이 공개되면 중국 유튜브 채널 등에 바로 업로드하는데요. 그곳에 올라온 댓글 중 “여기는 게임 회사가 아니라 음악 회사다”라는 내용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Q. 사운드팀만이 겪는 고충이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사운드 작업은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일정이 촉박해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아트 리소스 없이 기획서만 보고 작업을 시작해야 할 때도 있죠. 나중에 리소스가 처음 방향과 다르게 나오면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작업 특성상 늘 헤드폰을 끼고 있어서 옆에서 누가 불러도 못 듣는 일이 많아요. 동료들이 어깨를 툭 치면 깜짝 놀라곤 하죠. (웃음)

Q. 게임 사운드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커리어를 쌓아 오신 과정도 궁금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헤비 게이머’였어요. 패미콤도 많이 하고 PC 게임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어요. 당시에는 게임은 취미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게임에 대한 애정이 식지를 않더라고요. 게임과 관련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게임 음악을 생각하게 됐고, 그런 생각이 실용음악과 전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것이 지금 커리어의 시작점이었죠.
2007년에 처음으로 게임사에 취직했는데, 모든 사운드를 혼자 맡아야 했습니다. 당시엔 관련 자료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맨땅에 헤딩하듯 해외 사운드 디자이너들의 블로그를 뒤지며 독학했어요. 만들고 버리고 만들고 고치고 시행착오도 많았죠.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 덕분에 현재 사운드 전반을 아우르는 디렉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좋은 사운드’란 어떤 것일까요?
유저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자극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미션을 해결했을 때의 희열, 위기 상황에서의 긴장감 등 플레이하며 느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힘이죠. 좋은 사운드는 티 나지 않게, 그러나 분명히 플레이어의 체감을 끌어올립니다.

Q. 사운드적으로 가장 완성도 높다고 생각하는 게임이 있다면요?
닌텐도 게임의 사운드는 저의 오랜 표본이자 좋은 레퍼런스입니다. 특히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BGM과 효과음의 조화가 완벽해요. 게임 시작 장면의 음악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동적입니다.
‘슈퍼마리오’ 역시 유저의 감정선을 직관적으로 자극하는 사운드 연출이 뛰어나죠. 동전을 연속으로 먹을 때 상승하는 음계는 유저에게 성취감을 주는 훌륭한 예시입니다.
최근 닌텐도에서 출시한 모션센서 알람시계 '알라모(Alarmo)’도 인상 깊었어요. 게임 내 삽입된 배경 음악과 효과음으로 기상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넣었더라고요. 게임 사운드의 활용 범위를 넓힌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였어요.
Q. 게임 사운드 제작 환경은 예전과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요?
작업 환경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여전히 소수 인원이 헤드폰을 쓰고 조용히 작업하는 구조죠. 다만 게임 음악의 상품 가치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로스트아크’처럼 BGM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그러나 BGM 이외의 각종 효과음이나 사운드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개발 초기부터 사운드가 함께 논의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운드 디렉터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플레이어의 감정을 설계하는 청각적 연출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소리를 설계하는 것이죠.”
Q. 게임 사운드 전문가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의외일 수 있지만, 유저의 감정을 세밀하게 읽는 ‘감수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저의 감정을 이해해야 몰입을 유도하고 체감을 끌어올리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사운드 디렉터이자 사운드팀의 팀장으로서 앞으로의 목표와 다짐이 궁금합니다.
사운드팀 팀장으로서 오랜 역사를 이어 온 크로스파이어가 고유한 감성을 지키면서도 현세대와 호흡할 수 있도록 좋은 사운드를 만들겠습니다. 사운드 디렉터로서는, 유저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는 소리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뉴스룸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게임은 꼭 사운드를 켜고 플레이해 주세요! 유저 분들의 관심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단, 콘텐츠를 기사에서 인용 시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