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마리가 넘는 포켓몬, 흑인 인어공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2022-08-19

메가 IP, 어떻게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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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누구나 IP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시대. 하지만 IP의 범위는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알쏭달쏭한 IP의 정의와 기초 지식부터, 미래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서 IP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메가 IP’를 발굴하고, 성장시킬 것인지 IP의 모든 것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드립니다.

 

1화 : IP를 아시나요?

2회 : 콘텐츠 IP, 왜 21세기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부를까요?

3회 : 메가 IP, 어떻게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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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IP를 잘 키우려면 ‘다양성’ 유니버스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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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 부른 ‘메가 IP’ 떡잎을 발견했다면, 이제 무럭무럭 잘 키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IP 디스커버리 연재 3화에서는 대중성과 확장성이 돋보이는 될성 부른 IP를 어떻게 ‘메가 IP’로 폭풍성장 시킬 수 있는지,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그 비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지난 연재 2화에서 정리한 ‘메가 IP’ TOP 10을 한번 복기해 볼까요? 어떤 공통점이 떠오르시나요? 우선 첫 번째 공통점은 다들 역사가 꽤 오래 됐다는 사실입니다. 



1위 포켓몬은 1996년 생, 2위 일본의 캐릭터회사 산리오의 메가 IP ‘헬로 키티’는 1974년 생입니다. 3위 곰돌이 푸는 1926년 생입니다. 거의 100살이 다 되어가죠. 공동 3위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와 친구들’도 1928년 생으로 90살이 넘었네요. 5위 스타워즈는 1977년 처음 영화로 등장했으니 불혹을 훌쩍 넘긴 중년이네요. 

6위 ‘디즈니 공주들’은 각각 나이가 다릅니다. 가장 나이 많은 언니는 백설공주로, 1937년 생! 신데렐라는 1950년 생,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1959년 생이고, 가장 어린 공주는 <겨울왕국>(2014)의 엘사와 안나로 이제 8살이 됐네요. 7위 호빵맨은 1988년 생, 8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2008년 <아이언맨>으로 출발했으니, 이제 14살로 가장 어립니다. 9위 마리오는 1981년 생, 10위 ‘위저딩 월드’는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통해 2001년 시작됐으니, 벌써 21살 성인입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립니다. 일회성으로 반짝 인기를 얻는 IP로 생명력이 사그라들지 않도록 키우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1996년에 태어난 포켓몬 1세대는 151마리였습니다. 그렇다면 2022년 현재 모두 몇 마리일까요? 2022년 7월 현재는 8세대까지 총 905마리의 포켓몬이 출시됐고, 2022년 말 9세대 포켓몬이 출시되면 1,000마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메가 IP 확장의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이 중에 반드시 유저의 ‘최애 IP’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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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4살이 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지금까지 키워낸 슈퍼히어로 캐릭터도 이젠 쉽게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났습니다. 솔로 무비로 시작해 ‘어벤져스’처럼 팀을 만들면서 한 명씩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등장시킵니다. 이젠 극장이 아닌 ‘디즈니 + OTT’ 전용 슈퍼히어로들도 태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TV 시리즈로 ‘미즈 마블’이라는 무슬림 소녀 슈퍼히어로가 데뷔했고, 최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 혼돈의 멀티버스>에선 하나의 우주를 넘어 ‘멀티버스’를 종횡무진하는, ‘두 엄마’를 둔 라틴계 소녀 ‘아메리칸 차베스’도 등장했습니다.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볼까요. 7위 호빵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무려 2,000개가 넘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캐릭터인 ‘비빔밥 군’도 호빵맨 사단에 합류했습니다.

 

메가 IP 성장 전략의 윤곽이 좀 그려지시나요? 바로 점차 파편화되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며 거대한IP 세계관을 더욱 확장해간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캐릭터의 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 이슈를 감안해 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합니다. 1세대 마블 슈퍼히어로는 모두 백인이었고, 여성 히어로도 한 명 뿐이었습니다. 불과 10여 년 만에 무슬림 사원에서 출동하는 파키스탄 계 소녀 슈퍼히어로까지 다양성을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국가 별로 ‘마블 히어로’를 한 명씩 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닌 것 같습니다. 2022년 11월 개봉할 마블의 <더 마블스>에는 배우 박서준이 한국인 슈퍼히어로 ‘아마데우스 조’ 역을 맡아, 캡틴 마블과 무슬림 소녀 히어로 ‘미즈 마블’과 함께 슈퍼히어로 신고식을 치르게 될테니까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마블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과 비례해서, 마블 IP의 가치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가장 빠르게 글로벌 TOP 10 메가 IP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마블 유니버스에 빠른 속도로 다양성을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변화하는 핵심 타겟라이프 스타일문화적 다양성공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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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유저의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적 다양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디즈니가 ‘디즈니의 공주님들’ IP에서 다양성 전략에 집중하게 된 것은 1989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성공을 경험한 이후입니다. 서양에서는 ‘빨간 머리’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 있습니다. 예수를 배반한 가롯 유다가 ‘빨간 머리’였다는 속설이 중세시대부터 전해 내려왔고,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을 은연 중에 배타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하죠. 고전 성장 소설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한 <빨간 머리 앤>에도 주인공 앤이 ‘빨간 머리’라는 이유로 ‘홍당무’라고 놀림을 받고 자신의 머리 색을 ‘저주’처럼 여기는 에피소드가 등장할 정도죠. 때문에 디즈니가 <인어공주>의 주인공으로 풍성한 빨간 머리를 가진 공주님을 등장시킨 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개봉한 뒤, 디즈니로 전세계 ‘빨간 머리’ 소녀들에게 ‘빨간 머리에 대한 편견을 깨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와 응원의 편지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디즈니의 핵심 타겟인 소녀들은 ‘나와 닮은’ 혹은 ‘나의 롤모델’로 삼을 만한 공주님에 열광했고, 그 결과를 확인한 ‘디즈니의 공주님들’은 인종과 문화 다양성을 중요한 성장 전략으로 채택합니다. 이후 <공주와 개구리>(2009)에서도 주인공을 흑인으로 설정했고, 배경을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미국 뉴올리언스로 채택해 문화적 다양성을 그려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수동적 존재로 묘사됐던 원작과 달리 주체성을 띈 캐릭터로 거듭나 새로운 이미지가 부여 돼 캐릭터의 세계관이 확장됐습니다. <공주와 개구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달라진 계기가 된 작품으로써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그려낸 <라푼젤>(2010) <겨울왕국>(2013) <모아나>(2016) 등이 차례로 개봉하며 다양성을 확장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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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즈니는 문화 다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실사 영화로 만들어져 2023년 개봉을 앞둔 <인어공주>의 주인공 아리엘 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 됐습니다. 흑인 인어공주의 탄생은 디즈니가 문화 다양성 전략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확인시키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니버스를 단순히 ‘넓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해 타겟 유저의 마이크로 취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세계관의 선구자 K-POP, BTS라는 글로벌 메가 IP 레퍼런스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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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찌감치 세계관 확장과 캐릭터 다양성 전략으로 ‘메가 IP’를 육성해 온 부문은 K-POP 산업계입니다. 아이돌 그룹 중 최초로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건 SM엔터테인먼트의 EXO였죠. EXO는 마치 게임처럼, 미지의 세계로부터 그들이 지구에 나타나게 된 히스토리를 촘촘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축하고, 12명의 멤버 각각 판타지적 세계관과 능력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와 음악을 통해 EXO 세계관을 콘텐츠로 확산시켰습니다. 그 결과 EXO는 지역적 문화적 제약을 뛰어넘는 글로벌 K-POP 콘텐츠로 성공을 거뒀고, 이제는 세계관과 캐릭터 전략 없이 데뷔하는 K-POP 그룹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죠.  


K-POP 산업계에서도 단연 최고의 메가 IP로 꼽히는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은 세계관과 캐릭터 다양성 전략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눈에 띕니다. 바로 콘텐츠의 ‘자생력’입니다. 이전의 K-POP 그룹들이 견고하게 구축된 세계관과 캐릭터 스토리텔링 위에서 출발했다면, BTS는 멤버 각자의 현실 기반 스토리텔링이 곧 세계관으로 형성되고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10대의 가장 큰 관심사인 꿈과 행복, 사랑을 노래하는 학교 3부작’을 거쳐, 타오르는 에너지와 현실에 대한 불안이 공존하는 성장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화양연화’ 시리즈,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Love Yourself’는 전세계 젊은 세대가 공감하고 위로 받는 ‘21세기 잠언’이 됐습니다. 한국 아티스트로선 최초로 유엔 총회에 초청 받은 BTS는 “당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십시오”라는 RM의 연설로 박수를 받았습니다. 


가상으로 짜여진 세계관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현실적인 목소리로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BTS의 성장’ 자체가 자생적인 ‘콘텐츠’가 된 셈입니다. 그 결과 BTS IP는 핵심 타겟이 선호하는 ‘콘텐츠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네이버 웹툰으로 연재됐고, 일곱 소년의 성장을 다룬 스토리텔링은 드라마 <유스>로 만들어지는 중입니다. 유저가 BTS를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키우는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BTS 월드’도 제작됐습니다.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글로벌 음악 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스튜디오 워너 브라더스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의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뿐 아니라 BTS의 콘서트, 다큐멘터리 등도 글로벌 플랫폼에서 독점 공개할 초석을 다진 셈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연구보고서 ‘슈퍼 IP를 찾아라’에서 한정아 대중문화 평론가는 ‘메가 IP’에 대해 개별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일반적인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과 달리 메가 IP는 기획 단계부터 확장성을 염두한 소스이며 개별 캐릭터의 서사와 통합 서사가 조화를 이루는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합니다. 메가 IP가 구축되기까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100년 가까이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력은 기본, 빠르게 변화하는 유저의 라이프 스타일, 문화적 정체성을 고려한 다양성 확보에 집중해야 합니다.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세부 전략은 달라지겠지만, 마블과 디즈니, BTS의 메가 IP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개별 콘텐츠의 팬덤을 넘어서 ‘유니버스’ 자체가 팬덤을 형성하는 것. 이것이 모두가 꿈꾸는 ‘메가 IP’가 아닐까요? 


글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 

 

1편: 세계 최고의 갑부 빌게이츠를 만들고 BTS를 안달나게 한 '이것'은? (Click) 


2편: 잘 키운 몬스터 한마리가 132조 원, 1974년생 고양이 한마리가 99조 원?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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