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가 보여준 성공적인 IP 다각화, 게임 IP 가능성의 이정표를 제시하다”
게임은 콘텐츠와 기술이 융복합 된, 대표적인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 집약 산업으로 꼽힌다. 게임 속 캐릭터와 스토리, 영상과 음악,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기술 등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소설, 웹툰 등 장르를 넓히고 있는 게임 IP의 현황을 살펴보고 게임 IP 다각화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주요 사항들을 함께 짚어본다.
I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수퍼 IP, 크로스파이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게임 업계의 수퍼 IP로 꼽힌다. 크로스파이어는 2007년 국내 출시 이후 중국으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를 비롯해 남미와 유럽,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중동까지 그 인기를 넓혀가고 있다.
크로스파이어가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현지 시장을 집중 분석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2013년 시작된 ‘CFS(CROSSFIRE Stars)’가 바로 그 예시 중 하나다. 게임이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을 포착하고 크로스파이어를 e스포츠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CFS는 총 상금 100만 달러를 놓고 세계 각국의 대표가 격돌하는데 현재 9회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매회 평균 2,000만 이상의 뷰를 기록하며 이슈를 모으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에서 드라마 <천월화선>을 선보인 것. 중국 내 최대 영상 플랫폼인 텐센트 비디오에 공개된 드라마 <천월화선>은 20억 뷰를 달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2008년과 2019년 서로 다른 시대 속에서 크로스파이어 프로게이머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는 청년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 호평을 받았다. 크로스파이어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아니라 해도 몰입할 수 있을 만한 공감 가는 이야기를 제시해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다시 한번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21년에는 중국 광저우 동부 지역의 초대형 복합몰이자 랜드마크에 크로스파이어 테마파크 ‘천월화선: 화선전장’을 오픈했다. 총 3,000평 규모의 공간에 실내는 서바이벌 전투 체험, VR존, 키즈존, F&B, MD 판매점 등으로, 실외는 크로스파이어 전장을 테마로 한 체험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테마파크는 크로스파이어를 오프라인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크로스파이어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풍성한 여가 생활을 즐기게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편, 올해 2월에는 크로스파이어 콘솔 기반 후속작 '크로스파이어X'를 출시해 게임 IP의 다각화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크로스파이어 출시 15년 선보인 이번 콘솔 기반 후속작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레이 콘텐츠를 기본으로 크로스파이어의 세계관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통해 구체화된 싱글 캠페인 콘텐츠까지 마련되어 있다. 특히 싱글 캠페인 콘텐츠는 핀란드의 개발 명가 '레메디 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을 통해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멀티 플레이 콘텐츠에서는 원작 고유의 재미를 살린 '클래식 모드'와 최근 FPS 게임의 트렌드를 반영해 좀 더 속도감 있는 플레이가 가능한 '모던 모드' 등이 추가되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스마일게이트는 게임회사를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지난 2000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게임 업계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을 때 권혁빈 창업자는 “스마일게이트는 게임 회사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IP를 가진 디즈니와 같은 회사로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단발적인 원소스멀티유스가 아닌 여러 IP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스마일게이트만의 유니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I 유명 게임이 영화와 만났을 때, 무조건 흥행 보장은 무리수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 게임 IP의 다각화 시도들을 살펴보자. 게임 IP의 다각화에 있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사례는 바로 영화이다. 게임과 영화는 모두 시각적인 표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터라 장르적 전환의 벽이 그리 높지 않게 인식되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꼽을 수 있다. 블리자드의 게임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연출은 블리자드의 고전 게임인 ‘로스트 바이킹’ 시절부터 플레이를 해온 마니아 덩컨 존스가 맡았다. 최고의 게임과 열혈 유저가 만났으니 그 기대는 컸다. 2016년 개봉 첫 주 전 세계 45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총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게임 원작 영화로 최고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결과를 꼼꼼히 따져보면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원작의 훼손이 너무 심했다고 혹평했으며, 20년 넘게 서비스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게임 IP인 원작의 명성에 비해 영화의 성적은 초라하다는 것이다. 이미 유명한 게임이기에 막대한 홍보비를 들이지 않고도 영화에 대한 화제를 끌어 모을 순 있지만 그 이상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야 함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게임은 유저가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하면서 다양한 스토리를 만나고 거대한 세계관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는 정해진 러닝 타임 안에서 스토리를 함축하고 세계관을 전달하다 보니 열혈 유저 입장에선 원작의 훼손이고 일반 관객 입장에선 도통 무슨 내용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다.
I 컬래버레이션의 성공 공식: 익숙해서 반가운, 낯설지만 매력적인
올해 2월에 개봉한 영화 <언차티드> 역시 같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 영화는 소니의 콘솔기기 ‘플레이스테이션 3’를 사게 한 강력한 어드벤처 게임 ‘언차티드’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2007년 1편을 시작으로 2016년 4편까지 이어졌으며 “영화 같은 게임”이란 찬사를 받아왔다. 더구나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한층 기대를 높였다.
그런데 개봉 이후 평가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받아온 혹평 세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언차티드>는 게임 ‘언차티드’의 주인공 ‘네이선 드레이크’가 처음 보물사냥을 하던 시점, 다시 말해 게임의 프리퀄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원작을 충실하게 표현했는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영화가 게임 스토리의 원류(original)이기 때문에 기존 유저도 처음 접하는 이야기이고, 게임 플레이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고도 새로운 이야기라고 했지만 바로 그 지점이 혹평의 원인이 되었다. 관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원작의 충실도를 낮추면 원작과는 멀어지고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으면 관객과는 멀어지는, 이른바 원작과의 현명한 거리두기에 실패한 셈이다.
게임을 영화화한 성공 사례로 영화 <사일런트 힐>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게임 ‘사일런트 힐’의 트레이드 마크인 괴물과 스산한 안개, 다른 차원과 맞닿은 초현실적 공간 등에 역점을 두어 연출하면서도 독자적인 인물과 스토리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그 결과 유저에게는 익숙해서 반갑고, 일반 관객에게는 낯설어서 매력적인 작품으로 완성됐다.
최근 넷플릭스가 게임 ‘철권’을 신규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공식 유튜브를 통해 애니메이션 <철권: 블러드라인(Tekken: Bloodline)>의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정확한 일정이나 전체 분량 등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게임 ‘철권3’를 기반으로 ‘카자마 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주인공을 비롯해 게임 속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또한 게임 ‘헤일로’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도 방영을 앞두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 서비스되는 드라마 <헤일로>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한국 배우 하예린과 공정환이 출연한다. 26세기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슈팅 게임이 과연 드라마로 어떻게 해석될지 관심을 모은다.
I IP의 끝없는 확장: 경계를 넘어, 한계를 극복하다
게임 IP는 영화, 드라마와 같은 영상매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채로운 장르로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는 게임 속 캐릭터를 멤버로 한 가상 힙합그룹 ‘트루 대미지(True Damage)’를 선보였다. ‘키아나’, ‘세나’, ‘아칼리’, ‘에코’, ‘야스오’ 등 LOL 챔피언으로 구성되었으며 독특한 음악 스타일과 패션 감각으로 눈길을 끌었다. 2019년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현장에서 데뷔곡 ‘자이언츠(Giants)’를 발표하며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과 제휴를 맺고 전용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게임 IP는 경계를 넘고 한계를 극복하며 수퍼 IP로 떠오르고 있다. 원작의 고유한 정체성은 살리면서도 각 장르에 맞는 고민과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터. 게임 IP가 무한확장 되면서 더 많은 팬을 모으고 더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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