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기고문] 클럽하우스, 청소년의 삶을 바꾸는 IT 교육 2020-07-10
Computer Clubhouse(이하 클럽하우스)는 전 세계 20개국, 100개 이상이 운영되며 매년 25,000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 비영리 프로젝트다. 30년 가까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The Clubhouse Network’ 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클럽하우스를 기반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글은 클럽하우스의 초기 자료들을 참고해 클럽하우스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설계, 운영되었는지 소개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클럽하우스가 현재 한국의 청소년 대상 과학기술 교육 및 관련 사회공헌 활동에 주는 시사점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 컴퓨터 클럽하우스의 차별화된 시작: Technological Fluency
197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가 발명된 이후,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활용하는데 있어 계층 간 격차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접근을 시도했는데 하나는 컴퓨터를 학교 안에 비치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역사회 안에 컴퓨터 이용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는 방안이었다. 클럽하우스 역시 이러한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해 시작되었지만 다른 시도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을 가졌다.
최초의 클럽하우스는 1993년 보스턴의 컴퓨터 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 MIT Media Lab의 미첼 레스닉(Mitchel Resnick)과 나탈리 러스크(Natalie Rusk)가 공동 창립자였는데, 이들의 목표는 다른 시설들처럼 기초적인 컴퓨터 기능을 배우거나 워드 프로세스와 같은 몇 가지 응용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었다.
클럽하우스는 청소년들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자기 자신을 유창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to learn to express themselves fluently with new technology)을 목표로 삼았다.
기술은 언어와 유사하다.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단어와 문법을 익히고 책을 읽기 위해서만 아니다. 말과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유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코딩(coding)을 배우는 이유는 코딩을 통해 게임이나 웹 서비스 등 무언가 만들어 내는(make things)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나의 아이디어를 기술을 통해 유창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기술의 가치가 높아진다. 클럽하우스는 기술 자체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아이들이 기술을 유창하게 활용하여 자신의 것을 창작할 수 있는 역량(technological fluency)을 키워주고자 했다.
| 클럽하우스가 만나는 청소년들: Designers and Creators
클럽하우스는 처음 2년 동안 10~16세 청소년 1,000여 명을 만났다. 그 중 98%는 소외지역 출신이었다. 아이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61%), 아시아인 (13%) 및 라틴계 (11 %)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과 학습이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
클럽하우스의 청소년들은 단순히 컴퓨터 기술의 소비자가 아닌 디자이너와 창작자로서 활동에 참여한다. 기술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IT기술을 사용하여 그림, 애니메이션, 음악, 웹사이트, 로봇 등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클럽하우스 청소년들은 창작자로서 서로의 창작물과 창작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멘토를 통해 새로운 영감과 지식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작 역량을 스스로 키워간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아래의 Binh, Essam, Paul과 같은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다.
Binh는 3 년 전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친구 Liem과 함께 클럽하우스 직원에게 모터 제어를위한 컴퓨터 인터페이스 구축 방법을 배웠다. 그들은 이제 다른 클럽하우스 회원들에게 로봇처럼 모터가 필요한 장치를 제어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구축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Essam은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의 컴퓨터 게임을 만든다. 그는 ‘Logo’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했지만 대학생 멘토인 Michael은 Essam이 전문 프로그래밍 언어인 ‘C’로 프로그래밍하도록 멘토링하고 있다. Essam의 작업은 다른 클럽하우스 회원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Essam은 다른 청소년들이 자신의 게임을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주었다.
Paul의 미술 교사는 Paul이 트리니다드에서 보스턴으로 이사 한 지 2주 만에 클럽하우스를 방문 할 것을 권했다. Paul은 항상 그림을 좋아했지만 클럽하우스에 오기 전에 컴퓨터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는 일주일에 3-4 일 동안 클럽하우스에 왔고 클럽하우스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회사의 웹페이지를 디자인하는 직업을 얻었다.
| 클럽하우스의 4가지 핵심 원칙: Design, Interest, Community, Respect
클럽하우스의 학습 모델은 4가지 핵심 원칙에 의해 구성된다. 초기부터 적용된 이 원칙은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홈페이지에서는 이 핵심원칙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클럽하우스의 학습 접근법 은 모든 배경의 청소년들이 보다 능력있고 창의적이며
자신감있는 학습자가 되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이 접근법은 교육, 발달 및 사회 심리학,인지 과학과 청소년 발달 분야의 연구에 기초하고,
학습 과정에서 동기부여의 역할,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 및 개인과 지역 사회 발전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유형의 학습 경험을 지원하고
전통적인 교육 방법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을 참여시킵니다.
1) 디자인을 통한 학습 Learning by designing
클럽하우스의 청소년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대신 자신의 컴퓨터 게임을 만들고, 웹에서 단순히 ‘서핑’하는 대신 자신의 웹 페이지를 만든다.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도구들을 제공하며, ‘디자인(설계)을 통한 학습 참여’라는 공통의 프레임 워크를 기반으로 활동을 지원한다. 사람들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때가 아니라, 디자인과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가장 잘 배우기 때문이다.
2) 관심사 추구 Following your interest
청소년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이 생기면 더 오래, 더 열심히 노력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클럽하우스가 청소년의 관심사 개발을 지원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이유이다. 중산층 청소년들은 예술, IT 등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지만 대부분의 클럽하우스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으며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 경험을 쌓도록 도와 주며, 자신의 관심과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클럽하우스의 역할이다.
3) 커뮤니티 구축 Building a community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야 하듯이,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기술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커뮤니티를 조성하기 위해 예술, 음악, 과학 및 기술 분야의 멘토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코치/컨설턴트로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전문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성인들과 소통한 적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중요한 경험이다.
4) 존중과 신뢰 조성 Fostering respect and trust
클럽하우스 방문객들은 청소년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존중과 신뢰의 문화 때문이다. 멘토와 직원은 클럽하우스 청소년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아무도 실수 나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는 청소년들에게 클럽하우스를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며,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조건이 된다.
| 클럽하우스의 영향력: Helping youth find success
클럽하우스의 2019년 청소년 임팩트 조사(바로가기)에 따르면 클럽하우스는 청소년들에게 아래와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클럽하우스는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미래를 위해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 고등학교 졸업은 나에게 중요하다. (94 %)
□ 고등학교 졸업 후 계속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93 %)
□ 나는 내 미래에 대해 더 낙관적이다. (92 %)
□ 나 자신에 대한 더 높은 목표와 기대가 있다. (93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90 %)
| 클럽하우스의 시사점: 과학기술 교육의 방향을 묻다
컴퓨터 클럽하우스의 성공적인 학습 모델은 30년 가까이 운영되어 왔고 기술 교육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벤치마킹된 사례나 유사 모델을 찾기 어렵다. 특히 소외지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의 등장과 함께 한국에서도 메이커 운동과 코딩 열풍이 불었고 코딩 교육은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까지 진입하였다. 기업 사회공헌 분야에서도 교육 격차, 디지털 격차 해소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IT기업을 중심으로 소외지역 및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과학기술 교육은 여전히 ‘하드웨어 제공과 소프트웨어 지식 전달’이라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지점도 있다.
이에 클럽하우스 사례를 통해 본 국내 과학기술 교육의 반성과 성찰의 지점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1) 왜 과학기술을 배워야 하는가?
과거에는 종이와 펜, 붓으로 창작 활동을 했다면, 지금은 태블릿과 컴퓨터, 코딩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창작 활동을 하는 시대다. 과학기술은 나를 표현하고, 창작하며,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의 기반이 된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교육을 넘어서 기술을 유창하게 활용하여 창작하는 능력까지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코딩 교육은 매뉴얼에 기반한 코딩 지식과 유형화된 기술을 익히는 수준이다. 기술을 활용해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경험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과학기술 교육이 청소년들에게 왜 필요한지, 무엇을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인지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
2)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코딩을 배우고 3D 프린트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클럽하우스는 아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과 역량에 주목했고, 그 가능성의 씨앗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역할을 했다. 자신이 관심 있는 영역에 직접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IT기술을 활용한 창작 실험에 대한 영감을 주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 감성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꿈을 발견하고 스스로 꿈을 이루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과연 청소년들의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을까. 여전히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과학기술 교육을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3) 우리의 과학기술 교육은 충분히 ‘과학적’인가?
클럽하우스의 학습 모델은 그 핵심 원칙이 30년간 유지되고 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교육학과 심리학 등 학제간 연구 결과에 충실히 기반한 과학적 모델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교육이 아무리 좋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실행되더라도 ‘교육 방법’이 잘못 설계되어 있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과학기술 교육은 전통적인 교수법에 기반해 획일적이고 일방향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이 따라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없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일도 불가능하다.
|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한 변화와 혁신
과학기술은 미래세대에게 언어만큼이나 중요한 기본 소양이다. 미래세대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초 역량이 된다. 과학기술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클럽하우스는 과학기술 교육을 위한 최고의 대안은 아닐지 몰라도,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위해 도전하고 실험해볼 가치가 있는 학습 모델을 제시한다. 과학기술 교육 또는 관련 사회공헌을 진행하는 기관과 기업에서는 클럽하우스 모델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래 전에 멈춰진 교육의 시계를 이제는 미래세대의 행복과 희망을 위해 다시 움직이게 할 때다.
글: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박재희 차장
참고문헌:
Computer Clubhouses in the Inner City: Access Is Not Enough by Mitchel Resnik
* 위 내용은 이노소셜랩 블로그 기고문을 편집했습니다.
|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퓨처랩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미첼 레스닉 #나탈리 러스크 #컴퓨터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 #Computer Clubhouse #MIT 미디어 랩 #Mitchel Resnick #Natalie Rusk
단, 콘텐츠를 기사에서 인용 시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