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슈퍼 휴먼이 아닌 '친구 같은' 인공지능 2021-09-03

엔터테인먼트 분야 AI 지향성…‘재밌는 AI’와 ‘인간 같은 AI’에 집중

인간의 친구를 대치하는 AI 개념은 불가능…‘친구 같은’ AI 설계 가능

AI_image_1.PNG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마일게이트 AI센터(이하 AI센터)가 지난해 8월 출범했다. 목표는 ‘슈퍼 휴먼이 아닌 친구 같은 AI’다.

 

2012년 딥러닝(DeepLearning) 기술의 등장 이후 AI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2016년에는 이미지 인식과 바둑(알파고), 2017년 피부암 진단과 음성 인식, 2018년 중영 번역, 그리고 2019년 스타크래프트2에 이르기까지 인간 능력에 근접하는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커머스, 영상 스트리밍, 금융 분야에서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콘텐트 및 상품을 제시하는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 상담 분야에서도 AI 챗봇 엔진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외에도 무인 매장,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아트 등 AI 기술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점차 그 활용폭을 넓혀가고 있다.

 

재밌는 AI,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향하다

다만 이러한 AI 기술들은 대체로 인간의 종합적인 능력 보다는 개별 능력을 모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를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 즉 슈퍼 휴먼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기술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즐거움·감동·공감 등 감성적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AI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이 질문 앞에서 AI센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방향을 잡았다. 바로 Fun AI와 Human Like AI다. 직역하면, ‘재밌는 AI’와 ‘인간 같은 AI’다.

 

우선 FunAI는 즐거움·놀람·기쁨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각적, 청각적 상호 작용을 연구해 AI를 유쾌한 내 친구로 개념화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인간의 감성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어떻게 하면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때 AI가 활용될 수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다.

 

두 번째, Human LikeAI는 기존 AI 기술이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 즉 슈퍼 휴먼을 목표로 하는데 반해 최대한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학뿐 아니라 심리학·인지과학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 결과들이 융합되어야 한다. 실제 AI센터는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심리학 박사를 중용했다.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재미있는 AI’를 추구하는 AI센터는 출범 후 지난 1년 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대화 모델, 음성 인식, 음성 합성, 감정 인식, 3D 모델 시각화 등 다양한 단위 기술을 확보했다. 사실 이러한 단위 기술을 하나로 융합하고 조율하는 일은 아직 선행 사례가 없고 난이도가 높은 일인데, 현재 이 부분에 집중해 인간의 기억과 감정의 영역을 AI의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는 괄목할 만한 점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게임 콘텐트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AI기술, 게임 제작 과정을 효율화 하는 AI 기술·게이머의 의견을 분석하는 AI 기술 등을 연구 개발하고 게임 라이프사이클의 모든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스마일게이트그룹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외에도 영화, 스트리밍 방송, 드라마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해 폭넓게 AI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화나 드라마 제작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소요되는데, 이 과정을 AI 기술을 통해 효율화 한다면 비용 절감 등 이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컴퓨터그래픽(CG) 적용 과정에서 사람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AI 기술을 차용하면 제작자의 의도에 맞는 배경이나 인물을 좀 더 쉽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내 일부 서비스에 AI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필자는 인간과 AI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친구를 대치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미시적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친구 같은 AI는 결국 인간과 감성적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AI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인간)의 상태를 다양한 형태(텍스트·음성·얼굴표정·몸동작 등)를 통해 인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AI) 또한 다양한 감정을 지녀야 한다. 목적지향적으로 설계된 현재의 챗봇들은 목적에 부합하는 대화는 잘 할지 몰라도 위의 두 가지 측면 모두가 설계에서 빠져 있다.

 

결국 인간과 닮은, ‘친구 같은’ AI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수집이 선행돼야 한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과정들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학습 방법 관점에서도 인간의 다양한 성장 방식을 모사할 수 있는 방법들이 필요하다. 현재 AI 기술은 한정된 영역에서의 데이터만을 사용하며, 비유하자면 학습방법 역시 선생님이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면서 마주하는 것과 유사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데이터, 특히 문자 형태뿐 아니라 영상·소리·이미지·주위환경 등 멀티모달(Multi-Modal) 형태로 표현된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또 주입식 교육에 해당하는 지도 학습법 이외에도 혼자 고민하는 방식(비지도 학습), 친구와 고민하는 방식(강화 학습) 등 인간의 다양한 학습법들을 더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융합 데이터 인간과 닮은 AI를 만들어  

AI를 둘러싼 윤리적 쟁점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간혹 차별·혐오·편견을 학습한 AI가 사회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AI의 학습 데이터를 최대한 정제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의 데이터가 필요한 현재의 AI 학습 방법으로는 한계를 부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AI의 등장은 기정사실로 인정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인간도 사회적 규범과 법 질서에 영향을 받으며, 이를 어길시 제재와 계도 과정을 거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어떤 AI가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난다면 격리시켜 재학습시키는 방식의 연구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인간과 AI가 공존하기 위한 테스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향후 양자간 진정으로 소통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AI센터에서는 위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HuLiC(Human-Like Competition) 프로젝트를 기획하였고 올해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인간과 AI가 대화함에 있어 (1) AI의 말이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지 (2) AI의 말이 윤리적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데이터들을 구축하고, 최신 AI대화 모델들을 이 기준에 맞춰 평가할 계획이다. 수집된 데이터와 평가 결과를 분석한 리더보드는 HuLiC 프로젝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누구나 간단한 등록절차만으로 개발한 AI 대화 모델의 인간 유사도와 윤리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여 AI업계 전체가 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필자는 KAIST 음성언어연구실(‘음성과 오디오 신호처리에 대한 연구’, 박사)을 거쳐 삼성전자(한국인 최초 MPEG 비디오 표준안 에디터 활동), NHN AI LAB 등에 근무하며 AI 분야를 연구해 왔다. 현재 스마일게이트 AI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AI센터 센터장



※ 기사 출처 : 이코노미스트 2021년 9월 1일자 기사 슈퍼 휴먼이 아닌 '친구 같은' 인공지능 [한우진 AI 세상]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에 실린 모든 컨텐츠는 언론에서 활용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콘텐츠를 기사에서 인용 시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