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모르고 치솟았던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6월부터 최대 20% 낮아진다. 6월 발권하는 항공권에는 유류할증료 27단계(갤런당 410∼419센트)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달 적용한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 대비 6계단 내려간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달 항공권을 발권하면 왕복 기준 최대 112만8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하지만, 다음 달에는 최대 90만3000원이 부과된다. 22만5000원이나 아낄 수 있다.
그렇다면 유류할증료는 어떤 놈이길래 여행 전 기분을 좌우하는 걸까.
그 의문을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플랫폼 스토브(STOVE)에서 즐길 수 있는 항공사 경영 시뮬레이션 ‘플라이 코프 (Fly Corp)’로 풀어본다.
이 게임은 항공사 CEO가 되어 전세계 약 200개 국가와 수천 개 도시를 대상으로 노선을 계획하고 항공기를 취항해 성공적인 수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임이다. 지도를 클릭하고 노선을 연결하는 순간, 그 항공기에 연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곧 체감한다.

유류할증료란 무엇인가
기름값이 오를 때 항공사가 그 부담을 승객에게 일부 넘기는 추가 요금이다. 쉽게 말해 "기름값이 너무 올랐으니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필요한 추가 비용을 승객이 조금씩 분담해달라"는 개념이다.
왜 기본 운임에 포함하지 않고 따로 떼어놨을까. 항공사는 전체 운영비의 30% 이상을 연료비로 쓴다. 유가 변동에 엄청나게 민감하다. 유가가 폭등할 때마다 기본 티켓 가격을 일일이 수정하면 행정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할증료'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항공권 기본 운임은 수개월 전에 책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유류할증료는 매달 국제유가를 반영해 따로 조정된다. 둘을 분리해야 항공사도, 규제 당국도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항공권 가격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기본 운임, 세금, 유류할증료다. 항공사 광고에서 자주 보이는 '편도 XX원부터'는 보통 기본 운임만 표시한 것이다. 여기에 공항세, 출국납부금 같은 세금이 붙고, 마지막으로 유류할증료가 얹힌다. 결제 직전에 금액이 크게 달라 보이는 이유다.

<하이드랜트 펌프 트럭이 지하배관과 연결된 지상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 급유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출처: 대한항공 뉴스룸>
유류할증료는 어떻게 결정되나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싱가포르 항공유(MOPS)의 한 달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MOPS는 'Mean of Platts Singapore'의 약자로,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항공유의 기준 시세다. WTI(West Texas Intermediat, 서부텍사스산 원유)나 브렌트유 같은 국제유가 지표가 오르면 항공유 가격도 따라 오르고, 그 변동분이 다음 달 유류할증료에 반영된다.
최근 두 달간의 평균값을 산출한 뒤 이를 정해진 단계 구간에 대입해 요금을 책정하는 구조다. 유가가 오르면 단계가 올라가고, 할증료도 함께 상승한다. 현행 제도에는 총 33단계가 있다. 단계가 낮을수록 유류할증료가 싸고, 높을수록 비싸 진다. 이번 5월달이 33단계로 역대 최고였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유류할증료는 내가 비행기를 타는 날이 아니라, 표를 결제하는 날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보통 항공사들은 매달 중순(15~20일 사이)에 다음 달 요금을 미리 공지한다. 항공권을 사기 전에 다음 달 유류할증료 예고치를 한 번 확인하는 습관, 꽤 쓸모 있다.
또 한 가지. 결제 없이 예약만 한 상태라면 가격이 확정되지 않아 유류할증료가 변동될 수 있다. 반대로 결제를 완료해 티켓이 발행됐다면 운임과 세금, 유류할증료가 모두 고정돼 이후 요금이 오르거나 내려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빨리 결제해서 확정 짓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고, 기다렸다가 다음 달 인하 효과를 누리는 것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타이밍이 곧 절약이다.

<출처: 대한항공 뉴스룸>
유류할증료의 기준, 유가는 어떻게 정해지나
유류할증료가 유가에 연동된다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유가는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국제유가는 특정 국가나 기관이 결정하지 않는다. 뉴욕(NYMEX), 런던(ICE) 같은 선물거래소에서 수요와 공급, 투자 심리에 따라 실시간으로 만들어진다. 누군가 '오늘 유가는 얼마'라고 공표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트레이더가 실시간으로 매수·매도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저절로 형성된다.
기준이 되는 원유는 크게 셋이다. 브렌트유(Brent Crude)는 북해에서 생산되며 전 세계 거래 중 약 70%의 기준이 된다. WTI는 미국 텍사스에서 생산되며 북미 시장의 기준으로 쓰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경제 뉴스를 볼 때 브렌트 경질유, 텍사스 경질유 어쩌고 하는 게 바로 이거다.
유가를 움직이는 변수는 복잡하다. 석유수출기구(OPEC)+ 생산량 결정, 글로벌 경제 성장률, 지정학적 긴장(중동,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 원유 재고량, 달러 환율, 계절적 수요 변동, 에너지 전환 정책이 모두 얽혀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학 원칙이 기본이지만, 중동에서 포성 소리가 들리면 유가는 그날 바로 움직인다.

환율이 항공권에 끼치는 그림자
유가만큼 강력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변수가 있다. 바로 환율이다.
항공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양의 연료를 사더라도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유가가 제자리라도 원화가 10% 내려가면 항공사가 체감하는 연료비는 10% 오른 것과 같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유가가 조금 올라도 실제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유류할증료는 기본적으로 달러 기준으로 산정된 후 원화로 환산되기 때문에, 환율이 높을수록 우리가 체감하는 금액도 올라간다. 2026년 초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을 때 항공권 가격이 덩달아 뛴 것이 단적인 예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은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동반 상승한 영향이 컸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연료비 부담을 고스란히 운임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 우기홍 부회장은 2026년 4월 사내 게시판에 올린 공지를 통해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 상승과 환율 폭등이 동시에 덮친 결과였다. 대한항공뿐만이 아니었다. 저비용 항공사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비상경영에 들어갔고,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등은 수익성이 낮은 일부 노선 운항을 줄이며 손실 최소화를 꾀했다.
이쯤에서 항공사들이 왜 환율과 유가를 동시에 긴장하며 보는지 명확해 진다. 항공유는 달러로 사고, 항공권은 원화로 판다. 달러가 강해지거나 유가가 오르면 이중으로 손해를 본다. 그 손실을 유류할증료라는 형태로 승객에게 나눠 부담하는 구조가 지금의 항공권 가격 시스템이다.
이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이 연료 헤지(Fuel Hedging)이다. 항공사는 선물 계약을 통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항공유를 살 권리를 확보해둔다. 유가가 치솟아도 미리 계약해둔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 비용 예측이 가능해진다.
선물은 보통 WTI를 기준으로 삼는다. WTI 원유선물(종목 기호 CL)은 거래량이 가장 많은 원유 선물 계약으로, 하루 거래량이 100만 계약을 넘는다.
'선물(先物)'이라는 단어가 낯설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나는 석 달 뒤에 석유 1,000배럴을 배럴당 70달러에 사겠다"는 계약을 지금 체결하는 것이다. 파는 쪽은 가격이 내려가도 70달러를 받을 수 있어 좋고, 사는 쪽은 가격이 올라가도 70달러만 내면 돼서 좋다. 양쪽 모두 미래 가격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이 계약들이 거래소에서 실시간으로 체결되면서 WTI 가격이 만들어진다.
NYMEX WTI 원유 선물은 오클라호마 쿠싱을 인도지점으로 가격이 형성되며 세계 에너지 시장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오클라호마 쿠싱에서 석유를 건네받는 조건'이라는 물리적 기준점이 있어야 계약이 성립한다. WTI는 그 기준점의 이름을 딴 가격 지표다.
2020년대 기준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은 미국이다. 셰일층에서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른바 '셰일 혁명'으로 자국 내 원유 생산이 크게 늘었다. 그 뒤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따르고 있으며, 이 세 나라가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이 모인 OPEC+의 감산 및 증산 발표는 시장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OPEC+가 "다음 달부터 하루 생산량을 100만 배럴 줄인다"고 발표하는 순간, 전 세계 유가는 수 분 안에 움직인다.
트레이더들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가 수요일 오전(미국 동부시간)에 발표되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석유업황보고서다. 미래에 사용할 목적으로 저장해둔 미국 원유 재고량을 추적하는 보고서로, 재고가 예상보다 많으면 유가는 내리고, 예상보다 적으면 오른다.

SAF: 유류할증료의 새로운 변수
기름값과 환율만으로도 복잡한데, 최근 새로운 변수가 추가됐다. 지속가능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다.
SAF는 동식물에서 나온 바이오매스,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돼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원료는 폐식용유, 식물성 기름, 농업 잔여물 등 다양하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면서도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업계의 탄소 중립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SAF는 현재 일반 항공유보다 약 2배 비싸다.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원료 수급도 한정적이라 가격이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유럽 공항에서는 연료 공급업체가 최소 2%의 SAF를 제공해야 한다. 항공사는 환경 규정, 탄소 저배출 항공으로의 전환 부담을 환경 수수료란 명목으로 항공권 가격에 얹히고 있다.. 유럽행 항공권에서 '환경 수수료'라는 항목이 보인다면 바로 SAF 비용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7년부터 국내에서 급유하는 모든 국제선 여객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연료가 들어간다. 항공유 공급자들은 2027년부터 국내 공항 국제선에 항공유를 공급할 때 SAF를 1% 이상 혼합해야 하며, 이후 2030년 3~5%, 2035년 7~10% 까지 늘려야 한다. 한국의 SAF 로드맵은 아시아에서 최초, 전 세계에서 유럽에 이어 두 번째다.
SAF 혼합 의무 비율 1%를 기준으로 국내 전체 국적사 부담액은 920억 원, 그중 대한항공 부담액은 400~45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단거리 노선 가격은 1천~3천 원, 미주 노선은 8천~1만 원가량 오를 전망이다. 지금은 소폭이지만, SAF 혼합 의무 비율이 올라갈수록 항공권 가격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항공권 가격은 왜 실시간으로 바뀌나
유가는 원유 선물 시장에서, 유류할증료는 한 달 단위로 조정된다. 그렇다면 항공권의 기본 운임 자체는 왜 실시간으로 오르내릴까.
이 배경에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있다. 항공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 시스템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가격을 끊임없이 조정한다.
빈 좌석은 곧 손실이다. 항공사는 좌석을 여러 등급의 운임 클래스(Booking Class)로 나눠놓고, 예약이 차오르는 속도와 출발까지 남은 일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인기 노선에 예약이 빠르게 차면 남은 좌석 가격을 올린다. 반대로 출발이 코앞인데 좌석이 남으면 내린다. 이른바 '땡처리 항공권'이다.
항공권 가격이 예고 없이 변동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수익 관리다. 항공사들은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동원한다. 해당 노선의 과거 예약 패턴, 경쟁사 가격, 현재 검색량까지 분석해 가격을 조정한다. 시크릿 모드로 항공권을 검색하라는 팁이 떠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키와 브라우징 기록이 쌓이면 "이 사람 이 노선 계속 보는데?" 하고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노선에 여러 항공사가 운항한다면, 이들 사이의 경쟁도 항공권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가 항공사가 신규 노선을 열면 기존 항공사들도 가격 인하에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항공사들은 실시간으로 경쟁사의 가격을 모니터링하며 전략을 조정한다. 새벽에 저가 항공사가 특가를 내걸면, 다음 날 아침 메이저 항공사도 조용히 가격을 조정해놓는다.
성수기 효과도 강력하다. 추석과 설날 같은 연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항공권 가격이 평소보다 2~3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영향이 극대화된다. 수요가 폭발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가격을 밀어 올린다. 연휴 특가를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역설적으로 특가는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과거 패턴을 분석한 결과 단거리 항공편은 1~3개월, 장거리 항공편은 2~6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출발 1년 전 예약은 오히려 비쌀 수 있다. 적당히 이른 예약이 최선이다.

다시, 플라이 코프
플라이 코프는 KishMish Games가 개발한 항공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각 나라의 공항을 연결하고 비행기와 공항을 업그레이드하며 공항에 수용량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운영해야 한다. 규칙은 단순하다. 연결하고 키워라. 하지만 노선이 길어질수록, 네트워크가 복잡해 질수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플라이 코프에서 플레이어가 겪는 딜레마는 현실 항공사 CEO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선을 길게 뽑을수록 연료비가 치솟는다. 공항을 과하게 연결하면 수용량을 초과한 승객이 쌓인다. 효율이 나쁜 노선을 방치하면 비행기만 날고 돈은 안 들어온다. 여기서 유가가 오른다면? 수익 좋던 장거리 노선이 순식간에 적자 노선으로 뒤집힌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사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 중동에서 분쟁이 터지면 항공권 가격이 뛰는 이유, 같은 비행기라도 언제 예약하는가에 따라 가격이 다른 이유, SAF 의무화가 왜 항공권 값을 올리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억만장자 항공사 CEO를 꿈꾸며 지도를 채워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뉴스에서 유가 이야기가 들릴 때 귀가 쫑긋 선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OPEC+ 감산 발표,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등 게임 밖 뉴스가 게임 안 상황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항공권 가격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구 반대편 유전과 금융시장과 정치적 결정이 한 장의 티켓 위에 쌓인 결과라는 것을.
단, 콘텐츠를 기사에서 인용 시 ‘스마일게이트 뉴스룸’으로 표기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