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룸, 킹콩, 시저에 이르기까지, 인간 배역보다는 인간 외 배역으로 더 유명한 모션 캡처 연기의 대가 앤디 서키스가 오랜만에 게임 성우를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가 이번에 성우를 맡은 배역은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신작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 원정대)'에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르누아르다.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르누아르는 여러모로 이질적인 인물이다. '33 원정대'의 세계는 페인트리스라는 초월적 존재가 매년 거석에 새긴 숫자를 지우고, 그 숫자에 해당하는 나이의 사람들이 저주를 받아 사라지는 기이하고 잔혹한 세계다. 그 자체로도 끔찍하지만, 더욱 끔찍한 건 그 숫자가 해마다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세계에 노인은 없다. 하지만 르누아르는 다르다. 희끗한 반백의 머리와 깊게 팬 주름 등 영락없는 노년의 신사다.
원정대를 적대하는 입장이라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인간이지만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 늙지 않는 세계 속에서 늙어 있는 인물. 그간 그가 연기했던 인간 외 배역들과 마찬가지로 기묘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절묘한 배우 선정이라고 생각됐다.
그러던 중 앤디 서키스와의 짧은 인터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일지 그리고 오랜만에 게임 성우로 참여한 소감은 어떤지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봤다.
▲ 33 원정대에서 르누아르 성우를 맡은 앤디 서키스
영국의 배우이자 성우인 그에게 본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처음 게임의 스크립트를 받았을 때부터 이 프로젝트에 강한 확신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건 분명히 특별한 비디오 게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고, 성우로 참여하게 됐죠.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 보니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글이었어요"
한국에서는 괴물 연기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다소 의외로 보일 수도 있는 '인간 캐릭터' 르누아르의 목소리를 맡게 됐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 저는 연극 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괴물(크리처)보다는 인간 캐릭터를 훨씬 많이 연기해 왔습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괴물이든 인간이든 캐릭터를 창조하는 접근 방식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제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존재의 '영혼'을 찾는 일입니다. 그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지녔는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행동하는지를 하나하나 파악해 가는 작업이죠. 그건 영화든, 게임이든, 연극이든 마찬가지예요. 연기란 결국 캐릭터를 탐구하고 창조해서 관객과 공유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괴물이든 인간이든, 그 본질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 늙을 수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르누아르
그가 연기한 르누아르는 '33 원정대'의 세계관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페인트리스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해마다 특정 나이대를 저주로 사라지게 만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인으로 어떤 면에서는 주인공들에게 괴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인간이지만, 주인공들과는 다른 인간. 과연 그 차이를 그는 어떻게 연기에 녹여냈을까.
그는 이번 작품에서 퍼포먼스 캡처가 이미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은 성우로서 캐릭터의 감정을 목소리에 녹여내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미 완성된 퍼포먼스 캡처를 보면서 그 안의 감정과 흐름을 파악했고 그것을 목소리로 다시 이어 붙이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작업이었어요"
르누아르는 인간이지만, '33 원정대'의 주인공들이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다. "위험한 괴물이 등장할 것이라 생각한 순간, 플레이어와 주인공들은 노인을 마주하죠. 바로 그 '의외성'이 르누아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연기 과정에서 그는 특히 르누아르가 지닌 감정-분노, 증오, 절망-을 어떻게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감정들은 단순한 악의가 아니라 그가 지나온 고통과 상실의 결과입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플레이어는 그의 내면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죠. 그리고 왜 그가 그런 방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그 과정을 목소리로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 "언젠가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저희 이매지네리엄 스튜디오는 한국과 몇 가지 인연이 있고, 함께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조만간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33 원정대'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턴제 전투에 반응형 액션을 더한 신선한 시스템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33 원정대'는 오는 2025년 4월 24일 PS5, XSX|S 및 PC(스팀,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로 출시 예정이다.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 기사 출처 : 인벤 2025년 4월 22일자 "'33 원정대'에 괴물, 골룸은 없다… 대신 앤디 서키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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