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이코노미] 에픽세븐, '보는 게임'으로 장수 IP 한계 넘다 2026-04-20

대회·중계·리그·자본의 연결고리를 따라 e스포츠 판의 변화와 이해관계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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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서비스 8년 차. 서브컬처 신작의 홍수 속에서도 '서브컬처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에픽세븐은 매년 e스포츠 대회 결승전 티켓을 1초 만에 매진시킨다. 에픽세븐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는 올해 신규 온라인 리그 '마스터스'를 추가하며 연간 e스포츠 체계를 한층 촘촘히 다졌다. 서브컬처란 주류 문화와 구별되는 특정 취향과 세계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하위 문화로, 주로 애니메이션·만화·게임 팬덤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이 실시간 PVP(Player versus Player, 이용자 간 대전) 기반의 e스포츠를 5년 넘게 이어가는 사례는 드물다. 에픽세븐이 해마다 대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 이용자의 만족이 곧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으론 부족"…마스터스 신설 배경


에픽세븐의 e스포츠 시작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실시간 PVP 콘텐츠인 '월드 아레나'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 초청 자체 대회를 시험 삼아 열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듬해인 2022년부터 'E7WC(에픽세븐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를 출범시켰고 올해로 5년 차를 맞았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기존 E7WC 하나였던 연간 e스포츠 일정에 '마스터스'라는 온라인 리그가 새로 추가됐다. 단순히 볼거리를 늘리기 위한 결정이 아니었다.


이달 초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스마일게이트 사옥에서 만난 경민규 스마일게이트 마케팅팀장은 "매년 대회를 반복하다 보니 고질적인 '그들만의 리그'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특정 상위 선수들이 매번 등장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신규 참가자 유입이 정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중선 사업담당 이사는 "E7WC를 매년 1회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대회 기간 주목받은 선수들의 존재감이 종료 후 빠르게 희석된다는 점"이라며 "마스터스 도입으로 선수의 노출 주기가 짧아져 팬덤이 형성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에 한 번 반짝 주목받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꾸준히 응원하는 '스타 선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참가 구조도 대폭 손질했다. 기존 E7WC는 별도 예선전을 통과해야 하고 결승전은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공개한 채 치러야 했다. 반면 마스터스는 인게임 정규 시즌 성적만 있으면 바로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모든 경기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얼굴 공개 의무도 없다. 


경 팀장은 "대회 참가 자체가 쉽다"며 "해보다 보면 나도 한번 E7WC에 나가볼까 하는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를 그래스루트(Grassroots) 리그로 설계해 E7WC로 이어지는 선수 육성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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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게임이 하는 게임을 만든다"


e스포츠는 실제로 게임 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 팀장은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다 보니 나도 며칠 쉬었는데 해보고 싶다 해서 다시 월드 아레나를 하는 추이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스포츠 시즌 중 월드 아레나 이용률은 평상시 대비 5~10% 내외로 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콘텐츠를 '보는 것'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을 더 넓히기 위한 게임 내 환경 개선도 병행됐다. 4월 업데이트에서 도입된 '밴픽 어시스턴트'는 350명이 넘는 영웅 중 상대방 픽에 맞춰 최적의 영웅 3개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복귀 이용자나 월드 아레나를 처음 접하는 이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장치다. '월광 이정표' 업데이트로는 신규·복귀 이용자에게 영웅을 지급하고 고급 장비 접근성도 높였다.


장 이사는 "에픽세븐은 8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면서 기존 이용자가 가장 만족하고 게임을 즐길 때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이용자 유치보다 기존 이용자가 더 깊이 즐기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인식이다. e스포츠 시청이 이용률 제고로 이어지고 이용률이 이용자 록인(Lock-in)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 판단의 근거다.


시청 지표도 이 구조를 뒷받침한다. 공식 채널과 크리에이터 채널을 합산한 평균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회당 6000~1만 명이며 결승전은 1만5000~2만명 수준이다. 올해부터는 유튜브·트위치에 더해 치지직 채널도 새로 개설한다. 보는 문화가 자리를 잡을수록 하는 문화도 두터워지는 선순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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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를 축제로 만드는 이유


e스포츠가 이용률과 락인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성립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용자를 오래 붙잡기 어렵다. 스마일게이트RPG가 공을 들이는 지점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매년 오프라인 결승전을 오케스트라 공연과 제작상품(굿즈) 판매, 크리에이터 플리마켓, 게임 업데이트 깜짝 발표 등과 묶어 하나의 '축제'로 기획하는 이유다.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졌다. 코로나 이후 첫 오프라인 결승전 관람객 수를 200~300명으로 잡았지만 티켓은 열리자마자 매진됐다. 이듬해 600명으로 늘렸고 그다음엔 1000명으로 늘렸다. 지난해 예스24 라이브홀 결승전도 1초 만에 동났다.


지난해 7주년 결승전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선보였다. 라온·다스비 등 에픽세븐과 함께해온 아티스트들의 OST를 7년치 기록으로 풀어낸 무대였다. 오프라인 결승 입장권 판매 수익금 전액은 '희망스튜디오'와 연계해 스리랑카 소외 계층 아동들을 위해 기부됐다.


장 이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계승자(에픽세븐 이용자를 부르는 명칭)분들과 깊은 라포를 형성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말했다.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이용자와의 관계 자체를 자산으로 쌓아가는 방식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장수 지식재산권(IP)의 생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서브컬처 장르만 해도 매년 수십 개의 신작이 쏟아진다. 에픽세븐이 택한 방식은 새로움으로 경쟁하는 대신 지금 남아 있는 이용자들과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것이다.


장 이사는 "계승자분들이 E7WC를 시청하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다양한 2차 콘텐츠를 생산하며 에픽세븐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지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 기사 출처 : 블로터, 2026년 4월 20일자, [e스포츠 이코노미] 에픽세븐, '보는 게임'으로 장수 IP 한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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