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와 비투자사가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이 신뢰를 만든다"_주은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심사역 인터뷰 2026-04-10

스타트업이 신약을 만드는 과정은 무척 험난하다.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기초연구부터 비임상, 임상 시험 그리고 허가 과정까지 십수 년이 걸린다. 막대한 비용도 소요된다.


개발한다고 무조건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임상 실패율은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공한 신약 하나가 특허 보호 아래 수십 년간 수조 원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성공률을 높이는 마중물은 '전략과 자본'이다. 그 중 벤처캐피털(VC) 자본의 투입은 심사역이 결정한다. 심사역은 기술, 시장, 그리고 핵심 인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분야 투자를 이끌고 있는 주은지 수석팀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창업자가 위기 앞에서 유연한 사고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인지까지 들여다보는 심사역이었다.


그에게서 투자 1~2년 만에 1조 원 이상의 기술수출이 성사된 경험, 그리고 어떤 VC 심사역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를 들었다.


Q. 원래 연구원이었다. 왜 VC 심사역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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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개발하는 뇌과학 연구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치료제가 환자에게 제대로 닿으려면 결국 자금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SK바이오팜에서 전략 및 연구기획을 경험하고, 투자 언어를 배우며 벤처캐피털(VC) 심사역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어요.


현재 초기 기업부터 상장사까지 다양한 단계의 회사를 만나고 있습니다. 약 20여 개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300억 원 이상 투자해왔습니다. 가장 빠르게 앞서가는 기술을 공부하고 창업팀을 직접 만나, 시장을 읽고, 관련 전문가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투자를 한 후에는 함께 성장하기 위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Q. 바이오 VC 심사역은 어떤 사람들이 하는가?


보통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이 대부분이고, 바이오 분야는 석·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개발 경력자, 글로벌 제약사 출신, 약사, 의사, 변리사, 변호사 등 배경이 다양합니다.


VC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VC 심사역이 2천 여명 정도인데, 바이오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는 심사역 비중은 아마 10% 정도로 추정됩니다. 심사역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고, 한 번 들어오면 폐쇄적인 네트워크(Inner circle)를 형성해서 오래 활동하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온 지 7년 정도 되었네요.


Q. 7년간 투자하면서 가장 의미 있던 성과가 있다면.


투자 회사 중 하나가 최근 10억 4,000만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의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글로벌 제약회사에 이전하는 계약이었어요.


이 물질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타우(Tau) 단백질 중, 정상 타우에는 작용하지 않고 독성 응집을 유발하는 '아세틸화된 타우(acK280)'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해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입니다.


이 회사는 환자 조직에서 병을 일으키는 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선정, 유효성 검증, 비임상 시험 및 임상 시료 생산 등 힘든 여정을 열심히 개척해오셨어요. 


서울아산병원 연구실에서 환자 조직을 기반으로 치료제를 만들던 시절부터 눈여겨봤는데, 투자할 당시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뇌질환 치료제는 역사적으로 실패율이 워낙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논문, 특허, 실험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해보는 과정에서 이 회사가 글로벌 제약사가 원하는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바이오기업에게 가장 큰 성과는 글로벌 제약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수출하는 것인데, 당시 경쟁 약물은 대형 제약사 것뿐이었고, 스타트업으로서는 이 회사가 유일했습니다. 이를 미리 예측해 개발하신 대표님의 선구안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투자 결정에 확신을 줬습니다.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했는데, 1년 반 만에 약 1조 5,000억 원 규모 기술이전이 성사됐습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1,200억 원 규모입니다.


물론 이 사례 외에도, IPO 성공한 오름테라퓨틱, 존슨앤드존슨(J&J) 투자를 받은 프레이저테라퓨틱스 등 K-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투자 건들도 계속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만의 투자 철학과 기준으로 꾸준히 유망한 기업을 만나고 발굴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저의 트랙레코드라고 생각합니다.


Q. 투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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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세 가지를 보는 것 같아요.


첫째, '반복 가능성'입니다. 하나의 약물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기술로 지속적으로 좋은 약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새로운 약물은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후속 약물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의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둘째, 창업자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바이오 스타트업은 실패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패 이후가 더 중요해요. 실제로 하나의 약물이 실패했을 때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서 상장까지 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넘어졌을 때 얼마나 빠르게 다음 방향을 설정하고 다시 달릴 수 있는가 — 그 회복력이 있는 창업팀에 투자합니다.


셋째, 기술 수출의 매력도입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향후 3~5년 간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시장을 조사하고, 경쟁사 대비 어떤 차별성 및 우위가 있는지를 함께 고려합니다. 


Q.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는 창업주가 CVO(Chief Visionary Officer)인 스마일게이트의 VC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성장통을 체감적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 친화적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단순 투자 수익을 넘어 국내 기업을 육성한다는 철학이 녹아 있고, 업계에서도 그 점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드 단계부터 상장까지 전 단계에 걸친 펀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처음 투자한 기업에 많게는 5~6번 후속 투자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또한 오렌지플래닛과 연계하여 초기 팀에게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팁스(TIPS) 등 정책 지원도 연계한 경험이 많습니다.


'VC 온사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심사역이 일정 기간 스타트업에 출근하기도 합니다. 재무, 회계에 취약한 스타트업에서 CFO 역할을 하거나 IR 자료를 만들어주는 식이에요. 저 역시 포트폴리오 기업에 직접 출근을 자처하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상품 기획, 영업, 해외 마케팅까지 함께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회사의 글로벌 역량이 뛰어난 점도 대표적인 특장점입니다. 최근 설립한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미국 투자를 본격 늘릴 예정이고요.  


사실 저희는 이미 시장에서 빠르게 인도 및 동남아, 중국, 일본에도 투자 펀드를 조성하면서, 우수한 해외기업 발굴은 물론, 해외 진출이 필요한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보는 바이오 분야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므로, 회사의 이런 자산은 큰 경쟁력이 됩니다.  국내에서 시작해서 글로벌까지 커버할 수 있는 VC가 많지 않습니다. 



Q. 바이오에서 주목하는 분야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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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흐름으로 보면,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는 거대한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황반변성 같은 안질환, 면역질환 및 만성 대사 질환이 대표적입니다. 이 질환들의 공통점은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만족스러운 치료 옵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 영역에서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 투자 기업에게도 기회가 크다고 봅니다.


동시에 AI와 유전체 기술의 발전으로 신약 개발의 속도와 정확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감과 경험에 의존하던 부분을 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더 정밀한 판단이 가능해지고 있어요.


Q. VC 심사역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꼭 스마일게이트의 투자를 받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습니다. 투자한 회사 대표들이 "계속 같이 가고 싶다"고 말해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돈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믿음과 신뢰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이 신뢰가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투자 기업간에 서로 소개해주고, 그 기업이 또 다른 좋은 기업을 우리에게 연결해주는 흐름! 실제로 스마일게이트와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의 성장 이야기를 미국에서 공유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이 선순환 구조에 감명을 받으셨습니다. 결국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이 국경을 넘어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회사가 잘될 때는 묵묵히 지원하고,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가는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신뢰가 쌓여서, 궁극적으로는 바이오 업계에서 좋은 기업이 먼저 찾아오는 VC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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