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상현실(VR), 신기하기만 했던 기술에서 ‘진짜 게임’과 ‘디지털 치료제’가 된 사연 [털게요]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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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중국 최대 글로벌 게임쇼 차이나조이(China Joy)에 참석해 플레이스테이션VR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 '서머레슨'을 했다. 당시 그 게임을 하고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말한 그 날카롭다던 첫 키스의 맛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첫 키스는 액정맛. 그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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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리… 그녀는 그저 빛….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2016년 EVR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테크데모 '프로젝트M'을 했을 때에는 VR 기술이 게임에서 더 나아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사용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이하 ‘HMD’)에 투영되는 콘텐츠와 연동되는 갖가지 유무선 성인 기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VR 관련 행사도 지속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VR은 오랜기간 산업적으로도 엔터테인먼트적으로도 개화하지 못했다. 2016년 골드만삭스의 VR/AR 산업 전망치는 희망의 깃발에서 실패의 상징이 됐다. 골드만 삭스는 2025년까지 AR·VR 시장규모가 18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6년 시장규모 보다 35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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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머 러키는 GDC2013에서 VR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출처 포브스, 타임)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게임개발자콘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 GDC)가 끝난 뒤 공항에서 오큘러스 DK2 개발자 킷을 들고 비행기에 올라탔던 수많은 개발자들 중 태반은 다시 볼 수 없었다. VR광풍을 추종하던 개발사들은 줄줄이 폐업했다.


그런데 요즘 잠잠했던 VR이 재조명 받고 있는 분위기다. 산업적인 가치는 물론이고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VR/AR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7억달러(약 36조6,000억원)에서 2024년 2,969억달러(354조1,000억원)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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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로 기록됐던 VR이 왜 다시 시장에서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 이용자에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 총체적 난국- 불편한 하드웨어, 예측 벗어난 러닝커브, 리텐션 요인 없는 콘텐츠 그리고 멀미


VR게임이 개화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다. 하드웨어 측면과 콘텐츠 측면이다. 여전히 VR HMD(Head Mount Display)는 무겁고 불편하다. 고성능 컴퓨터와 케이블이 필요하다. 그만큼 VR HMD에 다양한 기기들이 들어간다. 당연히 무거워진다. 하지만 가볍고 선이 없으면 게임을 구동하는데 사양이 부족하다. VR 장점인 현실감을 살리기에 그래픽 처리능력이 부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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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면 목근육과 어깨근육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물론 머리에 쓰기 가볍고 무선으로 되어 있어서 활동이 편한 VR HMD 제작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대부분 사양이 부족해 VR이라는 사실을 느끼기 힘들거나 360도 영상을 VR영상이라고 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하드웨어 설치 공간도 보급에 걸림돌이었다. VR HMD는 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션 감지라도 하려면 센서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했다. VR HMD를 끼고 있는 동안 주위에 걸리적거리지 않을 안전 공간 또한 필수적이었다. 오큘러스 퀘스트 기준으로 어느 정도 움직임과 방향 전환을 하는데 최소 1.5m×1.5m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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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둘이 되면 최소 3m×3m… 배치된 가구들을 생각하면 공간 마련이 쉽지 않다.


고성능 컴퓨터, 일정한 공간, 착용 불편함은 VR로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훌륭하다면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VR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했다. 초창기 콘텐츠는 자극적인 영상에 집중했는데, 성인물에 국한돼 굳이 고성능컴퓨터를 구매할 정도의 메리트가 없었다. 성인물 같은 극단적인 영상은 새롭게 진입할 이용자를 사전에 차단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업분야와 더불어 VR기술이 활약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게임분야에서는 처절하리 만치 외면당했다. 이용자를 타게팅하는데 모두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발전 역사를 보면 간단한 게임부터 복잡도가 높은 게임으로 진화해 왔다. 이용자도 마찬가지로 간단한 게임부터 복잡도가 높은 게임으로 학습했다. 하드웨어 성능과 게임제작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이 성장한 영향이다. PC도 콘솔도 PDA도 심지어 보드게임도 같은 과정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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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끊겼던 사람에게 하트 카톡 메시지가 심심치 않게 왔다. 심지어 전 여친도…


학습 커브가 달라진 건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부터다. 이용자들은 기존 PC게임 발전과정을 몇배로 압축해 경험했다. PC게임씬에서 하드코어 단계까지 경험한 이용자들은 모바일 기기 한계와 사용환경의 영향으로 모바일게임은 캐주얼 게임부터 접했다. '애니팡'과 '윈드러너'로 대표되는 캐주얼 게임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시기다. 진입장벽이 낮고 모바일 디바이스가 많이 보급된 덕분에 기존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닌 다양한 계층의 게이머가 게임판으로 유입됐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템플런', '앵그리버드', '길건너친구들', '캔디크러쉬사가' 등이 폭넓은 이용자 층에 어필했다. 예전부터 플레이해온 이용자와 처음 게임을 접한 이용자가 공존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동안 득세할 것으로 보였던 캐주얼 게임 장르는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에서 내려왔다. 모바일 디바이스 발전과 새로 유입된 게이머들이 게임을 학습하면서 복잡도 높은 게임의 시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캐주얼을 지나 미드코어게임이 등장하고 더 나아가 하드코어 게임이 등장했다. 복잡도가 높을 수록 가입자당평균수익(Average Revenue Per User, ARPU)이 높은 경향을 보이므로 게임사 입장에서는 캐주얼 게임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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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복잡해지면서 이런 악세서리들도 등장했다. 


그러다 다중사용자온라인액션역할수행게임(MOARPG)'을 필두로 '수집형역할수행게임(RPG)'이 등장했고 기존 캐주얼 게임에 수집, 성장요소를 더한 게임까지 등장하면서 러닝커브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후 중국과 한국 중심으로 복잡도가 가장 높은 장르인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까지 순차적으로 등장했다.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등장했다. 플레이를 직접 하지 않아도 터치 한 번으로 모든 게 가능한 ‘소탕권’ 등의 개념을 기존부터 플레이하던 게이머나 모바일게임부터 게임을 즐기게 된 이용자 모두 동시에 학습했다. 그들의 학습은 성공적이었고 모바일게임 매출은 기존 PC온라인게임, 콘솔 패키지게임을 가뿐히 뛰어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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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게임은 초창기부터 어드벤처, 액션 등 코어장르 게임으로 접근했다. 사진은 인섬니악게임즈의 ‘엣지 오브 노웨어’ (출처 인섬니악게임즈)


VR게임 제작자들은 생각했다. 캐주얼 게임말고 어드벤처, 액션, 레이싱 등 코어한 장르 게임을 출시하면 시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이미 게이머들은 학습했고 잘 따라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프레타', '엣지 오브 노웨어' 등 VR 초창기 게임은 시작부터 콘텐츠 볼륨과 깊이를 갖추고 시장에 선보였다. 첫 '오큘러스 리프트' 라인업도 그랬다. '건잭', '어드리프트', '크로노스', '이브 발키리', '엘리트데인저러스' 등 처음부터 통상적인 코어 장르로 접근했다.


문제는 하드웨어 보급이나 VR에 대한 대중 이해도가 시장 기대치보다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는 무게나 성능이나 대중이 VR에 가지고 있는 환상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 ‘레디 플레이 원’ 같은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가 실제로 플레이하면 실망하기 일쑤였다. 코어장르를 즐길 만한 코어 게이머에게는 다소 밋밋했고, 모바일게임으로 유입된 게이머에게는 돈과 시간을 들여 즐기기엔 그다지 메리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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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게임을 다룬 영화, 소설, 웹툰 등이 인기를 얻으며 VR에 대한 환상은 더 증폭됐다. (출처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매력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소프트웨어를 볼모로 하드웨어를 구입하고, 사용하게 하는 매력도 부족했다. 킬러 콘텐츠가 없어서 리텐션(재방문) 요인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PC방처럼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레인보우식스' 같은 인기 타이틀이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결국 모두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VR게임 시장은 개화가 늦어졌다. '시리어스샘'이나 '에이스컴벳7'처럼 나름 역사와 전통을 가진 프랜차이즈가 시도 했음에도 호기심 충족 그 이상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코어 장르에서 확장이 어려웠던 VR은 어뮤즈먼트 계열로 시선을 돌렸다. 어트랙션을 마련해 놓고 영업하는 VR방이나 '몬스터VR'처럼 테마파크형 시설이 대두했다. 세계최초 VR 게임존을 표방한 호주 멜버른의 '제로 레이턴시(Zero latency)는 120평 공간에서 좀비와 싸우는 게임을 선보였다. 가격은 인당 약 90달러로 책정됐으나 다른 VR에 비해 우수한 경험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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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4D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느낌?  


다만 테마파크형 VR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정용 VR처럼 리텐션 요소가 부족한 까닭이다. VR 기반의 롤러코스터나, 절벽체험 등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반복할 동기가 부족했다. 게이머가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일반인도 이벤트 형식으로 한두번 방문하는데 그쳤다. 전국 네트워크망으로 연결해 경쟁하는 콘텐츠도 없었다. 몇몇 기업이 VR 콘텐츠를 지속 제작해 VR방에 납품 했으나 관심도가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VR 콘텐츠 개발이 더디고, 콘텐츠 품질도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국 수익 악화는 VR기업이 VR을 포기하고, 축적된 경험을 동력 삼아 메타버스로 선회하는 배경이 됐다. 


VR방은 부족한 콘텐츠 경쟁력과 모호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이용자가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2020년 4월에는 강남 VR방에서 하루 매출 0원인 곳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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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배도 비행기도 FPS도 날 막을 수 없었지만, VR은 30분 정도 지나니 어지러운 느낌이 왔다. 


VR 콘텐츠 대중화가 어려운 데는 멀미도 한몫 했다. 자동차나 배, 비행기를 탔을 때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도 VR기기를 사용했을 때 메스꺼움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뇌 전달 신호들 사이에 혼란이 생겨서 감각이 충돌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감각, 특히 시각과 귓속의 전정기관에 의한 이동/평형 감각 차이가 날 경우 괴리를 느끼고 구토와 같은 반응을 통해 신체를 보호한다는 의견이다.


따지고 보면 VR의 단점은 차 멀미와 비슷하다. 눈은 여러 정보를 보고 있지만 전정기관이 받는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이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콘텐츠를 즐길 때 시각적 자극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뇌에 보내는 반면 전정기관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멀미는 프레임률이 낮을 때 더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성능이 낮은 PC에서 멀미가 더 심각하다. 또 렌즈의 각도, 청결도, 착용감 등도 멀미에 영향을 미친다. 메스꺼움을 경험한 일반인들은 호기심을 충족한 이후 다시 VR을 찾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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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리콜’은 정신없이 움직여도 확실히 멀미가 덜했다. (출처 에픽게임즈) 


다만 2022년 현재 VR을 했을 때 단점으로 지적 돼 온 멀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언리얼엔진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로보리콜’은 이동으로 인한 흔들림으로 멀미가 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 이동을 텔레포트 방식으로 구현했다. 왼쪽 엄지손가락 부근에 위치한 패드를 이용해 자신이 이동할 곳을 지정하면 자동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최적화를 통해 로봇이 대거 등장해도 초당 프레임을 90프레임 이상으로 유지해 멀미를 줄였다. 최근에는 머리가 향하는 곳으로 시야가 함께 돌아가거나 트레드밀 같은 워킹 기기와 연동시키는 등 기술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lectronics and Telecommunications Research Institute, ETRI)이 멀미저감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ETRI의 '휴먼팩터 기반 VR 멀미 분석 및 모니터링 도구'는 사용자로부터 생체신호 정보를 얻어 인공지능AI 로 VR 멀미를 예측한다. 이 기술은 개인 휴대형 생체신호 장비와 연동돼 심리·정신 분석을 위한 SW로 헬스케어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또 ‘VR 멀미 저감용 콘텐츠 저작 도구'를 활용하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VR 요소들을 실시간 조절 가능해 간편하게 멀미를 줄일 수 있다. VR 휴먼팩터 기반 모션데이터 편집 도구도 개발했다. 탑승형 체감 놀이기구에 적용되거나 VR 멀미 및 안전성 분석에 활용한다.


# 반전- ‘오큘러스 퀘스트2’와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등장


한때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VR은 새로운 HMD '오큘러스퀘스트2'로 2021년 반전의 기회를 맞이한다. 경량화, 무선화에 몰입감을 구현한 게임까지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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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퀘스트2 최대 장점은 '가격'과 '무선'에 있었다. 64기가바이트 모델 가격은 41만4,000원이다. 기존 PC기반 VR 하드웨어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고 고사양 컴퓨터를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진입 장벽이 낮다. 무선으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게 게임을 했다. 무게는 전작보다 10% 감소했다. 또 컨트롤러는 조금 더 인체공학적으로 진화했다. 무선인데다 단독으로 구동할 수 있어 어디서든 와이파이만 터진다면 게임이 가능했다. 좋은 무선 공유기와 버추얼데스크탑을 사용하면 고사양 게임도 저렴한 가격으로 구동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오큘러스 퀘스트2는 출시 1년만에 1,000만대를 팔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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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게임계에 전환점을 이뤄낸 ‘하프라이프 알릭스’ (출처 밸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레퍼런스가 등장했다. 밸브가 '하프라이프2' 이후 13년만의 신작을 VR로 출시한 것이다.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VR게임에서 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변 오브젝트와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서 대중과 게이머가 생각했던 VR 경험을 구현했다. 덕분에 밸브는 한달 만에 600억원을 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0년 국정감사에 등장해 호평 받는 게임의 예시로 언급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업계는 '캐주얼→미드코어→하드코어' 순으로 발전해 왔다. 업계는 게이머들이 기존 플랫폼에서 게임장르를 학습해 VR콘텐츠를 빠르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구간을 압축해 선보였다. 하지만 VR 하드웨어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성장이 정체됐다. 그런데 오큘러스퀘스트2는 무선, 가벼움, 저렴함을 무기로 VR게임 대중화 물꼬를 텃다.


# 기대 -대형IP 등장은 플랫폼 확대로 이어져


'쓸만한' 하드웨어가 나오자 VR 게임 씬이 다시 들끓었다. 대형 IP와 기존 흥행작을 VR용으로 재해석한 게임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단순 체험에서 ‘게임다운’ 게임으로 변화가 감지되는 형국이다. 대형 IP가 플랫폼에 들어오고 재접속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로 접근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VR이 단순 어트랙션 엔터테인먼트에서 ‘진짜 게임’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큘러스리프트가 VR HMD를 발표한 GDC 2013으로부터 약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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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건 메타(구 페이스북)였다. 오큘러스 인수 후 VR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메타다. '워킹데드 세인츠 앤 시너스 챕터2 레트리뷰션',  '어몽어스', '고스트버스터즈'를 비롯해 10여개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게임들의 공통점은 인기 IP를 활용해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축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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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리그를 VR로 직접 뛰어볼 수 있는 ‘NFL PRO ERA’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내셔널풋볼리그(National Football League, 이하, ‘NFL’) 공식 라이선스를 받은 'NFL PRO ERA'도 준비했다. 쿼터백이 되어 작전을 지시할 수도 있고 패스, 러쉬, 옵션플레이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게이머들의 플레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르까지 확대한 것이다. 대형 IP 등장은 곧 플랫폼 확대를 뜻한다. 스마트폰도 3년차에 대형 IP가 들어오면서 게이밍 씬의 지배자가 된 바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PSVR2용으로 개발 중인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출처 소니엔터테인먼트인터렉티브)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이하 ‘시에라 스쿼드’)는 제작 기술, 경험 등에 있어서 돋보이는 경우다. 시에라 스쿼드는 전세계 10억 명 이상이 플레이한 스마일게이트 대표 지식재산권(IP) '크로스파이어'를 VR로 확장하는 시도다. 2023년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5에 새롭게 출시하는 PS VR2의 혁신적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헤드셋 울림, 아이 트래킹 등의 실감 기술을 적용한다. 수류탄을 잡아 던지거나 수신호로 동료들과 소통하는 모습 등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세세한 액션까지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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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텐션을 고려한 갖가지 장치도 주목할 만하다. 39개 총기와 60여개 캠페인으로 지속 플레이할 동기를 부여한다. 여기에 고도화된 인공지능(AI)으로 실제 사람처럼 움직이는 적 AI를 구현, VR 현실감을 강화한다. VR 경험을 내세우기보다는 게임인데 VR 경험이 기반인 게임다운 게임으로서 접근이다.


# 또 다른 기회 – 글로벌 개척과 디지털치료제(DTx)


VR게임은 현재 게임사의 사업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얹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해외 판로 확보에서 유리하다. 한국 게임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다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VR게임은 판호 없이 중국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판호는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한 유통 허가권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게임물등급분류처럼 사전 검열을 진행한다. 내자판호는 중국 내 제작 게임, 외자판호는 중국 외 제작 게임 서비스 허가권이다. 최근 판호 발급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플랫폼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VR시장은 10조 여원 규모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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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크지만 더 커지고 있는 중국 VR 시장. 메가 타이틀 하나만 나오면 현재 시장규모 10조는 우스워질수도 있다.


이와함께 전에 없던 영역을 발굴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치료제(DTx)와 관련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DTx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의료업계는 게임산업과 접점을 마련하는데 분주하다. DTx가 '게이미피케이션'에 토대를 두고 있는 영향이다. 


DTx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SW)에 기반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치료제다. 과학적 근거와 엄격한 치료 효과 검증, 규제기관 인허가를 거쳐 치료를 제공한다. 2020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데버RX'라는 게임을 주의력결핍과잉장애(ADHD) 치료를 위한 DTx로 승인했다. 이 DTx 역시 게임에 기반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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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R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외에도 의료, 산업훈련, 국방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출처 국방홍보원) 


DTx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많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게임을 이용한 치료가 늘어나고 효용성이 증명되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운동실행증 환자가 VR기기로 재활해 효과를 봤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VR기기를 활용하면 신약 개발이 어려운 뇌신경계와 신경정신과 질환, 약물 중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뇌 재활치료는 운동·인지·언어치료 등이 있는데 뇌 신경을 재구성해 기능적 변화를 만드는 뇌가소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효과적인 뇌재활은 훈련 양과 질 그리고 실기를 반복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반복할 수 있게 하는 건 동기다. 동기 증강 요인으로는 재미와 보상, 신기한 경험 등이 있다. 이 부분에서 게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VR은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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