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스마일게이트인베)는 자사의 최우선 목표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강조한다. 투자라는 행위를 통해 청년 실업이나 사회적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인베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공통된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가 임팩트 투자를 단행한 대표적인 곳이 질병 진단 키트 플랫폼을 개발하는 ‘노을’이다. 2020년 5월 시리즈B 라운드 참여를 시작으로 이듬해 7월 프리 아이피오(Pre-IPO)까지 팔로우온 투자를 진행했다. 노을은 지난해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는 사회적 가치 창출과 기술력, 시장 경쟁력까지 분석해 임팩트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의 전신은 1999년 설립된 MVP창업투자다. 2010년 쏠리드(옛 쏠리테크)가 MVP창업투자 개인 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최대 주주가 됐고, 1년 뒤 스마일게이트가 쏠리드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스마일게이트인베로 재탄생했다. 스마일게이트인베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의 목표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07년 MVP창업투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회사였다. 투자를 받은 회사가 투자한 회사를 역으로 인수한 것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권 CVO가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통해 성공하면서 그 위력을 체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런 이유로 스마일게이트는 창업재단 ‘오렌지플래닛’을 만들어 창업가 육성을 돕기 시작했고, 스마일게이트인베는 오렌지플래닛과 연계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청년 창업가에게 공간과 자금, 멘토링 등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해 기회와 일자리를 만드는 중이다. 현재까지 오렌지플래닛을 거쳐 간 동문사들의 기업가치는 약 3조원에 달하고, 이 과정에서 창출된 일자리만 3700개가 넘는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렌지플래닛에서 만난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 대표는 “우리 회사도, 우리가 투자한 기업도 장기적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VC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면서 2021년부터 임팩트 투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임팩트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래 세대가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일조하는 투자자본이 되고자 했다. 과거에는 열심히 돈을 벌어서 일부를 기부하는 데 썼다면, 메인 비즈니스 내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투자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유럽에서도 연기금 등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평가해 VC 펀드에 출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ESG가 본격화하기 전이지만, 장기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VC는 사이클이 길다. 적어도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데, 높은 ESG 가치를 가진 기업들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데이터를 쌓을 기간이 필요했다.
임팩트 투자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유엔개발계획(UNDP),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등 글로벌 기관의 투자 방식을 살펴보고, 이것을 기준으로 자체적인 평가 지표를 만들었다. 이후 투자심사위원회에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해당 회사에 대한 ESG 리포트를 참고한다. 우리는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이 수익도 좋다’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덕분에 작년 모태펀드에서 ESG 1호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임팩트 투자를 단행한 사례를 설명해달라.
“대표적인 기업이 질병 진단 키트 플랫폼을 개발하는 ‘노을’이다. 2020년 5월 시리즈B 라운드 참여를 시작으로 이듬해 7월 프리 아이피오(Pre-IPO)까지 팔로우온 투자를 진행했다. 인공지능(AI)과 세계 최초로 개발된 고체형 혈액 염색 원천기술을 접목한 플랫폼을 간결한 칩 형태로 구현해 개발도상국의 감염병(말라리아)을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노을 구성원들은 감염병 발생 국가의 보건 증진을 비롯해, 진단기기 1대당 연간 약 8.7t의 물 절약 효과와 오염물질 배출 문제까지 고려하고 있다.
작년 1월 시드 투자를 단행한 더데이원랩은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플라스틱 대체소재는 탄수화물, 단백질로 이뤄져 석유화학 물질을 생산 가공해서 플라스틱을 얻던 기존 재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현저하게 낮췄고 자연환경에서 100% 분해된다. 높은 기술 장벽을 구축하고 원자재 가격의 단가 경쟁력까지 보유해서 시장 확장성까지 보유한 곳이다. 이번 달 시리즈A 투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단순히 임팩트를 창출한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기술력과 창업팀의 역량, 시장 확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노을은 작년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본격적인 스케일업을 기대하고 있는 회사다. 이외에도 임팩트 투자를 진행한 라잇루트, 카이헬스, 니어스랩은 자체 평가에서 AA등급을 받았다. 라잇루트는 재활용 원단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폐페트병 및 폐어망 등에 국한된 상황에서 전량 폐기되는 2차전지 분리막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갖춘 곳이다. 가격과 소재면에서 코어텍스를 능가해 B2B, B2C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엔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창업주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1차적으로 네거티브 필터링(Negative Filtering)을 통해 투자 배제 건을 걸러낸다.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소개서를 검토한 뒤 인터뷰를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 자문기관의 검토도 요청한다.
네거티브 필터링을 거친 뒤에는 임팩트를 측정한다.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크게 여성 역량 강화, 불평등 해소, 교육 보장과 평생 학습, 경제 성장과 일자리, 친환경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등 기준표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다음으로는 ESG 체크리스트에 따라 심사한다. 기업가치 100억원 이하의 회사는 환경 경영 목표는 무엇인지, 인권과 근로조건은 물론이고 전체 직원 중 여성과 장애인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창업자가 과거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이외에도 기업가치 100억원 초과 750억원 이하, 750억원 초과 등에 따라 평가 기준이 더욱 구체적으로 바뀌고, 회사가 커질수록 어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리스크를 모니터링한다.”
─오렌지플래닛과의 연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결국 훌륭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다시 투자를 하는 선순환이 핵심이다. 일시적인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생태계 자체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청년들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어져 가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자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 입장에서는 오렌지플래닛에 입주하는 팀들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오렌지플래닛은 다른 VC보다 우리가 먼저 좋은 회사를 선점하고, 발굴하는 소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뱅크샐러드, 클라썸, AB180, 빅픽쳐인터랙티브 등의 기업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난 회사들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벤처투자가 얼어붙은 것 같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장이 주식시장이다 보니까 주식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한다. 인플레에 고금리,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 미국 대선과 우리나라 총선 등 정치적 이슈도 맞물려서 저점을 확인할 기회도 미뤄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바닥을 확인하는 시점에 전반적인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사실 디테일하게 보면 벤처투자는 경제 사이클과는 무관하다. VC 투자는 보통 5~10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보통 그 기간 안에 경기 사이클이 고점과 저점을 한두 번씩은 찍는다. 투자금 회수 시점에 경기 사이클이 좋아서 더 큰 금액을 회수하고 아니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간다. 오히려 경기 사이클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판단이 들면 기업 가치가 낮은 곳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경기 사이클 상승 국면에 회수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특히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것 같다. 좋은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서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기술과 콘텐츠를 확보한 곳을 우수한 기업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높은 경쟁 속에서도 제이커브(J-Curve) 성장이 가능해 보이는 기업을 찾고 있다. 특히 초기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글로벌을 지향하는 열정과 비전이다. 그다음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전문성과 기술, 경험, 역량이다.
특히 초기기업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좋은 투자 시기라고 판단한다. 최근 3년 연속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스마일게이트인베는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 투자 건수가 2021년 19건, 2022년 45건, 올해는 11월 말까지 40건이다.”
─운용 자산(AUM)이 꾸준히 늘고 있다. 펀드 조성 역량이 뛰어난 것 같은데.
“주요 출자자(LP)로부터 안정적이고 신뢰를 주는 운용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좋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심사역 간, 기업과 투자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만든 덕분이다. 10년 동안 핵심 운용인력 이탈 사례는 2명뿐으로, 업계 최저 수준의 운용인력 이탈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7년 연속 매년 평균 1500억원 규모로 신규 펀드를 결성하고 있다. AUM은 2020년 9200억원에서 올해 1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펀드레이징은 결국 과거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전문성이 있는지 입증하는 일이다. VC의 투자 성과가 곧 역량인 것이다. 2013년과 2014년 결성한 두 개의 펀드는 투자금 대비 2~3.5배의 회수액을 거두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약정 총액 300억원의 애니팡미래콘텐츠투자조합은 몰로코, 마이리얼트립 등에 투자해 3.5배의 회수금을 기록했고 내부수익률(IRR)은 21.1%를 달성했다. 내년 초 청산 예정인 스마일게이트청년창업펀드도 회수총액 약 2배, IRR 10%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당시 조사한 시점 대비 포트폴리오 회사의 고용 수는 1.6배가 늘어났다.”
─스마일게이트인베의 목표는.
“대체투자 분야의 디자인 하우스가 되고 싶다.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예를 들어 현장에서 고객이 ‘이런 집을 원한다’고 할 때 현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듣고 우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히 투자, 펀드 운용 활동을 넘어 우리의 고객인 LP, 스타트업, 소비자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창의적으로 설계해 제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2조원 이상의 AUM이 목표다. 예전처럼 국내 기업에 납품하면서 크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글로벌한 경쟁을 해야 한다. 글로벌 진출이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러기 위해서는 VC도 글로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최근에는 인도 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글로벌 포지션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임팩트 투자 원년으로 선언한 2021년부터는 모든 딜을 검토할 때 창업가의 미션과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적으로 이로운 경우 임팩트 점수를 높게 부여하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임팩트가 높은 투자 자산은 약 30%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2년 12월 ESG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해서 올해 약 10개사 정도 투자도 진행했다. ESG투자는 해당 기업의 내외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사회, 회사 경영상의 모든 이슈를 투자자가 더 밀착 파악하고 기업과 함께 관리해 가는 투자라 생각한다. 투자 기업의 이미지, 가치 제고는 물론 궁극적으로 기업의 생존율과 투자 수익율까지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ESG펀드로 증명하고 싶다.”
※ 기사 출처 : 조선비즈 2023년 12월 6일자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 대표 “개도국용 전염병 진단키트 개발 회사에 투자한 이유... 사회적 문제 해결이 우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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