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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로스트아크에서 재현된 한국판 '빛의 아버지' 2022-07-19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수많은 유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감동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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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파이널판타지14 온라인을 소개하는 마이디 (출처: 드라마 빛의 아버지)

 

"빛의 아버지라는 드라마를 아시나요?"  


'빛의 아버지'는 글로벌 인기 MMORPG '파이널판타지14 온라인(이하 파판14)'에서 '마이디'라는 닉네임을 가진 일본 게이머가 자신의 블로그 '일격확살스샷일기'에 연재했던 게시물입니다. 이 게시물은 게임의 순기능을 잘 표현해서 많은 유저뿐 아니라 파판14 개발사인 스퀘어에닉스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했습니다. 덕분에 TV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죠. 


빛의 아버지는 마이디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퇴직하면서 시작됩니다. 60세가 넘었지만 임원 승진까지 가능했던 그가 그 어떤 이유도 밝히지 않고 퇴직하자 가족들은 의아해 하죠. 이 때 마이디는 길드원들의 조언을 받아 묵묵부답인 아버지에게 파판14를 권유합니다. 게임이 갖고 있는 커뮤니티라는 마법의 힘을 믿은 것이죠.


MMORPG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누군가가 생기게 됩니다. 그 누군가와 좋은 관계가 지속되면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있죠. 길드원들은 마이디와 아버지 사이에서 그것을 유도해 보자는 의도였습니다.


마이디의 목표는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서 아버지와 '트윈타니아'를 처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종 보스는 아니었지만 당시 레이드 단계에서 통곡의 벽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기믹을 난무하는 보스라 충분히 목표로 삼을 만 했죠.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뤄낸다면 자신이 친아들이었음을 밝힐 계획이었습니다.


60세를 훌쩍 넘고 온라인 게임을 제대로 즐겨본 적조차 없는 아버지 입장에서 파판14는 시작부터 커다란 난관이었습니다. 마이디는 자신의 방에서 그런 아버지를 얼굴도 모르는 동료의 입장에서 성심성의껏 도왔죠. 그렇게 게임 내에서 마이디와 아버지의 관계는 가까워졌고 아버지는 자신이 병으로 퇴사했다는 사실을 마이디와 길드원들에게 털어놓습니다.


이후 마침내 눈 앞에 마주한 '트윈타니아'. 마이디와 아버지 그리고 길드원들은 이 거대한 몬스터에게 수십, 수백번 당했습니다. 이것을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될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끝없는 도전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죠.


자신의 목표를 완료한 마이디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아들임을 밝힙니다. 아버지 입장에선 놀라면서도 아들의 노력에 큰 감동을 받은 순간이었죠. 게임을 통해 자신감이 생긴 아버지는 아들과 길드원들의 응원으로 그동안 주저했던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져 이후에도 아들과 게임을 즐겼죠. 아버지의 건강은 회복됐지만 마이디가 20년 12월 10일 암으로 투병 끝에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요시다 나오키 P/D도 애도를 표하며 블로그를 통해 '친애하는 친구이자, 동지인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전했는데요. 이는 모든 파판14 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관계도 오프라인 관계 못지않게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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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련자들도 자칫 실수하면 죽음으로 이어지는 발탄


"로스트아크에서도 꽃핀 아름다운 가족 이야기"


빛의 아버지는 게임이 재미 수단으로써의 의미뿐 아니라 함께 즐기는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뜻밖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가치를 일깨워줬어요. 60세 이상 아버지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글로벌 게이머들을 감동시킨 빛의 아버지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서도 재현됐습니다. 지난 12일 로스트아크 커뮤니티에서 '아빠랑 같이 게임하고 있어요'라는 게시물을 작성한 닉네임 '주현' 유저가 그 주인공이었죠. 아버지와 시즌1부터 꾸준하게 로스트아크를 즐긴 주현은 함께 군단장 레이드를 도전하고 싶어 권유했지만 50대 중반인 아버지는 "늙은 사람은 패턴 공부해도 다 까먹고 민폐야"라며 거부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주현의 아버지가 오레하, 아르고스, 군단장 레이드를 도전하지 않았던 이유는 코멘트에서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헤딩 파티든, 트라이 파티든 진도가 느리면 심한 말을 퍼붓는 유저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요. 주현도 파티를 만들었다가 혹시나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아버지가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많았던 것이죠.


주현의 아버지에겐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카발2라는 게임에서 탱커 역할을 맡은 그가 미숙한 모습을 보이자 파티원 중 하나가 그를 험담했던 사건인데요. 보이스 채팅에 그가 있었던 것을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그 이야기를 들은 주현의 아버지는 조용히 대화방과 함께 게임도 떠났습니다. 


혹시나 이런 사건이 재발하면 아버지가 게임을 안 할까봐 걱정이 됐지만 주현은 로스트아크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군단장 레이드를 아버지에게 꼭 경험하길 원했어요. 커뮤니티에 겁쟁이 아버지의 군단장 레이드 도전을 위해 도와줄 유저를 찾는다는 게시물을 올린 이유였죠. 이때 그는 아버지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족 단위로 함께 즐기는 유저라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어쩌면 꽤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조건.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총 250개가 넘는 댓글에서 부부, 어머니, 아버지, 큰 아버지 등 가족 단위로 로스트아크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 예상보다 많이 나타났죠.


게임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을 질병 코드로 분류할 정도일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눈총을 받으며 게임을 하던 청소년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갑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순기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마련됐어요. 로스트아크에서 주현과 아버지에세 쏟아진 응원이 이를 증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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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 유저 커뮤니티 게시물 스크린샷 中


"마침내 시작된 군단장 도전... 결과는?"


그렇게 모인 파티로 도전한 발탄. 첫 번째 군단장 레이드라 아이템 레벨에 비해 약할 수 있으나 낙사라는 특수 장치로 기믹을 모르면 아이템 레벨과 상관 없이 즉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첫 도전자들에겐 만만치 않은 난이도인 셈이죠. 빛의 아버지에서 도전한 파판14의 트윈타니아와 비슷한 포지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현의 오더에 따라 패턴을 하나씩 익혀가기 시작한 파티원들은 1네임드 루가루에서 1시간 30분 가량, 발탄에서 1시간 가량 소요해서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주현의 아버지에게는 단순 레이드 도전이 아니라 몬스터에 도발 면역 효과 시간이 있어 연속으로 도발 효과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정보를 처음 습득하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죠.


2네임드에서는 지형 파괴로 점점 좁아지는 전투 공간은 도전자들에게 큰 압박감을 부여합니다. 발탄의 묘미이기도 하죠. 수없는 재도전 끝에 주현의 아버지는 당당하게 살아서 발탄 공략을 성공합니다. 로스트아크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선사한 군단장 레이드인 만큼 그도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 채팅에서 고스란히 느껴졌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워로드잖아? 전투태세만 해도 안 넘어지는데 쉬운 거 아니야" 하지만 패턴의 타이밍을 모르고 붙어있다면 잡기 패턴에 걸려 낙사할 수 있으니까 단순히 전투태세만 발동시킨다고 100% 해결되진 않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은 50대 중반의 나이에 군단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초보 유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숙련도에 감탄할 만하죠.


주현은 "정말 뿌듯했다. 86학번 아버지뿐 아니라 게시글을 보고 레이드에 동참한 50대 두 분까지 모두 실력이 점점 상승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며 "발탄이 익숙해진다면 비아키스 노말에 도전할 예정이다"라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주현의 말대로 이 도전은 50대 중반 아버지에게 동년배 친구 두 명까지 만들어줬습니다. 주현의 아버지는 "역시 군단장은 아들을 시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라고 말해 많은 이에게 반전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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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 유저 커뮤니티 게시물 스크린샷 中


보통 나이가 들면 "이 나이에 게임을 어떻게 해"라는 걱정부터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불가능할 수 있는 도전을 함께 극복해서 성취감을 이뤄내는 것이 온라인게임의 매력이죠. 그리고 이번 주현 유저의 사례는 수많은 부모 세대 게이머들에게 도전의 용기를 심어줬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건슬링어로 참여했던 유저 '혜절' 또한 댓글로 "레이드 쭉 진행하면서 글쓴이의 열정과 아버님의 위트 있는 받아치기를 동시에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중간마다 혼자 죽어서 민망해하는 분들을 위해 본인도 같이 죽으면서 분위기를 즐겁게 풀어내는 식으로 도와드렸다. 즐거운 시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는데요. 분위기가 격양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파티원들의 도전정신을 유지시키는 것도 레이드 트라이에서 중요한 요소인 만큼 그의 서포팅도 주현의 도전에 숨겨진 일등공신이라 볼 수 있죠.


소식을 접한 유저들은 "너무 보기 좋다", "나도 저런 아버지가 돼야지", "가족들과 함께 게임하는 모습 너무 부럽다", "금강선 디렉터님이 보면 너무 뿌듯해하시겠다", "나도 엄마랑 같이 게임하고 싶다", "앞으로도 화이팅! 오래 게임하길 바란다", "분위기 너무 아름답다" 등 응원과 감동을 표했습니다.


금강선 디렉터는 게임이 종합 예술 문화로 나아가길 원했죠. 그리고 로스트아크가 그 방향을 선도하는 게임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기능과 요소를 최신화시키고 접근하기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Dear. Friends' 오케스트라는 그 의지의 집합체로 찬사를 받았죠. 그가 실무에서 떠난 지금도 그 의지는 고스란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영화는 나이와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알고 있으며, 쉽게 접하는 문화입니다. 반면 게임은 음악을 비롯해 영화적 연출, 시나리오 등 수많은 문화적 요소를 내포했음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한 느낌이죠. 그래서 주현 유저의 사례가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런 사례를 필두로 앞으로 게임을 함께 즐기는 가족들이 많이 생겨 "우리 아들이랑 게임 중이야", "우리 딸이 레이드 데려왔어"라는 멘트가 특별함이 아닌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문원빈 기자 moon@gametoc.co.kr   


※ 기사 출처 :  한국경제 2022년 7월 19일자 "로스트아크에서 재현된 한국판 '빛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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