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극적으로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8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C조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6대 8로 패했고, 이어진 대만전에서도 4대 5로 고배를 마시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8강에 오르려면 마지막 호주전에서 2실점 이하로 막고 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했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걸 해냈다. 지난 9일, 대표팀은 호주를 7대 2로 꺾으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이 WBC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2009년 준우승 이후 17년 만이다. 역시, 경우의 수 앞에서 K대표팀은 강했다.
한국 대표팀은 한국 시간 14일 오전 7시 30분에 D조 1위 팀과 8강전을 치른다. D조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가 나란히 3승을 기록 중이다.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기뻐하고 있다 (출처: WBC 공식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8강전이 기다려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당신을 위해, 14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야구 갈증을 달래줄 게임들을 소개한다.
아래 소개하는 게임 중 일부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 '스토브'에서 즐길 수 있다. 스토브는 국내 인디게임 생태계의 확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해외 인디 타이틀을 지속적으로 발굴·소개하는 한편, 국내 창작자들의 작품이 치열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통과 운영 전반에 걸친 밀착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에브리데이 베이스볼 VR
차오른 야구뽕을 가라앉히는 데는 역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 한 게 없다.
'에브리데이 베이스볼 VR'은 그 욕망을 정면으로 받아주는 게임이다. 홈런레이스 중심의 VR 타격 게임으로,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 야구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이다.
실제처럼 느껴지는 스타디움의 웅장한 공간감과 사운드는 단숨에 플레이어를 사로잡는다. 단순한 VR 체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윙 분석 기능도 제공한다. 스윙 타이밍, 타구 발사 각도, 비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적당히 캐주얼해서 휘두르는 재미가 일품이다.
대한민국 대표 인디게임 스토어 '스토브'에서도 즐길 수 있다.

베이스볼 모굴 (Baseball Mogul)
소규모 개발사 '스포츠 모굴'이 제작한 야구 시뮬레이션드로 1997년부터 이어져 온 역사 깊은 시리즈다. 현재 최신작은 25버전이며, 스포츠 모굴 홈페이지에서 구매 후 내려받을 수 있다.
베이스볼 모굴에서는 좋아하는 팀의 실제 로스터로 시작할 수도 있고, 직접 만든 완전한 가상 팀으로 출발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의 역할은 단장(GM)이다. 최고의 선수진을 꾸려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끄는 것이 목표다.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다각 트레이드를 진행하거나 여러 해에 걸친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른 구단의 단장들과 경쟁하고 선수 에이전트와 협상도 직접 풀어야 한다.
할 일은 선수단 운영에서 끝나지 않는다. 구단이 파산하지 않도록 재정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입장권 가격을 책정하고 구장 내 판매 품목 가격도 조정해야 하며, TV 중계권을 팔아 수익을 늘릴 수도 있다. 반대로 팜 시스템, 스카우트, 의료진, 연봉 예산을 조율해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성적이 나쁘거나 티켓 값이 지나치게 비싸면 팬들은 금방 등을 돌린다.

첫해 성적이 좋지 않아도 기회는 남아 있다. 아마추어 드래프트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고교·대학 유망주 가운데 가장 재능 있는 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당장 전력감이라면 1군에 올리고,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 마이너리그에서 키우면 된다.
감독 역할도 맡을 수 있다. 선발 수비진, 타순, 선발 로테이션을 짜고, 경기 당일 개입 수준도 직접 정할 수 있다. 더그아웃에 지시를 내리는 것에서 나아가 각 선수를 직접 조작하며 어떤 공을 던질지, 언제 번트를 댈지, 언제 추가 진루를 노릴지 까지 결정할 수 있다. 각 선수의 세부 능력치와 100년이 넘는 역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 투구를 시뮬레이션 한다.
선수들은 나이를 먹고, 능력치는 현실적으로 성장하고 쇠퇴한다. 순위표에서 팀의 흥망을 지켜보고, 구단 재무 상황을 점검하고, 양 리그 모든 구단의 소식을 뉴스 기사로 챙기며 흐름을 읽어야 한다. 적절한 선수를 선발하고, 재정을 잘 관리하고, 승리하는 전략을 유지하다 보면 야구뽕을 거하게 채울 수 있다. 이제는 인디게임이라 부르기 어려운 'OOTP' 시리즈가 너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보다 직관적인 베이스볼 모굴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야구부스토리 (Home Run High)
'야구부스토리(Home Run High)'는 전국 우승, 즉 고시엔을 목표로 최강의 야구부를 만드는 운영 게임이다. 개발사는 카이로소프트로, 도쿄에 자리한 이 소규모 스튜디오는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2007년부터 20년 가까이 꾸준히 게임을 출시해 왔다. 비슷한 구조의 게임을 다양한 테마로 변주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이로소프트 게임들은 모두 비슷한 유형이지만,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다. 몰입도가 높고,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자기 전에 켰다가 새벽을 맞이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야구부스토리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어는 새로 생긴 야구부를 전국대회로 이끌어야 한다. 선수들을 육성 방침에 따라 훈련시키고 성장시켜야 하며, 기초 체력 위주로 키울지, 타격 중심으로 갈지, 수비에 힘을 줄지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라운드 주변에는 배팅장과 샤워 시설 등 각종 야구 시설도 건설할 수 있다. 연습 환경이 갖춰지면 훈련 효과가 올라가고, 운동 시설 외에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선수가 기숙사에 입소하면 통학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식단 관리도 가능해진다.
카이로소프트 게임 특유의 친숙한 캐릭터인 카이로군, 챔팬G 곰본좌 등이 등장하는 것도 재미 요소다.

야구: 브레이크스루 게이밍 아케이드 (Baseball: Breakthrough Gaming Arcade)
날아오는 야구공을 받아내는 단일 화면 2D 아케이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좌우로 움직이며 공을 잡아 점수를 올린다. 공 하나라도 놓치면 게임 오버다. 얼마나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가 이 게임의 전부다.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특이하지 않다. 진짜 독특한 건 출시 방식이다. 이 게임을 만든 소규모 개발팀 '브레이크스루 게이밍(Breakthrough Gaming)'은 'Bible Video Game Sundays'라는 이름으로 매주 일요일 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오전 6시에 새 게임을 공개한다. 현재까지 출시된 게임만 223개다. 에피소드를 잘게 나누거나 플레이어 수만 바꾼 경우도 있지만, 4년이 넘도록 매주 일요일 게임을 내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주간 연재를 이렇게 하면 대하소설도 나올 법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기독교 테마다. 이 팀은 모든 게임이 성경 구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명시한다. 'Baseball: Breakthrough Gaming Arcade'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데살로니가전서는 신약성경에서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편지의 마지막 부분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구절이 여기서 비롯됐다. 다만 이 구절이 어떻게 야구공 받기 게임으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궁금하다면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시티즈: 스카이라인 – 캠퍼스 DLC (Cities: Skylines – Campus)
야구 게임 목록에 왜 시티 빌더가 끼어 있는지 놀라울 거다. 바시티(varsity) 때문에 선정했다. 바시티는 통상 학교를 대표하는 최상위 스포츠 팀을 뜻한다. 흔히 야구잠바라 부르는 바시티 재킷의 유래도 여기와 닿아 있다. 1865년 하버드대 야구팀이 입었던 레터맨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시티 빌더 게임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DLC '캠퍼스'는 대학 기능을 확장하는 콘텐츠다. 서구권 대학은 작은 도시 규모의 인프라와 인구를 품는 경우가 많은데, 이 DLC는 그런 대학의 성격을 게임 안에 본격적으로 구현한다. 예전에는 건물 하나로 처리되던 대학을 하나의 완결된 시스템으로 꾸밀 수 있게 해준다.

기술대학, 인문대학, 종합대학 등 각기 다른 캠퍼스를 조성하고, 학생을 유치하고, 학술 저작물을 만들고, 새로운 건물을 해금해 캠퍼스 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학 스포츠 정책도 열린다. 미식축구, 농구, 야구, 육상, 수영 경기장을 건설해 대학 스포츠 붐을 일으킬 수 있으며, 팀을 관리하고, 코치를 고용하고, 티켓을 판매하고, 경기에서 승리해 트로피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야구 바시티 팀을 운영할 수 있으니, 야구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참고로 ‘시티즈: 스카이라인’ 개발사 콜로셜오더는 핀란드 탐페레에 기반을 둔 소규모 팀이다. ‘시티즈 인 모션’과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개발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대흥행 이후에도 규모를 크게 키우지 못하면서 교통 AI, 시스템 버그, 최적화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우려를 안고 출시된 '시티즈: 스카이라인 2'는 출시 후 같은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시티즈: 스카이라인 2’의 개발·유지보수는 아이스플레이크 스튜디오(Iceflake Studios)에, 전작의 유지보수는 탄탈로스 미디어(Tantalus Media)에 각각 넘기게 됐다. 소규모 게임사가 갑작스럽게 체급을 올렸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용과 같이 7, 용과 같이8
야구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가 있다. 방망이다.
방망이는 가는 손잡이에서 시작해 배트 머리 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굵어지며, 끝 부분은 둥글게 마감돼 있다. 손잡이 끝에는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한 둥근 형태의 노브(knob)가 달려 있고, 배트 머리 쪽에는 타구가 가장 잘 맞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있다.
프로야구 규정상 배트는 겉면이 고른 둥근 나무로 만들어야 하며,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은 2.61인치(6.6cm) 이하, 길이는 42인치(106.7cm) 이하여야 한다.물푸레나무가 일반적으로 쓰이지만 호두나무, 자작나무도 사용된다. 배리 본즈의 영향으로 한때는 단풍나무 배트가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어뢰 모양의 '어뢰 배트'도 등장했다. 일반 배트보다 가운데 부분이 더 굵어 그 지점이 스위트 스폿 역할을 한다. 이 배트를 적극 도입한 뉴욕 양키스는 2025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3경기 동안 36득점 15홈런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배트 개발자는 MIT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알려졌다. 야구도 결국은 물리다.

이런 방망이를 주 무기로 쓰는 인물이 있다. '용과 같이 7', '용과 같이 8'의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이다. 전용 직업인 '용사'를 선택하면 철사를 두른 방망이를 들고 다니며 다채로운 기술을 펼친다. 동료를 회복시키는 격려 기술을 쓰거나 용기를 북돋아 동료의 능력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7편에서 배트 하나로 세상을 헤쳐 나간 그가 8편에서 빨래건조대로 쓰던 야구방망이를 다시 집어드는 장면은, 이 인물이 어떤 각오로 다시 사건 속으로 뛰어드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같은 시리즈인 '용과 같이 6'에는 사회인 야구 미니게임도 등장한다.

야구권 (野球拳)
이름에는 야구가 들어가지만, 실은 야구가 아니다.
'야구권'은 1981년 허드슨이 발매한 일본 최초의 성인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여주인공 메구미와 1대 1로 가위바위보를 겨룬다. 이기면 메구미가 옷을 한 벌씩 벗는다. 지면 플레이어의 라이프가 줄어든다. 상대의 옷을 모두 벗기면 승리, 라이프가 0이 되면 패배하는 단순한 규칙으로 인기를 끌었다.
허드슨이 자체적으로 고안한 룰은 아니다.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에서 전해져 온 향토 예능이자 연회 놀이에서 비롯됐다. 원래는 샤미센과 타이코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을 곁들여 가위바위보로 승패를 겨루는 유희였으며, 처음부터 탈의 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계기로 패배한 쪽이 옷을 벗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퍼졌다.
왜 이름이 야구권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스트라이크, 볼, 아웃처럼 세 가지 경우의 수를 고른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사회인 야구팀의 위로연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허드슨은 야구권 출시 이후 '봄버맨', '타카하시 명인의 모험섬', '모모타로 전설'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타이토, 테크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다만 야구권을 만들 당시 허드슨 게임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작은 하드웨어 판매점에 가까웠고, 홋카이도대 학생들을 고용해 게임을 만들고 컴퓨터를 구입하면 게임을 끼워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인디에 가까운 출발이었다.
야구권 이후에도 비슷한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이 장르는 198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아케이드 장르로 자리 잡았다. '탈의 마작'을 시작으로, 파칭코를 아케이드화하면서 야구권 기믹을 접목한 '파칭코 섹시 리액션', 땅따먹기에 야구권을 도입한 '갈스패닉' 시리즈, 배경 일러스트를 삽입한 벽돌 깨기 등 온갖 아케이드 게임이 성인향으로 제작됐다. 유명 AV나 그라비아 배우들을 섭외한 작품도 등장했다. 무려 국내에 정식 발매된 PSP판 '올스타 야구권'에는 당시 AV 스타 아오이 소라와 아이다 유아, 몬부란 등이 출연하기도 했다.
이 흐름은 일본 게임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성인 게임이 흥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코에이, 팔콤, 에닉스처럼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회사들조차 초기에 성인 게임을 만들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장르가 쇠퇴한 뒤에도 흔적은 남았다. 여성 캐릭터의 의상을 파괴하는 기믹이 '용호의 권 2'에 접목되며 탈의 격투 게임이 등장했고, 이후 다양한 장르로 변주됐다. 지금은 '베요네타', '니어: 오토마타'처럼 특정 조건에서 의상이 파괴되는 시스템으로 그 흔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격을 하면 적이 탈의하는 '걸☆건' 시리즈 같은 형태로도 계보가 남아 있다.

캡션: 응 나도 잘 부탁해
단, 콘텐츠를 기사에서 인용 시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