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그룹 'D&I(Diversity & Inclusion)실' 백민정 CDIO(다양성·포용 최고책임자)
지난 9월, 스마일게이트 그룹은 다양성(Diversity)과 포용(Inclusion)의 문화를 조성하고 확산하기 위한 D&I실을 신설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조직의 수장으로 백민정 IP사업담당 상무를 CDIO(다양성·포용 최고책임자)로 선임했다. 여기까지 텍스트로만 받아들이면 매우 공식적이고 건조한 보도라 생각하기 쉽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깊은 고민과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의 최초 시도라는 점은 한 가지 사실일 뿐,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백민정 상무를 통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 Q. 스마일게이트 그룹이 D&I실을 신설하게 된 배경과 그 의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D&I에 대한 논의는 ‘스마일게이트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권혁빈 CVO(Chief of Vision Officer)께서는 오랫동안 스마일게이트 재단을 운영하시며 예전부터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포용하는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계셨는데, 이제 이 가치를 본격적으로 조직에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확신 끝에 D&I실을 만들고 C 레벨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결정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창의·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재단 (퓨처랩) 설립부터 지금까지 업무를 맡고 있고, IP 기반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고 있는 인재문화실 조직도 맡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업무들, 문화 콘텐츠 사업, 창의 교육, 인재 육성 등이 D&I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와 매우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어 CDIO라는 역할이 제게 주어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양성과 포용은 어찌 보면 게임업계에서 다소 늦게 시도된 것 같습니다.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에서는 흑인으로 설정된 영국 여왕이 등장하고, 디즈니 시리즈물에는 흑인, 히스패닉,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인종의 히어로가 등장하죠. 하지만 게임은 전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백인 남성 캐릭터가 여전히 우세합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인종과 성적 취향 등을 고려한 다양한 캐릭터가 개발되고 있지만 주류는 여전히 특정 인종에 국한돼 있어요. 스마일게이트는 글로벌향 콘텐츠를 제작하므로, 이러한 D&I 가치를 내재화하고 콘텐츠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가 향후 제작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전체에도 좋은 반향을 이끌어내길 기대합니다.
I Q. 설명을 듣다 보니 ‘다양성’과 ‘포용’이 추상적인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현실로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D&I 개념을 젠더 이슈로 국한에서 생각하지만, 그것은 매우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스마일게이트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은 장애의 유무, 성장 배경, 학력, 경력, 나이, 종교, 문화적 배경 등 각자의 고유성과 특별함을 인정하고 지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모든 개인은 다 다르다, 즉 개인의 고유성이 있다’라는 개념을 기본 전제로 봅니다. 업무적 관점에서는 게임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반영하겠다는 것이고, 조직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인재들을 영입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입니다. 다양성이 기반이 된 포용적 창작 시스템 정립과 조직의 포용 역량 내재화를 동시에 추진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면 결국 D&I 가치가 체질화 된 조직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게 입증되고 있습니다. 구성원 배경의 다양성, 생각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업무적, 문화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D&I실을 중심으로 현 상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고 미래 모습을 그려 나가겠습니다.
I Q. 하나하나 추진할 일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D&I실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R&R(Role and Responsibilities: 역할과 책임)은 어떻게 나뉘나요?
저는 CDIO로서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스마일게이트에 맞는 프로젝트를 설계할 예정입니다.
스마일게이트 산하 여러 계열사 및 사업 조직과의 D&I 기반 협업 구조를 만들고, 이 가치를 공감하는 대외 기관 및 타 기업과도 건강한 파트너쉽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새로 영입된 인재들이 프로젝트 디테일을 챙기며 저와 합을 맞추어 갑니다. 먼저 실장급 인력은 D&I 관련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분입니다. 관련된 전문가들과 D&I 국내 네트워크를 창립하고 끊임없이 D&I 가치 확산을 위한 활약을 해왔어요. 또한 과장급 인력은 자동차회사 엔지니어 출신으로 조직문화 업무를 담당해서 공학적인 면과 교육적인 면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신규 인재 채용도 고려하고 있으며, 각 계열사에 D&I 챔피언을 모집해 계열사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한 다양성과 포용 인식의 전파와 확산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I Q. 아무래도 스마일게이트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D&I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할 텐데요, 관련해서 현재 예정된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포용적 창작 체계(Inclusive Creation Ecosystem)를 도입할 계획입니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D&I 가치가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의 질문과 피드백을 통해 창작 과정 전반에 D&I 가치가 반영되는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콘텐츠 창작자의 표현이 D&I 가치와 부딪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득과 실을 판단할 것입니다. 대중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에서 더 좋고, 콘텐츠로서 재미있다면 창작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죠. 다만 이렇게 했을 때 사회적으로 불거질 문제가 크다면 조율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양성과 포용, 그리고 사업적인 면을 두루 고려해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제가 CDIO인 동시에 IP 사업도 맡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출발점으로 다양성과 포용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본 인지 교육, 무의식적 편견 예방, 문화 다양성 이해 등이 그것인데요, 내년부터 신규 입사자, 승진자, 직책자의 필수 프로그램으로 도입할 생각입니다.
I Q. D&I실 신설을 계기로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변화가 예상되는데요, 어떤 부분이 크게 달라질 거라 예측하시나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PC에서 모바일로 게임 이용 환경이 바뀌고, 게임 인구도 아시안, 히스패닉, 흑인 등 다인종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성 유저의 비율도 커지고 있고요. 또한 미국 게임 유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본인에게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는 비율이 30%나 되었습니다.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부분까지 폭넓게 장애로 인식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이러한 개인의 사회 정체성을 특정 부분에 국한하지 않고 최대한 열어 두면서 포용하는 것은 결국 컨텐츠 향유자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됩니다. 물론 콘텐츠 개발 과정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가 창작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초 개인화 시대에 더 많은 대중들에게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것이죠. 결국 기업의 이익 추구에 있어서도 중요한 측면이 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없애고, ‘늘 그래왔기 때문에 ~할 것’이라 가정(assumption)을 하기보다는 질문의 기회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이끌어내는 유연한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D&I실은 이 같은 변화를 구성원들과 함께 공감하고 시스템적으로 반영하고자 합니다. 가시적으로 채용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처럼 은퇴한 중장년이 입사할 수도 있고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한 청년이 입사할 수도 있죠. 인사 부서와 D&I 가치가 반영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I Q.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관심은 최근 사회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져 가고 있는데요, D&I실의 구성원 외에도 같이 고민하고 참여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스마일게이트 그룹 홈페이지에 D&I 페이지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정기적으로 스마일게이트 구성원들의 궁금증, 좋은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법인에 D&I 챔피언을 두고, 구성원들이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누구든지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 확산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D&I실을 찾을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실행과 운영에는 구성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니까요.
I Q.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전부터 D&I의 가치를 중시해 왔는데요, 인상 깊었거나 영감을 준 사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크게 세 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디즈니는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창작 체계가 굉장히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기획부터 퍼블리싱까지, 그 모든 기간 동안 창작자, 외부 자문단, 유저 자문단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도 다양성과 포용에 관해 대대적인 리포트를 2년 단위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작하는 콘텐츠의 내용은 물론이고 창작자들의 다양성도 얼마나 잘 포용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점검하고 데이터화 하고 있습니다. 그 리포트를 통해 제작진의 다양성이 콘텐츠 다양성과 직결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EA입니다. EA는 장애에 관한 특허 기술을 홈페이지에 오픈 소스로 공개했습니다. 누구나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는데 그 어떤 방해요소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려는 의도이죠. 특히 EA가 만든 Apex 레전드는 다양성과 포용 측면에서 최고의 게임이라고 Newzoo에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인종과 성적 지향성 등을 모두 고려해 캐릭터에 반영했는데요, 재미는 기본이고 의미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I Q. 끝으로 게임업계 최초의 CDIO로서 D&I실을 이끌 목표와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 커리어의 장점은 여러 인더스트리에서 여러 분야의 업무를 하며 스스로도 다양성의 가치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며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저는 제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를 잘 반영하여 D&I 가치를 기반으로 일을 구조적으로 바라보고 시스템화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다양성과 포용이 창작을 해칠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오히려 더 큰 시장과 수익을 가져오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임을 지속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사실 위험을 알리는 것은 쉽습니다. 다만 다양성과 포용이 더 큰 혁신을 가져올 거라는 것을 알리고 입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스마일게이트의 D&I가치 실천으로 세계 속 더 많은 유저들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 피플 인사이트
‘피플 인사이트’는 창의·창작을 중시하는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기업문화를 알리기 위해 관련 인사이트를 가진 인물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해당 인물이 가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스마일게이트가 추구하는 창의·창작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피플 인사이트 #1. “스토브 인디는 창작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든든한 플랫폼”
피플 인사이트 #3. “퓨처랩, 창의∙창작∙창업 생태계에 혁신의 물결을 만들다"
피플 인사이트 #4. “스타트업 투자 유치의 3박자 ‘사람’ ‘팀워크’ ‘시장성’"
-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김영민 상무 (Click)
피플 인사이트 #5. “‘창의·창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다,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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