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온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고 봐요"
이상문 PD는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엔픽셀이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서비스를 맡는 이 게임은 언리얼 엔진 5 기반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MMORPG다. 이달 10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의 화두는 '부담 완화'다. 접속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 성장을 위해 쏟아야 하는 시간, 원치 않는 싸움에 휘말리는 부담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게임을 밀도 높게 즐기고 싶을 때, 그렇게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PC와 모바일을 오가는 크로스 플랫폼 환경을 더해 접근성도 확보한다.
부담을 줄여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 온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이클립스' 개발진을 만났다.

MMOLite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로그라이트 같은 건가 싶었다. MMORPG에서 부담이 없다는 게 늙은 게이머로서는 잘 이해가지 않았다. MMORPG라면 응당 넓고 깊고, 접근 장벽이 높은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 파먹으려면 현실의 삶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부담이 적은 MMORPG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상문 PD: 요즘 MMORPG 이용자들 사이에는 매일 접속해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부담스럽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자원을 매일 회수하지 못하면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한, 자동사냥을 돌려놓았는데 예상치 못한 PK, 막피를 당하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다. 다시 사냥터로 보내고 신경 써야 하니 손이 많이 간다. 기분도 기분이지만 누워 있는 동안 아무것도 못해 '손해 봤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는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시간을 더 들이거나 돈을 더 쓰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에는 'MMORPG는 계속 하기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그렇게 게임을 떠난다.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MMORPG의 접근 장벽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MMORPG 본연의 성장, 전투, 협력의 재미는 유지하되 접속 시간, 반복 플레이, 경쟁 피로를 근본적으로 낮추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MMOLite다.

이클립스에서는 이용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어떤 편의기능을 도입했는지 궁금하다.
이상문 PD: 우선 '성소'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핵심 성장 재화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성장 지원 콘텐츠다. 소환권, 경험치, 성장 재화 등 캐릭터 육성에 필요한 자원이 시간이 흐를수록 쌓인다. 접속 중에는 즉시 받을 수 있고, 오프라인 상태였다면 재접속할 때 누적 보상을 받는다.
성소는 단순한 보상 저장소가 아니다. '성좌'를 성장시키면 '성물'과 '성위'를 함께 강화할 수 있다. 성물은 소환권을 포함한 주요 성장 재화를 생산하고, 성위는 공격력, 방어력, 명중 등 핵심 전투 스탯을 지원한다.
여기에 24시간 무접속 AI 플레이도 지원한다. 이용자는 접속하지 못하는 시간에도 성장 계획을 세우고, 이후 자연스럽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바쁜 이용자에게 '뒤처진다'는 압박감을 줄이는 장치다.
이뿐만 아니다. 이클립스 타임이라는 차별화한 시스템도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발동해 필드 플레이에서 핵심 성장 아이템을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파밍 지원 콘텐츠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접속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의 일정과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활용하는 구조다. 특정 시간대 이벤트에 맞춰 생활 패턴까지 조정해야 했던 기존 MMORPG의 불편을 줄이려는 설계다. 게임이 정한 시간표가 아니라 이용자가 선택한 시간에 성장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MMORPG에서 PvP를 제대로 하려면은 많은 시간과 노력 심지어는 인맥까지 투사해야할 정도로 강한 부담이 동반된다. 이클립스는 부담을 낮추면서도 PvP의 매력도 살려야 했을텐데, 어떤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나.

이상문 PD
이상문 PD: 개인적으로 다른 게임 할 때 PvP 콘텐츠를 정말 열심히 했다. 그로 인한 즐거움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컸다. 계속 알림 오고, 전화도 오고, 노이로제에 걸릴 거 같았다. 라이트하게 한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하고 싶지 않은 PvP를 해야 할 때도 있고 막피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하드코어하게 하지 않아도, 소위 '라인'에 속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는 언제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게임들이 PvP와 PvE를 지역별로 구분하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지역을 넘어 도망가 버리면 그만이다. PK를 당하는 입장에서도, 하는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그저 기분만 상한다.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 선에서 싸움이 계속 이어지도록 시스템을 짰다. '이클립스'는 대부분의 지역을 안전 지역으로 구성해 원치 않는 PK 부담을 줄였다. 더 높은 보상과 빠른 성장을 원하는 이용자는 PvP 지역을 선택해 위험과 보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경쟁을 강요하기보다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또한 전장 등 부담 없이 PvP를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 차원에서도 기회를 열어놓았다. 세력 간 전투 콘텐츠인 '하이리버 전장'은 짧고 압축된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매칭 즉시 참여해 약 10분 내외로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전투 콘텐츠다. 사망 패널티 없이 무한 부활이 가능해 진입 부담을 낮췄다. 긴 대기 시간과 장시간 전투 부담을 줄이면서도 몰입감은 살리려는 구성이다.
정리하면, PvP를 좋아하는 사람은 PvP를, 성장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장을 즐기면 되도록 했다. 내가 선택하지 않는 것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게 설계했다.
MMORPG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게임이다. 과거 와우에서 오그리마 은행 지붕 채팅이 엔드콘텐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하나의 사회로서, 문화나 정체성을 공유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MMORPG의 큰 축이 편의 기능 때문에 옅어지지 않을까.
이상문 PD: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자들은 현실 생활을 우선시한다.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시간에는 제약이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알차게 즐기지 못하고 소위 '숙제' 하기에 급급하다.
기존 MMORPG는 깊은 성장, 협력과 경쟁, 장기 플레이가 가능한 토대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 강점을 살리려면 긴 접속 시간과 반복되는 숙제, 끝없는 경쟁이 필요하다. 재미를 느끼기 전까지 버텨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대로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이클립스는 깊이를 줄이기보다, 재미에 도달하는 과정의 부담을 낮췄다. 우리는 게임을 즐기기 위한 준비 과정의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 게임하려고 확보한 시간을 숙제나 노가다가 아니라 재미에 쓰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현실을 존중하면서 게임이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게 목표다. 오히려 온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쪽에 더 가까워졌다고 본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플레이타임 부담을 해소한다는 건, 과거의 매크로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상문 PD: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다.
지금 시대를 사는 나를 포함한 모든 게이머는 현생이 바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아끼는 캐릭터의 성장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편의 기능은 그걸 보완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일단, 게임이 정한 범위 안에서 성장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한 공식 기능이라 매크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여기에 이클립스의 편의 기능은 과거 매크로보다 한층 진화했다. 편의성도 더 챙겼다. 물론 부담을 낮춰주는 기능들을 사용하는 건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지는 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용자가 우리 게임을 24시간 플레이하는 것을 강제하고 싶지 않다. 다른 콘텐츠도 즐기고 일상도 챙기다가, 이벤트가 있거나 상황이 맞을 때 다시 들어와 즐길 수 있는 유연한 게임이었으면 좋겠다.

접속 시간 부담을 줄인 다는 건 필연적으로 나의 캐릭터를 마주하는 시간이 적어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게이머 사이에 ‘내 속옷은 몇 년씩 입어도 캐릭터 속옷은 신상을 재깍 사 입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정을 쏟고는 하는데, 그렇다면 이클립스는 더 짧은 시간에 캐릭터에 몰입시켜야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을 것 같다.
이상문 PD: 시스템적으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과 비주얼적으로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단 '이클립스'에는 파이터, 레인저, 소서리스, 어쌔신 등 4개 클래스가 등장한다. 각 클래스는 2종의 무기 타입을 선택할 수 있어 같은 클래스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전투 성장의 핵심은 '스킬 융합'이다. 이용자는 두 가지 스킬을 결합해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같은 클래스와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스킬을 융합하느냐에 따라 전투 방식이 달라진다. 단순히 전투력을 높이는 성장보다, 자신만의 빌드를 고민하는 재미를 강조한 구조다.
단순하게는 누구나 조합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조합을 할 수도 있지만 다채롭게 조합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스킬을 만나 볼 수 있다. 융합 스킬을 한 개만 사용할 수도 있고, 최대치인 세 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경우의 수가 많다.
‘권능 시스템’도 전투 전략을 확장한다. 권능 조합으로 특별한 권능 스킬을 획득해 전투 방식을 보강할 수 있다. 클래스와 무기에서 시작한 선택이 스킬 융합과 권능 조합으로 이어지며, 전투 스타일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캐릭터에 더 애정을 주고 몰입할 수 있다.

김동혁 AD
김동혁AD: 비주얼 측면에서도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했다. 보통 근래에 나오는 게임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아바타 형식의 게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형식이 아니다.
대신 세계관 고유의 조형을 제공한다. 세계관 안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플레이한다는 관점이다. 이클립스만의 1% 차별성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우리는 다크판타지를 키포인트로 잡았다. 오리지널 신화를 기반으로 한 세계관이다 보니, 신이 어떤 존재인지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예를들어 낮은 티어일수록 인간에 가깝고, 높은 티어로 갈수록 신이 만든 최초의 존재에 가까운 형상을 갖춘다. 이런 식으로 세계관을 느끼게 했다. 유물이 오랜 시간 방치돼 있다가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러한 차별화 지점을 잘 살리기 위해 각국의 고서, 상상 속 존재를 그린 자료는 물론 광고(CF) 등 각종 콘텐츠의 연출까지 많이 연구했다.
사소한 연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디자인, 연출, 내러티브를 엮었다. 등장하는 오브제와 동작 하나하나를 세계관에 맞게 설계했다. 개인적으로 부품이 맞물리며 조립되는 느낌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감각을 연출에 많이 담았다.
이클립스의 세계를 그대로 느끼게 함으로써 몰입감을 확보하려고 했다.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 가운데 PC와 모바일의 사양 차이로 그래픽 편차가 심한 경우가 왕왕있다. 이클립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김동혁 AD: 크로스 플랫폼에서는 엔진 기술력보다 세계관을 표현하는 키 디자인과 콘셉트가 더 중요하다.
퍼포먼스가 좋다고 다 좋은 게임이 아니다. 옵션을 내렸을 때 정체성이 확연히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엔진이 뽑아주는 퍼포먼스를 필요한 곳에 정확히 썼다. 그리고 세계관의 정체성이 응집된 디자인을 어떤 사양에서든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러면 옵션을 낮춰도 이용자들은 분위기와 콘셉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단, 콘텐츠를 기사에서 인용 시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