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입 한 방울, 논파 한 방울, 퍼즐 한 방울… 양푼에 만든 칵테일 같은 추리 게임 ‘루미네나이트’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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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킬!’ ‘호쾌한 타격감!’ ‘전략적 전투!’ 등 화려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는 동적인 게임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정적인 게임이 생각날 때가 있다. 목전의 적을 죽이기 보다 커피한잔 음미하며 차분하게 생각해 엔딩을 보는 게임들 말이다. 여기에 오랜 시간 투자하지 않아도 엔딩을 볼 수 있는 볼륨을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런 게임을 스토브에서 찾아다니다 눈에 들어온 게임이 ‘루미네나이트다.


‘루미네나이트’는 단서를 조합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스토브스토어의 게임 소개글만 보면 2002년 붉은 옷을 입고 맥주를 마시며 월드컵을 봤던 올드게이머에게는 익숙할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나 ‘역전재판’이 떠오른다. 단서를 찾고 트릭과 암호를 해결하며 현장 증거와 증언을 모아 주장을 증명하는 흐름이 비슷하다.


플레이어는 1950년대 서머셋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일어난 미제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 형사 켈빈 포스터와 아마추어 탐정 셀렌 포스터로 분해 피해자 신상조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환경을 탐험하면서 단서를 모으고 용의자를 심문하여 모순을 밝혀내는 게 목적이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논리적 사고와 관찰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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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력과 논리적사고가 중요한 시스템이다>


‘루미네나이트’는 루카스아츠 스타일의 전형적인 3인칭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의 문법을 따른다. 진입 장벽은 낮다. 켈빈의 파트너는 전형적인 개그 캐릭터로 등장한다. 게임 곳곳에 피식거릴 수 있는 요소가 있다. 


편한 마음으로 각종 정보를 입수하고, 적재적소에 사용해서 퍼즐을 풀고 다음 스토리를 즐기면 된다. 단서는 물건이 될 수도 있고 중요한 무언가를 본 목격자의 진술 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황일 수도 있다. 대화할 때도 움직일 때도 퍼즐을 풀 때도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고 단서로 수집해야 하므로 속도 빠른 게임에 지쳐버린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추리게임이 한 명의 인물로 스토리를 경험하는 구조인데 반해 이 게임은 두 명의 캐릭터로 각자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켈빈 포스터(아버지)는 심문, 추리, 증거를 기반으로 증언의 모순을 논리적으로 파훼한다. 셀렌 포스터(딸)는 암호 해독 능력과 퍼즐 풀이 그리고 잠입과 탐험을 통해서 아버지가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단서를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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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증명하고 논파하는 재미가 곳곳에 있다>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거나 심하면 억지스럽다든지 하는 느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추리게임을 좋아하는 개발사 스피카소프트는 미제사건 해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싶어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러스트나 음악은 본격 추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배경이 되는 서머셋의 비주얼과 분위기가 일품인데, 서머셋은 뉴욕과 프랑크프루트 등의 이미지를 섞어 만들었다.  1950년대를 연상케 하는 네온사인이 있는가 하면 당시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구밀도 높은 건물이 공존한다. 네온사인을 많이 사용한 당시대의 비주얼이 밤 거리의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반면 캐릭터들은 예쁘고 멋진데 반해 캐릭터성이 평면적이다. 분명 수려한 일러스트인데 기억나는 캐릭터는 스칼렛 웨스트 정도뿐이다. 분위기 전달에 집중하기 위해 캐릭터성을 의도적으로 톤다운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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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네나이트만의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이런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다. 앞서 언급한 두 게임보다 ‘레이튼 교수’ 시리즈에 가까운 분위기까지 엿볼 수 있다. 미니게임과 퍼즐이 좀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영향이다. 여기에 추리 난이도까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아마 더 많은 이용자, 추리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까지 배려한 설계 같다.


시나리오 역시 지치지 않도록 의도했는지 치밀하지 않다. 급전개하는 부분도 있다. 크게 허술하지는 않다.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그래도 태초의 신이 어쩌고 저쩌고 마족이 쳐들어와 어쩌고 저쩌고 몰락한 왕국의 왕자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스토리보다는 훨씬 개연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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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메탈기어솔리드’+’화이트데이’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루미네나이트’는 특유의 풍미를 풍긴다. 초반에는 추리물로 시작하여 스텔스 게임으로 변모하고 후반에는 방탈출 게임이 되는 독특한 모습을 가진다. 다소 느슨한 전개와 템포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듯한 스토리지만 게임 말미 에필로그에서는 후속작을 암시하는 모습을 담아 다소 아쉬운 전개를 후속작에서 만회할 것 같은 기대감도 준다.


‘루미네나이트’는 탐정 진구지 사부로처럼 담배를 붙이지 않고, 역전재판보다 공방의 농도가 낮은 게임이다. 그러나 잠입, 연결 등의 차별점을 넣어 독특한 풍미를 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추리 아류작 소리 듣던 ‘단간론파’도 독특한 시스템을 정립한 이후 프랜차이즈 반열에 올랐다. ‘루미네나이트’도 좋은 후속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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