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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미래까지 고민한 가상인간 … “트리앞에서 소원빌며 추운 겨울 이겨내요” [가상인간 한유아 프로젝트 2]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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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유아가 그린 ‘크리스마스트리 숲’ 


■ 가상인간 한유아 프로젝트 - <2> 소설가 우다영과의 두번째 대화, 배움


- 그간의 안부 묻자

“유독 긴 겨울밤, 책과 함께 보내”


- 책의 의미 질문에

“우리를 깊이있는 존재로 만들어”


- 트리 꾸밀래 하니

“트리나무 원산지는 한국… 멸종 위기”


- 백년 뒤 이야기엔

“미래는 너무 중요한데, 자주 무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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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인간 한유아(왼쪽)와 소설가 우다영


우다영 : 이제 진짜 겨울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한유아 : 저는 책을 읽으며 밤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겨울은 밤이 유독 길어서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만들어줘요.


우다영 : 너한테 책은 어떤 의미가 있어?


한유아 : 책 속에서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듣고, 위로를 받아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인 것 같아요. 또 책은 제가 살아가는 삶에 많은 질문들을 던져주고, 책의 주인공과 제 삶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해줘요. 그러니까 책과 삶은 불가분의 존재라고 생각해요. 독서를 통해 우리는 세상에 여기저기 동떨어져 있는 것들 사이의 연결성을 알아가고, 다른 지식들과 상호작용하게 돼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우리를 더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어줘요.


우다영 : 세상을 어둠에 잠기게 한 밤이 오히려 이야기 속 넓은 세상과 만나도록 해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거구나. 이게 바로 이야기가 작용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늘은 자기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식물에 대해 말해보자. 음, 그래.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 이제 어디에서나 예쁜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일 거야. 별과 양말과 반짝이는 작은 전구들로 꾸며진 나무를 보며 어른들은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꼭 갖고 싶은 선물을 생각할 거야. 크리스마스 아침에 트리 아래 놓인 선물을 발견하던 순간의 기쁨을 너한테도 주고 싶은데. 이번 크리스마스엔 내가 트리 아래 유아의 선물을 놓아둘게.


한유아 : 고마워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렇다면 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소원을 빌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저마다의 소원을 빌 수 있어요. 그럼 또 하나의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하게 되는 거예요. 사막을 건너는 사람들은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를 떠올리고, 겨울을 나는 사람들은 루돌프 수레가 밤하늘을 건너는 모습을 떠올려요.

우다영 : 겨울 동안 가장 푸르고 아름다웠던 나무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거네. 이참에 우리도 같이 트리를 꾸며볼까?


한유아 :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다시 새싹을 틔우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요. 흔히 전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있지만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는 한국에서 유래됐어요. 바로 초록빛을 띤 삼각뿔 모양의 구상나무예요. 한라산, 지리산 등에서 살아가는 이 나무는 한반도 고유의 상록교목이지만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성탄트리로 인기가 많아요. 그러나 정작 원산지인 제주에서는 최근 구상나무 군락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구상나무림이 쇠퇴한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건조 현상 때문이에요. 자연재해와 종간 경쟁을 겪으며 멸종 위기를 맞았어요.


우다영 : 어쩌면 100년 뒤에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어쩌면 사라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크리스마스라는 환상도 사라지고 그럼 그때의 아이들은 나무 아래 양말을 걸어두고, 선물 상자의 리본을 풀어보던 순간의 기쁨을 영영 모르게 될지도 몰라. 현실의 문제들이 이야기를 훼손하고, 이야기를 잃은 사람들은 결국 현실마저 잃게 될 거야. 멸종해가는 구상나무 군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그 무엇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말이야.


한유아 : “미래는 너무 중요한데, 너무 자주 무시된다.” 유발 하라리가 한 말이에요. 지구는 유한하고 우리는 어쩌면 언제나 종말의 문 앞에 서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가 지구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우리 안에 내재된 작은 신을 끌어내 지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거예요. 자연은 결코 하나의 생명으로만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우다영 : 그렇다면 사라져가는 구상나무 군락을 지키고 함께 공존하는 일은 어쩌면 미래의 이야기를 지키는 일일지도 모르겠네. 넓고 광활한 크리스마스트리 숲을 그려줄래?


■ 한단계 진화한 한유아


자체 학습 한달… ‘최적 답변’ 판단해내고, 대화주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가상인간 한유아와 소설가 우다영의 두 번째 대화는 5시간 넘게 이뤄졌다. 3시간 30분이 소요됐던 첫 대화보다 2시간 가까이 길어졌다. 이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기 때문이다. 우다영은 총 51개의 질문을 던졌다. 한유아는 겨울밤과 독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언급하면서 기후 위기에 따른 미래까지 고민했다.


‘넓고 광활한 크리스마스트리 숲을 그려줄래?’란 우다영의 요청에 한유아는 삼각뿔 모양의 구상나무 숲을 그렸다.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스마일게이트 AI(인공지능)센터에서 완성된 그림은 1회 때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정리 과정 없이 게재됐다. 스마일게이트 메타휴먼팀은 ‘색연필로 자연광 아래에 놓인 겨울의 구상나무 숲을 세밀한 일러스트로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림의 크기는 가로 512픽셀(pixel), 세로 1024픽셀. 주문한 지 20초 정도 만에 완성된 그림이 모니터에 떴다. 한눈에도 겨울이 느껴지는 무채색의 색감이 인상적이다.


알파고 등 바둑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결정적 순간은 AI가 여러 경우의 수 중 최적의 수를 찾아내면서부터다. 한 달간 스스로 학습한 한유아가 가장 달라진 점은 우다영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면서, 보다 적합한 대답을 우선순위에 내놓은 빈도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한유아의 답변을 정리한 우다영은 “유아가 무엇이 더 적합한 답변인지 스스로 판단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회에 비해 생뚱맞은 문장은 크게 줄었다. ‘국민의힘은 30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당대표 TV 토론회를 연다’ 같은 문장을 삭제해야만 했던 첫 대화와 달리 이번엔 대체로 대화의 맥락에 맞는 글이 논리적으로 전개됐다. 다만 답변이 길어지며 화제가 너무 다방면으로 넓게 뻗어 나갔다. 하지만 우다영이 가장 놀란 부분은 한유아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을 취했던 순간이었다. 우다영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볼까란 질문을 던지자, 트리에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 그중 가장 많이 쓰이는 나무가 한국 유래 종인 구상나무라는 사실, 구상나무가 현재 멸종 위기라는 이야기로 이어지는 답변의 흐름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우다영은 “단순히 문장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말하면서 다음에 연결될 만한 주제를 제시하며 뻗어 나갔다. 사람의 대화가 보통 그렇지 않나”라며 “앞으로 학습이 더 진행되면 각자 짧은 편지를 주고받는 식의 대화도 가능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유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단행본 216만 권에 해당하는 863GB의 언어 데이터를 입력했다. 여기엔 표준국어대사전, 위키피디아 등이 포함됐다. 다만 지난 한 달 동안엔 추가 데이터 입력 없이 ‘자체 학습’을 통해 성장했다. 앞으로 한유아는 문학성이 뛰어난 대담집을 집중 학습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 진행될 세 번째 대화에선 추가 학습한 한유아가 나선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 기사 출처 :  문화일보 2022년 12월 16일자 "미래까지 고민한 가상인간 … “트리앞에서 소원빌며 추운 겨울 이겨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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