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기억하는가. 국내에서도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다. 이 영화의 배경은 2045년으로 식량 부족으로 황폐하게 변한 지구다. 경제 기반이 무너지며 현실의 삶을 포기한 사람들은 VR 헤드셋을 쓴 채 가상현실의 게임 오아시스에서 가상의 삶에 더 집중하게 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포스터와 영화 장면 (출처=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에 나오는 게임 오아시스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현실의 모습과 지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체적인 경제 체계와 화폐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오아시스는 실제 도시와 같이 설계되어 도시를 넘나들며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지금 이거 현실로 되고 있지 않나?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큼 다가온 가상현실 세계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았던 코로나19도 벌써 3년 차를 맞이했다. 모두가 얼굴을 실제로 맞대며 하던 대화를 그리워하고 있을 때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그 개념 메타버스(metaverse)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로 인해 화두로 떠올랐을 뿐, 우리 곁에서 예전부터 존재해 왔던 개념이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자체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1992년 출간된 소설 '스노우 크래시’ 속 가상 세계 명칭인 '메타버스'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실제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2003년 미국에서 ‘세컨드라이프’라는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됐다. 이 게임은 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사이버머니부터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업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 ‘세컨드라이프’의 플레이 장면
2000년대 중반 SNS 플랫폼의 대거 등장과 고사양 플랫폼으로 모바일 기기로의 이전이 불가해 운영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메타버스의 시조라는 타이틀이 붙으며 세월을 앞서간 게임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같은 해에 현실 경제처럼 소비와 수요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한 EVE 온라인이 출시되기도 했으니, 2003년은 사실상 메타버스의 원년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로스트아크의 플레이 장면
그리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 대표 온라인 MMORPG 게임인 <로스트아크> 메타버스의 개념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잘 짜인 세계관을 가진 가상 현실 속에서 내가 원하는 외형을 만들고, 원하는 직업군을 선택해 유저들과 소통하고 게임 내 재화로 아이템을 사고파는 경제 시스템. 아무리 봐도 메타버스의 특징처럼 들리지 않는가?
| 메타버스, 어디까지 해봤니?
▲게더타운으로 영상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 (출처=게더타운 홈페이지)
지금까지 소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컴퓨터로도 접속이 가능한 메타버스 플랫폼이었다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VR 글라스를 착용하면 내 시야에서 360도로 회전하며 플레이할 수 있는 VR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키보드나 단축키로 입력되는 표현이 아니라 실제 손과 입의 움직임을 반영해 아바타가 움직인다. 호라이즌 월드에서 이용자는 현실 세계처럼 게임, 음악 감상, 친구들과 어울리기, 파티 열기 등 사회적인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다.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에 한해 서비스되고 있지만 이후 전 세계로 서비스가 확산되면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라이즌 월드는 글로벌 SNS 플랫폼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면서까지 오픈한 플랫폼이기도 하다.
메타버스에 사활을 건 기업은 메타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 생태계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나타났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메타버스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엑스박스는 콘솔에만 제한되지 않고 PC 게임과 모바일 환경 등을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시스템을 마련함과 동시에, 혼합현실(MR) 디바이스로 마이크로소프트만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의 수요에 따라 각종 기술과의 융합도 늘어나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와 같이 반응형 기술과 위치, 동작 인식이 가능한 가상현실(VR) 기기, 애플이 개발 중인 현실 세계에 가상현실(VR)을 덧씌워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혼합현실(MR) 헤드셋,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말 그대로 기술의 총 집합체로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일어나자 각종 디바이스 업계도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VR기기 오큘러스 퀘스트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VR 기기 프로젝트 캠브리아로 선공개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도 내로라 하는 IT 기업들이 VR과 AR 기술을 공개했다. 몇 업체들이 독점했던 메타버스 관련 기기 업계는 메타버스가 발전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이렇듯 최근 몇 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플랫폼과 서비스 구축부터 사용하는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콘텐츠, 플레이를 더 실감나게 만들어줄 기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컨설팅그룹 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178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플랫폼부터 더 현실감 있게 메타버스를 느끼게 만들어줄 각종 기기들의 출현. 이 메타버스는 과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꿈의 무대가 될 지, 현실의 아름다움을 잊게 만드는 치명적인 늪이 될 지, 혹은 그 이상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줄 지 앞으로 더 발전할 메타버스를 기대해 보라.
참고 문헌
비즈니스플러스 - 메타버스 '원조' 세컨드라이프를 아시나요? [링크]
조선일보 - 메타버스 미래 꿈꾸는 美 화상회의 플랫폼 ‘게더타운’ [링크]
JTBC뉴스 - '전직원 재택' 길어지자 본사가 사라졌다 [링크]
한국경제TV - `3차원 가상공간` 메타버스 열풍 속 `로블록스` 상장 주목 [링크]
경향신문 - 다시 들썩이는 AR•VR 헤드셋 시장…애플 연내 첫선? 삼성전자 차기작은? [링크]
이투데이 - IT 강국 넘어…눈앞에 도래한 ‘메타버스 코리아’ 최우선 과제는 [링크]
서울신문 - ‘82조원’ 블리자드 품은 MS… 미래 먹거리 ‘메타버스’ 올라탔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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