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퇴근 후 어떤 여가 시간을 보내나요. 저의 경우엔 보통 밀려있는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곤 합니다. 좋아하는 시리즈가 나오면 정신없이 TV를 보기도 하죠. 여튼 그런 식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취미를 즐기는 데 보내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기 그 여가 시간을 게임 개발에 투자해 '결과물'을 내놓은 회사원이 있습니다. 바로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정현주 부책임입니다. 무려 고등학생 때 구상해오던 게임을 진짜 플레이 가능한 완성작으로 만들어냈죠. 고등학생 시절 경험했던 야간자율학습을 소재로 쯔꾸르 공포 게임을 제작한 겁니다. 그것도 1인 개발로요.
그렇게 탄생한 게임 '야자' 뒤에는 스마일게이트 크리에이티브 챌린저스 리그(이하 CCL)과 스토브인디가 있었습니다. 2019년 시작해 3기까지 진행된 CCL은 직원들에게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수 있는 장소와 개발비를 지원하고, 시연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은 프로토타입에는 개발자 의지에 따라 출시까지 도와주는 스마일게이트의 사내 프로그램이죠. 야자는 CCL을 통해 개발, 스마일게이트의 인디 전문 플랫폼인 스토브인디로 출시되는 첫 작품입니다.
게임을 출시하는 데 있어 CCL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개발된 게임을 스토브인디로 출시한 이유는 또 무엇인지 개발자인 정현주 부책임을 통해 들어봤습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소개도 함께 말이죠.
▲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정현주 부책임
■ 으스스한 학창 시절의 추억, 공포 게임 야자
Q. '야자'는 어떤 게임인가요?
= ‘야자’는 1인 개발로 만들어진 쯔꾸르 게임입니다. 괴물과의 추격전을 기반으로 하며, 서바이벌 호러 장르에 충실한 작품이에요. 또한 방탈출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지 퍼즐요소도 같이 들어가 있어서, 추리나 보물찾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Q.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구상하고 개발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 야자는 게임 명 그대로 고등학교 3학년 야자를 하던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저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학창 시절의 추억이 잊혀지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게임이라는 형태로 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 결과 ‘야자’가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 야간자율학습에서 힌트를 얻은 '야자'
Q. 학창시절부터 만든 게임이라니, 대단한데요. 당시부터 유지된 컨셉이 있나요?
= ‘야자’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기반으로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그때 당시의 경험이나 느낌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어요.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스토리와 크게 상관없는 아이템이 등장해요. 이는 추억의 조각을 게임 곳곳에 심어두어 영원한 기억으로 남겨두려는 개발자의 의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처음부터 쭉 유지해온 컨셉이 있다면, 반대로 초기 기획과 완전히 달라진 부분도 있어요. 바로 게임의 주제입니다. 사실 야자는 단순히 괴물을 피해 달아나며 학교를 탈출하는 것이 전부인 게임이었어요. 하지만 게임의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 좀 더 의미 있는 요소를 추가하고 싶었죠. 이에 경쟁 사회에 내몰린 학생들의 슬픔과 고뇌, 청소년 자살률 증가 등 현재 한국 교육의 어두운 이면을 게임 속에 녹여내 보았고, 이전보다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아진 것 같아서 매우 만족합니다.
Q. ‘공포’를 전달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요.
= 공포를 전달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운드와 시각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깔리는 배경음도 음산하고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으로 신중하게 선택했습니다. 또한 공포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유혈이 낭자한 느낌이 사실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여 리소스를 제작했어요.
Q. 쯔꾸르 공포 게임은 이미 출시된 작품도 많고,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게임도 많은 편인데요. 야자만이 지닌 특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야자’라는 익숙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야자를 해본 적이 있다면 더욱 몰입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점이에요. 그리고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해 보는 즐거움이 있고, 상당히 높은 난이도의 컨트롤을 요하기 때문에 게임을 전부 다 깨는 순간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있죠.
■ 빛을 본 10년의 아이디어, 등을 밀어준 CCL
Q. 개발자분이 스마일게이트 직원이라고 들었습니다.
= 현재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근무하고 있어요. ‘크로스파이어’라는 FPS 게임을 기반으로 기획을 진행하고 있으며, 캐릭터나 신규 BM 등 다양하고 신박한 컨텐츠를 생산하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Q. 야자는 CCL을 통해 개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내 프로그램을 통한 이유가 있을까요.
= 원래 예전부터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언젠가 자신만의 타이틀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렇기에 창작 활동을 지원해주는 CCL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이런 좋은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CCL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이 무엇인가요.
=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바로 CCL 때 진행된 ‘프로토타입 시연’이었어요. 아무래도 1인 개발로 진행하다 보니 타인의 피드백을 받기 힘들었는데, 프로토타입 시연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당시 많은 분이 제가 보는 앞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줬어요.
이를 통해 자신의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 눈에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알 수 있었죠.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가 얼마나 독단적인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게임을 만들 때는 반드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Q. 본 업무를 진행하면서 게임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출시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나요.
= 초기 구상이 고등학생 때였으니까 완성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네요.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개발을 진행했기에, 순수 개발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거에요.
다만 최소 30분, 최대 1시간 정도로만 게임 개발에 시간을 투자했고 그것마저도 정말 시간이 여유로울 때만 진행하였기에 최종 완료까지 많은 시간이 흐를 수밖에 없었죠. 만약 CCL이 없었다면 스스로를 푸시할 수단이 전무하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지도 몰라요.
Q. 혹시 개발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나요.
= 정말 많았죠. 업무와 병행하면서 개발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그냥 편히 쉬고 싶다는 충동을 참아야 했기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CCL의 참가작들이 하나둘씩 빛을 보는 모습을 보며, 제 작품도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을 계속해서 푸시할 수 있었습니다. CCL 덕분에 게임을 끝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기존에도 스마일게이트의 창의/창작 프로그램으로 개발된 게임은 있었지만 스토브인디를 통해 출시된 건 처음인데, 혹시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 스토브인디는 인디 게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플랫폼이다 보니,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줍니다. 특히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인 게임 심의와 관련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게임 심의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운영진 측에서 직접 게임을 풀로 테스트하여 심도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세심한 지원 덕분에 ‘야자’가 무사히 런칭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스마일게이트의 지원이 있었겠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게임을 만들고, 또 출시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 게임의 퀄리티를 떠나서, 이렇게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난 것 같지는 않아서 무척 기뻐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요. 아무래도 혼자 만들다 보니 많은 사람의 피드백을 받지 못하여 게임에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반영,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에요. 게임을 런칭하면서 배운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Q.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물론 있습니다. 호러 판타지 장르의 플랫포머 게임도 만들고 싶고, 좀비 아포칼립스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는 너무나도 무궁무진하달까요. 아마 저는 지금처럼 계속해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나갈 것 같아요(웃음).
김수진 기자 Eonn@inven.co.kr
※ 기사 출처 : 인벤 2022년 9월 7일자 "[인터뷰] 현업과 꿈의 절묘한 동행, 1인 개발 게임 '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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