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빌더 장르만이 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자신의 청사진대로 만들어진 구역에서 생산체인이 ‘촥촥’ 돌아갈 때의 희열은 자꾸 먹어보고 싶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그것과 같다. 잘 키운 도시를 재해로 박살내고 다시 복구하는 것 또한 시티빌더만의 묘미다.
시티빌더 장르는 여러 갈래로 분화돼 특화, 발전했다. ‘심시티’나 ‘시티즈 스카이라인’처럼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는 재미를 살린 게임도 있고 ‘트랜스포트 피버’ 마냥 교통체계에 방점을 찍은 게임도 있다. 혹은 ‘아노’같이 생산체인과 레이아웃 짜는 재미를 주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트로피코’처럼 비자금을 챙기는 것이 목적이지만 어쩌다 보니 인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대통령이 되는 게임도 있다. 최근에는 ‘어게인스트 더 스톰’처럼 로그라이크 요소를 결합하거나 ‘프로스트 펑크’처럼 생존에 무게를 둔 게임도 나오고 있다.
각 게임마다 핵심 재미가 다른 만큼 재미를 주는 요소도 다르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페이블덤’은 시티빌더 장르에서 보기 힘든 동화적 요소를 도입한 게임이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피터 몰리뉴의 애증의 시리즈인 ‘페이블’과는 이름만 비슷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플레이어는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작은 마을을 맡는다. 주민을 위한 집을 짓고, 자원을 관리하며, 왕국을 확장해 나가면 된다.
게임 전반에 평온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미니멀한 그래픽,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동화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따뜻한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의 주민들은 개성 있고 유쾌한 모습이다. 그들과의 상호작용은 웃음을 자아낸다. 시간을 빨리 돌리지 않고 주민들이 일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동화 같은 그래픽이 페이블덤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면 왕국 건설과 발전 과정에 깨알같이 붙어있는 진짜 동화 이야기는 재미를 결정한다. 플레이어는 경제적 성장을 이루고 외교 관계를 확장하면서 콩나무나 말하는 나무 같은 동화 속 요소들을 경험할 수 있다.
페이블덤의 세계는 마을경영에 있어 캐릭터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화 속 왕자 혹은 공주와 로맨스를 나누기도 하고 다른 왕국 지도자들과 외교를 맺을 수도 있다. 게임은 유저가 매번 다른 선택을 하게 유도한다. 그러나 왕자나 공주가 나를 사랑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 매번 다른 물건을 요구해야 관심을 준다는 점에서 상호작용의 개연성이 좀 떨어지기도 한다. 아니다. 오히려 현실 반영일지도 모르겠다.
페이블덤은 쉽다.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의 큰 매력이다. 통상 다른 시티빌더들이 상당한 숙련도와 뇌지컬을 요구하는데 비해 이 게임은 그렇지 않다. 특히 다른 시티빌더 게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리소스 관리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자원을 신경 써야 하지만 부족해서 마을 전체가 풍비박산나는 일은 드물다. 부담 없이 왕국을 꾸미며 힐링 게임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페이블덤은 평온하고, 편안하고, 귀엽고 가볍다. 물론 이점이 다소 난이도가 있는 게임 플레이를 원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자원 관리나 마을 발전은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복적인 작업이 많아진다 초기 플레이 시간 동안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단조로워지는 느낌이 있다. 이런 문제로 대규모 전략을 세우거나 복잡한 경영 방식을 좋아하는 이는 금세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생산, 소비, 채집 체인에 복잡함을 1g만 보탰다면 더 좋은 게임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키보드 단축키의 제한이나 정작 필요한 부분에는 없는 자동화 기능 역시 아쉬움을 1g 더한다.
인공지능도 살짝 거슬리는 요소다. 주민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좀 더 효율적인 인공지능이 구현된다면 게임 경험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페이블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시티빌더계의 힐링게임’이다. 동화 속 세계를 배경으로 평온함과 사랑스러움을 선사한다. 스트레스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동화적인 감성과 단순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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