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게임 채널에서 하는 중계방송을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세계 수많은 젊은이들은 그 무언가를 알아보고 열광한다. 게임을 하는 이유 중에는 플레이 도중 또는 플레이를 마친 뒤 짜릿한 감동과 전율의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때의 놀이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게임은 이제 누군가에게 보편적인 일상이 되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는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게임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개발자들의 기술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화 요소다. 최근 게임들이 다분히 ‘미학적이고자’ 혹은 ‘예술적이고자’하는 동기를 지녔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 중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에 깃든 미학의 세계는 총기 밸런스에서 출발한다. 전세계 6억 6,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크로스파이어의 총기 제품은 크로스파이어 라이브 개발 스튜디오 기획실 김종민 파트장의 손을 거쳤다. 그가 생각하는 FPS 게임 속 미학의 근원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김종민 파트장
<총기 매니아답게 다양한 프라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김종민 파트장>
Q. 총기 밸런스는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모든 게임에는 밸런스가 존재한다. 게임 내 요소들간의 균형이 잘 잡혀있고, 콘텐츠간의 조화가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FPS 게임은 RPG와 다르게 총 하나만 갖고 경쟁하는 게임이다. RPG의 경우에는 100 레벨의 고수를 1 레벨이 상대하면 백전백패로 결판난다. 하지만 FPS 게임은 다르다. 오늘 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라도 고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
총기 밸런스는 FPS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말 그대로 총기간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사정거리부터 정확성, 공격력, 무게 등 총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유저들간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총기 밸런스의 역할이다.
Q. <크로스파이어>에는 몇 개의 총기가 존재하나?
순수 오리지널 총기는 300여 종에 이른다. 여기에 스킨 베리에이션 총기를 포함하면 약 1,900여 개에 달한다. 스킨 베리에이션은 총기의 성능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유저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총기를 변형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새로운 휴대폰을 출시할 때 블랙, 화이트 등 다양한 컬러로 선보이는 것이 스킨 베리에이션에 해당한다.
Q. 타 FPS 게임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현존하는 온라인 FPS 게임 중에서는 <크로스파이어>가 가장 많은 총기 수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타 FPS 게임의 경우, 순수 오리지널 총기는 4~50종에 불과하고, 스킨 베리에이션 총기를 포함해도 150여 개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총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크로스파이어>만의 기준이 있다면?
유저들에게는 공격력, 정확도, 연사력, 반동, 무게, 장탄수 등 총 5개의 총기 정보가 공개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격력 안에 사정거리, 거리에 따른 데미지 감소, 관통력, 부위별 데미지, 연사력 등의 세부 항목들이 담겨있다. 정확도에는 최대/최소 정확도, 사격에 따른 시선 흔들림, 흔들림 회복력, 탄착군의 구성, 반동의 방향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라이플의 경우 80여 개의 항목, 스나이퍼의 경우에는 100여 개의 항목을 확인해 밸런스를 맞춘다.
Q. 실제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면?
총기 밸런스를 맞출 때도 실제 총기의 작동방식, 연사력, 관통력 등의 데이터를 반영해 현실감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현실감이라는 건 총을 쏘는 사람과 총탄에 맞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된다. 총을 쏘는 입장에서는 총기의 반동, 소리, 불꽃 등의 효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총탄을 맞는 입장에서는 시선의 흔들림, 데미지 손상, 소리 등을 통해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한다. 혈흔의 경우에는 국가별로, 플레이어 연령별로 기준이 정해져 있어서 그에 맞춰서 작업한다.
Q. <크로스파이어>는 총기의 반동이 굉장히 심하다는 반응들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크로스파이어>는 총기의 반동과 함께 총구가 상향으로 향하는 현상이 심한 편이다. 어느 정도 방향 예측이 가능한 다른 게임들과 달리, 일정 발수를 넘어가면 랜덤성이 강해져 후반 반동을 컨트롤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고수들은 후반 반동이 심해지기 전에 상대방을 타격하지만, 초보 유저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랜덤성 덕에 초보 유저들도 승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프라모델로 실제 총기처럼 다루는 그>
Q. 총기 관련 자료는 주로 어디서 얻는가?
관련 서적을 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미국에서는 <SHOT SHOW>라고 총기 관련 컨퍼런스를 매년 진행하는데, 직접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그곳을 방문한 전문 블로거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새로운 총기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또한, 크로스파이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총기는 라이플인데, 국내 사격장은 권총만 다루는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실제 총기 사격을 진행하기 위해서 해외 사격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총기인 M4나 AK-47은 워낙 오래된 총기라서 정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신 총기는 국가간의 군사 기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대중에게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찾은 방법은 온라인상에 무기의 효율성을 홍보하기 위해 촬영한 동영상을 수백 번 돌려보면서 데이터를 수치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마치 자동차의 급가속, 코너링 등의 테스트 동영상을 보고 해당 차량의 성능을 추측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Q. 새로운 총기를 게임에 적용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새로운 총기가 게임에 적용되려면 여러 단계의 테스트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유저들이 어떤 총기를 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총기 종류를 선별하고, 기초 데이터를 기반으로 밸런스 작업을 거친 후 내부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후 프로게이머 수준의 QA(Quality Assurance)팀에서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밸런스를 수정한다. 한번 유저에게 전달된 총기의 밸런스는 수정 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업데이트 전까지 수 많은 확인 작업을 거친다.
Q. 하루 종일 무기만 관찰하는 건가?
총기와 관련된 데이터 수집을 위해 리서치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수치화 하여 게임에 적용 시키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직접 게임을 하면서 여러 총을 사용해보고 유저들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재현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Q. 총기 밸런스 팀 구성원들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총기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 출신이 많다. 총기에 대해서 잘 알고, 이를 수치화하는 감각은 필수다. 실제로 면접을 볼 때 가스작동식 이 무엇인지, 클로즈드 볼트 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한다. 이 외에도 프로게이머, 밀덕(밀리터리 덕후)의 배경을 갖고 있는 팀원도 있다.
Q. 총기 개발 일을 시작 하게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총기의 작동구조에 관심이 많다. “이 총은 작동방식이 어떻게 되어 있길래 총알이 같이 올라가지?” “동일한 탄환으로 이 총은 사거리가 1km 이고, 저 총은 왜 2km인가?” 등 과학기술을 녹인 총기 발전이 늘 궁금했다. 이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게임의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저들에게 보다 다양한 총기를 선보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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