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처하는 인재의 자세 2019-03-12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한 사유의 결과를 숙지하고 내면화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한다’고 착각해왔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건명원 최진석 원장의 일침이다.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그와 앞으로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과 생각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건명원 최진석 원장


2015년 탄생한 건명원은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뇌 과학부터 문학, 물리학, 철학 등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교수가 모여 19세부터 29세 사이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특별히 보는 자격도, 능력도 없다. 다만 현실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학생을 심층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폭넓은 수업 분야에 좀처럼 과목 간 공통점을 찾기 어려우나 의도한 바다. 학생 스스로 이질적인 학문 사이에서 동질성을 발견하는 ‘은유’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최진석 원장은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삶의 자세’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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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장님의 저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 스테디셀러로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원장님의 창의론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창의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사는 문명을 건설하는 활동을 ‘문화’라고 합니다. 문화란 무언가를 만들어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면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능력이에요. 그런데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과 수용하는 사람이 나뉘면 인간의 위계가 달라져요. 


문화를 만드는 단계를 우리는 ‘자유롭다’ ‘독립적이다’ ‘주체적이다’라고 해요. 나아가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일이기에 ‘창의적이다’라고도 하죠. 또한 보통 이웃에게 적선하거나 연로한 어르신을 도우면 ‘인간적’이라고 합니다. 인간적인 사람은 자신을 넘어선 가치에 관심을 두고 그 관심을 행동으로 표현하기에 주체적이고 독립적일 가능성이 높아요. 현재의 자기를 넘어서 더 크고 넓어진 자기가 되고자 시도하는 사람. 이 사람을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 문화적 존재. 창의적 존재라고 합니다. 또 가장 원초적인 의미에서 인간적인 것이고요.


우리나라가 아직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는 사회라고 본다면 이는 각자 ‘인간답게’ ‘나답게’ 사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창의적인 삶을 추구하기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력해야죠. 동시에 자기답게,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부단히 자문해야 합니다. 


Q. 책에서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가 흔들릴 때 우리만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틈이 반드시 생긴다”고 말씀하신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 주도권은 어떻게 차지할 수 있을까요?

산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우리에게는 대응하는 능력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이질적인 두 요소에서 동질성을 발견해 연결하는 ‘은유력’이에요. 은유력이 있으면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펼쳐지든 자기 욕망에 따라 각 요소를 이을 수 있습니다. 은유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변화에도 대비할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이 시점에 은유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미 생산된 콘텐츠를 따라 하기에 급급하다면 주도권을 가질 야성도 사라지죠. 결국 콘텐츠도 은유력으로 만드는 거거든요. 은유를 통해 별개로 존재하던 닫힌 지식들이 열린 지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는 미래를 보는 것과도 통하죠. 결국엔 은유력을 길러야 합니다.


Q. 그렇다면 기업의 인재에게는 어떤 역량이 요구되나요?

‘이야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이라고 하죠. 모방하기 바쁜 문명에서는 이미 있는 것들 것 세밀하게 재배치하다 보니 논증 능력을 따지죠. 그런데 선도하는 문명에서는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려는 태도를 훨씬 중요하게 여겨요. 또 현실에 없는 세계에 대해 친화력이 있어야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영화로 예를 들면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가 영정 사진을 찍자마자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 이야기를 그리죠.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을 말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위대함이 탄생합니다. ‘창의’라는 것도 결국 기존에 없던 세계의 진실이 드러나는 거에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실제 세계에만 시선이 가는 사람에게서 창의성은 발현될 수 없습니다. 시선이 환상에 가 있어야 해요. 위대한 것은 언제나 환상, 즉 세상에 없던 것을 현실화하며 탄생해요.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합리적인 분석가보다 철저한 승부사가 필요해요. 승부사는 행동이 앞서며 과감하죠.


반면 분석가는 늘 조건을 따지며 가능해 보이는 일만 해요. 사실 실현 가능성이 높을수록 사소하고 쓸데없는 일일 가능성이 커요. 또 그 가능성을 따지는 방법조차 자신의 꿈에 의해 계산된 것이 아니라 기존 사례에 따른 결과물인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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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장님이 말씀하신 인재는 아직 현실에 도래하지 않은 세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게임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발전이 민족적 차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봐요. 지구에서 서구 문명이 주도권을 쥔 이유는 ‘신화’와 ‘기하학’ 때문입니다. 서구 문명을 ‘그리스•로마 신화의 재탄생’이라고 하죠. 또 문명의 발전 관계를 보면 기하학이 발전한 문명이 주도권을 쥐어왔어요. 신화와 기하학은 모두 현실에 없던 것을 현실화한 ‘환상의 세계’이자 게임의 주된 요소잖아요. 이 점에서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을 통해 또 다른 환상을 현실화해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물할 기회를 품고 있다고 봅니다.


Q. 건명원은 새로운 꿈을 추구하는 인재를 양성해 미래에 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인재가 준비되지 않으면 미래는 열리지 않아요. 그럼에도 미래를 막연히 기대하며 시간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울러 미래를 논하려면 먼저 각자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철저히 알아야 해요. 자기가 원하는 미래가 분명한 사람은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실천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가 매우 분명해야 돼요. 따라서 건명원 학생은 미래를 꿈꾸는 자세에 대해 배웁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하기 불가능해 보일수록 진정한 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죠. 누가 봐도 이룰 수 있어 보이는 일은 사소하고 불필요할 확률이 큽니다. 기존 교육과 판이한 건명원의 교육이 가능할지 많이 물어보시는데 이는 전혀 의미 없는 질문이에요. 건명원 교육의 성공 여부는 지금껏 통용된 기준으로는 따질 수 없거든요.  


Q. 학생들에게 꿈을 강조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누구나 하는 표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두고 경쟁해요. 동시에 꿈을 꾸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꿈을 꾸는 단계로 가야죠. 꿈이란 한마디로 ‘고유함’이에요. 내가 온전히 ‘나’로 사는 방향성을 꿈이라고 하죠. 따라서 끊임없이 자문하며 고유함에 집착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비전’이라는 꿈을 따라 움직여야 해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무인양행 등 세계적인 기업은 모두 추구하는 꿈이 있어요. 꿈은 창의성과도 직결됩니다. 꿈, 즉 고유함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할 때 창의성이 발휘되거든요. 리더는 그 꿈을 구성원과 공유해야 하고요. 또 꿈이 있는 사람은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Q. 끝으로 스마일게이트 임직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이 명확하면 개인의 삶이 매일매일 행복해집니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국 눈앞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이진법을 못 벗어나잖아요. 선택마다 꿈을 향한 확신과 집념이 가득하다면 당연히 행복해지겠죠. 만약 어느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 거에요. 따라서 자신만의 꿈에 끝까지 집착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그러면 행복해져요. 스마일게이트 임직원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위 내용은 스마일게이트 그룹 사보인 'Smile Tong: paper'에 담긴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EDITOR's COMMENT 


#최진석 원장의 시선을 읽을 수 있는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

철학은 시대가 마주한 문제의식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따라서 철학을 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 더 높은 차원의 미래를 구축하는 일이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최진석 원장이 건명원 연단에서 5회에 걸쳐 정립한 ‘철학하는 법’을 모아 전한다. 책을 통해 그가 철학하는 인재를 양성하며 전한 내용을 살펴보자.


흔히 철학은 노자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대학자의 필설을 정리한 불변의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최진석 원장이 말하는 철학은 그 반대다. 모든 철학적 진리는 시대의 산물이기에 끊임없이 변하는 동적인 것이며 사유하는 활동 자체를 말한다. 책 제목인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탁월함’이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 ‘사유의 시선’은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높이의 시선을 가리킨다. 즉 이 책은 지금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미래를 개척하고자 철학적 시선을 갖추는 방법을 저자 특유의 명쾌한 문장과 논리로 풀어낸 설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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