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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탐구생활]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고한 희생을 만드는 ‘키친 크라이시스’ 2024-06-18

팀 사모예드가 제작한 디펜스 게임 ‘키친 크라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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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크라이시스’는 팀 사모예드가 제작한 디펜스 게임이다. ‘스토브’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요리 타이쿤 장르 같지만 이름과 개념만 요리에서 따왔다. 본질은 나를 잡아먹으려는 외계인을 ‘접대’해 ‘만족’시켜 최대한 오래 살아남는 치열한 자동화/디펜스 게임이다. 

겨우 나 하나 살자고 거친 동해바다를 달리고 달리는 생선을 잡아와 외계인만을 위한 D.H.A를 추출하고, 농춘화답하는 닭을 잡아다가 새타령을 못 부르게 하는, 깊은 땅속에서 인내하며 질소, 인산을 먹으며 자라온 감자를 난도질해 바친다는 흉악한 속내를 품고 있다.

이 게임의 재미는 여기서 생긴다. 살기 위해서 조리대를 배치하고 조리사 동선을 최적화해야 한다. 최적! 효율! 자동! 게이머 가슴에 불을 지피는 단어를 품었다. 그런데 이 게임 로그라이크 요소가 있다. 매번 다른 경험 속에서 살기 위해 언제나 최적! 효율!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 이 게임은 친숙한 그래픽과 요소로 쉽게 접근해서는 머리와 손을 바쁘게 만드는 그런 게임이다.

타워 디펜스라는 개념에서만 보면 새로울 건 없다. 시작 포탈에서 종료 포탈까지 외계인이 지나간다.  종료 포탈에 도착하면 외계인마다 다른 수치로 체력을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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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을 잡는 건 서빙이다. 일반 디펜스 게임에서의 공격개념이다. 요리마다 공격력 같은 스텟이 존재한다. 요리 과정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따라 스탯이 결정된다. 그래서 치즈와 토마토 양파만 들어간 ‘치즈오븐스파게티’가 생고기를 튀긴 ‘돈가스 정식’보다 티어가 더 높다. 아니 어떻게 고기가 한 조각도 안 들어갔는데 더 만족을 하는거지?! 이해할 수 없다.

어쨌든 외계인을 잡으려면 효과적으로 서빙을 해야 한다. 서빙을 잘 하려면 외계인이 원하는 요리를 적절하고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햄버거를 원하는 외계인을 만족시키려면 생고기를 손질할 도마와 구울 프라이팬, 그리고 치즈와 치즈를 자를 도마, 패티 사이에 들어갈 양상추와, 토마토를 손질할 도마가 필요하다. 모든 재료가 손질이 되면 마지막으로 조리대에서 합쳐 제공한다.

즉 (생고기+도마+프라이팬)X(치즈+도마)X(양상추+도마)X(토마토+도마)X빵X조리대를 거치는 6단계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햄버거가 완성된다. 따라서 요리사가 얼마나 효율적인 경로로 움직이는지, 또 음식마다 다른 조리 도구들을 어디에 얼마나 두는지가 생산 속도와 이어진다. 컨베이어밸트가 요리사로 대체된, ‘팩토리오’로 대표되는 자동화 게임 범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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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진행방식 덕에 초등학교 때 짝꿍을 괴롭힌 이후 써본 적 없는 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도 재료통과 도구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요리사 동선을 제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요리사는 재료를 옮기고 생산하고 서빙한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동선을 최적화하고 쉬지 않게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돌로 가둬 동선을 제한한다. 실제 요리사였다면 너무 반인륜적이겠지만 클론이라 괜찮다. 애시당초 이들을 극한으로 부리지 않으면 내가 외계인에게 잡혀 먹힌다.

처음에는 대충해도 어찌어찌 외계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재료가 많아지면 머리와 손이 복잡해진다.  꼬불꼬불 외계인 이동 라인을 고려해 음식 배치 구역도 잘 결정해야 한다.

재료와 조리 도구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을 경우도 있다. 서빙 지역만 생각하다가 조리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해 외계인에게 잡혀 먹히는 일도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소녀시대’ 칼군무처럼 딱딱 맞춘 완벽한 자동화 보다는 상황에 맞춰 주어진 재료에 따라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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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제한과 랜덤성이 플레이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원이 된다. 초반 배치할 수 있는 요리 레시피부터 매일 새로 획득하는 레시피, 재료 강화와 도구 강화 종류까지 전부 무작위다. 재료를 강화하는 만큼 어떤 요리를 주력으로 사용할지 고민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용자가 재료와 상황에 따라 선택지를 결정하고, 게임을 풀어가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고기가 들어간 음식의 포만감 증가 강화’ 선택지를 선택했다면 다음부터는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을 주력으로 서빙하는 흐름을 탄다. 하지만 원하는 요리만 줄 세우기를 할 수는 없다. 조리대에 올릴 음식은 웨이브가 끝날 때마다 랜덤으로 주어진다. 기껏 고기에 강화를 했더니 해산물 파티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엔비디아 팔고 엔씨소프트 주식을 100만원에 샀던 경험을 다시 할 수 있다. 로그라이크의 재미가 될 수도 있고, “운빨 X망껨”을 외치며 마우스를 집어 던질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

랜덤성이 반복 플레이를 하게 하는 원천이지만 콘텐츠가 깊지 않아 아쉬운 점이 발생한다. 일부 도구의 능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레시피마다 쓰는 도구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특정 특성이 강요된다. 몇몇 특성은 리턴 값이 낮아 선택하지 않게 된다. 결국 랜덤성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양상은 매번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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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운이 좋아 좋은 특성만 가져가면 배치나 동선제어의 중요성이 낮아진다. 굳이 재료가 많이 필요한 높은 등급 요리보다 특성이 좋은 낮은 티어 요리를 빠르게 생산하는 게 더 효율이 좋기 때문이다. 자동화 게임은 완벽하게 짜맞춰 돌아가는 빌드에서 희열을 느낀다. 반면 디펜스는 쏟아지는 물량을 내 머리와 손으로 막아냈을 때 희열을 느낀다. 두 장르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은 게임의 태생적인 한계라 할 수 있겠다.


개발사 팀 사모예드는 2015년에 남형빈, 남형욱 형제가 결성한 2인 개발 팀이다. 동생 남형욱이 형 남형빈을 전역하자마자 끌어들였다. 군인 정신이 살아있을 기간이었는지 팀 결성 9개월 만에 간단한 모바일 퍼즐게임을 만들었다. 기획, 개발, 출시까지 이루어지는 사이클을 경험했다. 그리고 동생 남형욱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잠시 멈췄다가 2020년부터 전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팀파이트 매니저’를 출시했다. e스포츠 팀 감독이 돼 밴픽을 진행하고 구단을 우승시키는 매니징 게임이다. 많은 사랑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시뮬레이션 경험을 쌓고 두번째 작품 ‘키친 크라이시스’를 발매했다. 상기했듯 몇몇 아쉬운 점이 있지만 성장이 눈에 보인다. 평가 역시 대체로 호의적이다. ‘인디게임’다운 재미를 신선한 아이디어와 장르 변주로 구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두 번째 상용 게임임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인디제작팀임이 틀림없다.

‘키친크라이시스’는 국내 유일의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 스토어에서 1만6,500원에 살수 있다. 스토브 스토어는 스팀만큼 할인을 자주하고 스팀보다 할인율이 높을 때도 많으니 자주 들려서 확인해보자. 혹시 모르지 않나? 내일 눈 떴는데 외계인이 밥 달라고 달려들지. 사서 미리 연습해두자.


키친 크라이시스 다운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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