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애도 당신의 플레이를 막을 수 없도록_스마일게이트 접근성팀 최한나 팀장 2026-03-30

게임은 누구나 평등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계다. 게임 속에서 광활한 대륙을 달리고, 강력한 적에 맞서 승리하며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경험보다 강렬하다. 


하지만 시각장애 플레이어에게 게임 속 상황을 음성이나 효과음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게임을 시작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스마일게이트 접근성팀은 '모두를 위한 게임'을 표방하며 장애 당사자를 전문 테스터로 고용해 다양한 보조기기들도 활용하여 모두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일선에서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최한나 팀장을 만나 게임이 나아가야 할 내일의 풍경을 물었다.


20년 전 머드 게임에 머물러 있는 유저를 만나다


접근성팀의 시작은 스마일게이트가 20주년을 맞아 미래를 준비하던 시점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많은 유저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신체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했다. 이러한 판단 아래 탄생한 조직이 바로 접근성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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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팀의 여정은 '국내에도 게임 접근성에 대한 수요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 최 팀장은 시장 조사 과정에서 만난 한 시각 장애인 유저와의 대화를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당시 그 유저는 20년 전 출시된 텍스트 기반의 머드(MUD) 게임을 매일같이 즐기고 있었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새로운 플랫폼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시각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접근성 개선이 단순히 시혜적인 배려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게임이라는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임을 깨달았다.


시장에 없는 전문가, '게임 접근성 테스터'를 키워내다


해외에는 게임 접근성 전문가나 관련 비정부기구가 활발히 활동하며 기업과 협업하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게임 산업 내 글로벌 기업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굴지의 기업은 물론 EA, 블리자드 등은 이미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었다.


당시 접근성 개선 관련 인프라가 부족했던 국내에서 스마일게이트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고민이 필요했다.


최 팀장은 “접근성 연구의 첫걸음은 장애가 있는 유저들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직접 수집하는 '패널 프로그램'이었다.”라며 “장애 당사자가 하루 동안 스마일게이트를 방문해 평소 즐기던 게임을 플레이하고, 팀원들이 그 과정을 관찰하거나 인터뷰하는 원데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운영했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접근성팀은 이를 통해 다양한 장애 유형의 유저들이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저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전문적인 대안 제시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패널들은 무엇이 안 되는지는 말할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개선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회성 방문 방식으로는 지속적으로 접근성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수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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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 팀장은 단순히 현상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으로 전문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장애 당사자 테스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최 팀장은 “장애 당사자만이 줄 수 있는 피드백은 게임의 품질을 높이는 핵심 자산이며, 이를 통해 더 넓은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게임 접근성 테스터' 직무다.


현재 게임 접근성 테스터들은 장애라는 특수성을 전문성으로 승화시켜 실무에 기여하는 인재들로 성장하고 있다. 접근성팀은 패널 프로그램과 접근성 테스터들이 구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게임 실정에 맞는 적정선을 찾아가며 독자적인 체크리스트와 가이드를 정립했다. 이러한 노력은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우수 신직무 개발사례'로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한 도전,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다


스마일게이트 접근성팀의 노력은 실제 게임에 녹아들고 있다. 게임 런칭 전 최종 빌드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치밀한 테스트를 통해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등 신작 게임의 접근성 기능과 UI 개선이 반영됐다. 


접근성팀 노하우는 개별 게임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공유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접근성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공식 연구 기관(MOU)으로 참여해, 국내 게임 접근성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세계 무대에서도 그 가치를 입증했다.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 2025에서 엄선된 선발 과정을 거쳐 초청받은 ‘하이라이트 강연’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게임 접근성 담론을 선도하며,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해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유저의 권리, 귀를 기울이는 것은 개발자의 책임"


인터뷰를 마치며 최 팀장은 “스마일게이트 게임 접근성 테스터들이 경력을 인정받아 다른 게임사로 이직해, 업계 전반에 접근성의 씨앗이 뿌려지면 좋겠다”라며 “특정 게임 하나가 '접근성이 좋다'는 찬사를 듣는 것보다, 어떤 게임을 선택하더라도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포용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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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저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접근성은 여러분의 권리입니다. 더 많이 요구하고 목소리를 내주세요. 문제 삼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또한 개발자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우리 팀의 문을 두드려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유하여, 특정 게임 하나가 아닌 게임 시장 전반적으로 접근성 수준이 올라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여가인 게임이,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되는 현실. 스마일게이트 접근성팀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오늘도 유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모든 유저가 함께 웃으며 플레이할 수 있는 세상, 그 변화의 시작은 이미 우리 곁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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