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다. 2015년 출범했다. 10년 동안 스토브는 더 많은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끊임없이 쌓아왔다.
그 결과 스토브를 수식하는 말은 후삼국시대 견훤의 관직명만큼이나 길어졌다. ‘대한민국 유일의 인디게임 플랫폼’, ‘가장 경쟁력있는 ESD’, ‘원스톱 개발 지원 프로그램 운영 플랫폼’, ‘개발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게임 생태계 허브’ 이자 ‘마니악한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부터 대놓고 B급 정서를 노리고 정신줄 놓은 게임까지 다 모인 곳’, ‘소크라테스가 콘솔 들고 와도 이상하지 않을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게임이 있는 플랫폼’이다. 그 뿐이랴. 도무지 범인(凡人)의 상상력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낯선 괴작들도 드글드글하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강렬한 작품 역시 바글바글하다.
참고로 견훤의 관직명은 검교태위겸시중판백제군사지절도독전무공등주군사행전주자사 해동사면도통지휘병마제치등사백제왕식읍이천오백호다. 한국사 역사상 가장 이름이 긴 관직이다. 하지만 스토브가 더 길다. 그러니까 스토브가 더 대단하다. 오.
“또 졌어?!”
기성 플랫폼들이 검증된 흥행작만을 줄 세우는 동안, 스토브는 덜 알려졌지만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과감하게 소개하고 발굴하며 업데이트해왔다. 그 덕에 스토브는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최후의 방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위치에 올라섰다.
물론 스팀덱이 없고 창작마당이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라이브러리 파편화가 싫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스팀, 에픽, GOG, Fanza, DLSite, 소니, 닌텐도, 마소, 유비, 배틀넷, EA, 맥 앱스토어… 어차피 다 파편화다. 우리 컴퓨터 직박구리도 파편화 그 자체이다. 왜 유독 게임만 통합을 강요하나. 그러니까 스토브를 예뻐해주자.
여기에 더해서 스토브는 싸다! 한글화도 잘해준다. ‘번역공방’에 들어가면 진척도 까지 알 수 있다! 덧붙여 업계 최저 수수료 정책으로 개발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얼마나 좋은가. 그러니까 게임을 보는 안목이 있는 유저라면 스토브에서 쇼핑을 하도록 하자.
초등학교 때 짝꿍 괴롭히는 데 쓰고 봉인했던 뇌를 다시 꺼내 쓰지 않아도, 이 정도면 스토브가 좋은 플랫폼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이제 당신의 스토브 입문을 축하하며, 스토브에서 만날 수 있는 게임들을 소개한다. 선정 기준은 간단하다. 내 마음이다. 반박은 네 말이 다 맞다. 대한민국 게임 소비의 다양성과 깊이를 증명하는 게임들이다. 참, 스토브의 간판 ‘로스트아크’는 뺐다. 말 하지 않아도 전국민, 전세계 MMORPG 유저들은 다 알잖아?!
1. 아톰RPG
포스트아포칼립스에 거대 곤충이 안 나오면 섭하다
스토브의 다양한 생태계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니악한 장르이며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임을, 한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토브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산 폴아웃이라 불리는 아톰RPG는 폴아웃의 향수를 자극한다. 여기에 개발사는 아톰RPG를 시작으로 거칠었던 시스템, 레벨 디자인, 플롯을 후속작으로 더욱 세련되게 다듬었다. 게임명에 ‘인디게임’을 박아 넣은 게임인지라 같이 성장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만 알고 있는 홍대밴드가 공중파에 데뷔했어요!” 같은 느낌이다.
이 러시아산 핵전쟁 RPG는 시대착오적인 UI와 대사, 그리고 절망적인 세계관까지 조화롭게 불편하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이다. 클래식 폴아웃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2. 블랙하트
개발사는 '몰입을 위한 연출'을 위해 다양한 상호작용 기능을 제공한다
겉보기에 상대의 심리를 공략하는 평범한 연애시뮬레이션, 비주얼노벨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들어가면 다르다.
갑질 회사가 스토리 배경으로 등장한다. 기존에 쉽게 보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더해서 ‘아슬아슬하게 안 걸릴 정도로 19금 줄타기’라는 커뮤니티발 바이럴은 이 게임의 정체성을 함축한다. 동시에 스토브의 포용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하다.
개발사는 유저 심리를 정조준 한다. 두근거리는 상황을 느낄 수 있도록 클로즈업 CG를 별도로 제작해 게임에 추가했다. 이 역시 유저의 심리를 잘 아는 대국적 행보라고 할 수 있겠다.
겉은 평범해 보이지만 속은 꽤 신선한 스토브다운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3. 칭송받는자
그래도 정발이잖아~ 한 잔해~
근본있는 애니메이션식 오프닝으로 오타쿠들은 오프닝부터 눈물을 흘리며 시작한다는 그 게임이다. 2002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후 2006년, 2009년 그리고 2018년 기종확대와 리메이크까지 진행한 근본있는 게임이다.
20년 가까이 원작을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출시된 시리즈만 따지면 거의 ‘라스트 오브 어스’나 ‘메탈기어 솔리드3’ 급이다. 물론 체급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이 게임이 유명한 건 2002년 출시 당시 한국에서는 심의를 받지 못했고 일본에서는 성인게임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내용은 제작사가 그 유명한 ‘리프’라는 말로 갈음한다. ‘엘프’ 아니다 리프다. 비슷하지만 다르다. 아무튼 리프의 네임밸류와 노하우가 집대성된 게임이다.
칭송받는자는 벗겨지지 않은 가면을 쓴 인간 하쿠오로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유의 전투시스템 덕분에 일본에서는 리듬 비트 액션게임이라고 불린다. 뭔가 멋진 장르명이다. 생태계 다양성에 힘을 더한다.
스토브는 최초로 PC 플랫폼에서 한글화해 국내에 선보였다. 아쉽게도 전연령판 심의 버전으로 판매한다. 게임이 재미있다면 별 상관없다.
법과 규칙을 지키면서 유저들의 어두운 욕망까지 배려하는 스토브의 매력이 또 한 번 드러난다.
4. 클레르옵스퀴르: 33원정대
스크린샷마저 평범치 않다
신생게임사의 게임이지만 엄청난 몰입도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벌써부터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스토브에서 발굴하고 서비스하는 갓겜이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링크로 대체한다. 결코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다. 정말이다.
만약 스토브라면 귀찮아서 게임설명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게임도 게임성만 있다면 입점시킬 포용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5. 과몰입금지, 모태솔로
과연 연우는 키스한 상대를 찾아 원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FMV(Full Motion Video)의 새로운 시대를 견인하는 플랫폼, 스토브다. FMV는 1980년대 레이저디스크가 도입되면서 등장한 장르다. 윙커맨더나 가브리엘나이트 등 당대 AAA게임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90년대 폴리곤의 발전으로 사라졌었는데 요즘, 압축기술, 촬영기술의 발달로 인디 쪽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과몰입금지, 모태솔로 등이 대표적이다. 다 스토브에서 해볼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의 마음은 생존에 필요한 여러 회로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회로는 무의식적이고 반응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인간 외 동물도 마찬가지다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us)'이라는 개념이 이를 설명한다.
틴버겐의 실험에 따르면 새는 진짜 알보다 알의 특징을 과장한 가짜 알에 더 집착했다. 실제 알이 아니라 알의 특징을 극대화한 가짜 알을 가져다줄 경우 새는 진짜 알을 버리고 가짜 알을 품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본능적으로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에 끌린다. 그러므로 FMV 게임을 소비하는 걸 부끄러워말자. 스토브에 많다. 하나하나 취향을 찾아보자.
6. 액션대마인
방어력과 노출도는 반비례한다고 했는데 왜 방어력이 높아 보이지?
섹시하고 화끈하고 통쾌하고 아찔하다. 80~90년대 버블이 가득했던 일본의 그 시절 고품질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캐릭터 디자인과 질감에 놀란다. 액션 쾌감에 또 한 번 놀란다. 근본 없는 줄 알았더니 전투시스템은 꽤 정교하다.
온 몸을 압박하는 라텍스 옷을 입은 캐릭터는 가쁜 숨소리 없이 다양한 액션을 소화하지만 플레이어의 숨은 점점 거칠어진다.
서브컬쳐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인생의 승리자로 여겨지는 김용하 PD의 모에(萌え)론에 따르면 절대영역, 소녀앉기, 큰 눈, 더블테일이 대표적인 모에요소다. 액션대마인에 다 들어있는 것이다. 심지어 첫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이가와 아사기, 이가와 사쿠라, 미즈키 유키가제에는 이 같은 기믹이 모두 들어가있다.
그렇다. 이 게임은 대놓고 즐기라고 만든 게임이다. 처음에는 플레이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끄러움이 온 몸을 감싸지만 잠시일 뿐이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유저들이여.
7. 러브인로그인, 썸썸편이점, 러브딜리버리
아니 ROG 막시무스랑 스트릭스를 시켜놓고 이런 말을 한다고?! 넘모 귀엽자낭...
불타는 마음이라고는 한 여름 CPU와 GPU가 내 뿜는 열기 외에는 경험하지 못한, 따스한 손길이라고는 한 겨울 게임으로 과열된 핸드폰을 잡은 손 밖에 느끼지 못했다면 이 게임을 만나보자. 스토브와 함께라면 최고로 멋진 연애를 할 수 있다.
스토브에는 비주류 장르인 연애시뮬레이션이 한가득 있다. 모에모에한 게임부터, 플라토닉 그리고 다소 수위 높은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한 욕구, 다양한 타겟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세밀한 큐레이션도 준비되어 있다.
상상만했던 알바하면서 연애까지 가능한 경험이라니! 스토브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당신 같은 방구석 모솔에게는 교보재로서도 유익하게 사용된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캠퍼스러브스토리 이후로 연애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스토브 덕분에 부쩍 많이 하게 된다. 어릴 땐 왜 연애와 결혼에 그렇게 열심이었나 싶은 후회가 몰려온다. 그냥 게임이나 하면서 만족할 걸… 본격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철학적인 게임이다.
이쯤 되면 본격 인생 반성형 시뮬레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8. 포스탈 4: 후회는 ㅇ벗다
후회는 ㅇ벗다
‘포스탈4: 후회는 ㅇ벗다’는 스토브 한글화의 높은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제 때문에 엉큼한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전혀 그런 게임 아니다.
본래 부제목은 'No Regerts'인데 'No Regrets'의 의도된 오타다. 이 오타를 한글화하면서 아주 멋지게 초월번역했다. ㅇ벗다는 없다의 오타다.
포스탈 시리즈의 한글패치는 포스탈2이후 무려 14년만이다. 듀드, 시민들의 대사나 매뉴얼, 컷신까지 모두 한글화가 적용된 시리즈 최초의 작품이다.
여러모로 시리즈 고유의 재치있는 모습이 건재하다. 팩맨, 폴아웃, 등을 패러디한 모습이나 과거 유명했던 카마겟돈을 패러디한 파마겟돈도 볼 수 있다. 태아모양의 ‘자궁코스터’나 ‘G-spotter’라는 회전형 놀이기구 등에서 특유의 정신나간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메타크리틱 평론가 평점은 30점으로 낮지만, 개발사는 이는 ‘의도된 평가’라며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메타크리틱 유저평가점수나 스팀에서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포스탈 시리즈가 지금까지 그래왔듯 성향차이에 의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소시포패스의 심리상담같다. 불편한데 묘하게 힐링됨!’이라고 평을 했다.
실제로 최적화와 버그를 빼면 평가는 좋은 편이다. 그러니까 한글화까지 갓벽하게 해낸 정식 작품을 스토브에서 직접 즐겨보며 판단해보자.
참. 게임 외적으로는 21년만에 국내 공식 심의를 받은 시리즈다. 스토브는 국내법을 지키며 사업을 영위한다.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스토브
지금까지 스토브의 아득하고도 다양하고도 멋진 생태계를 아주 살짝 살펴봤다. 스토브에는 ‘주인님, 세이라가 꿈만 같은 끈적달콤 봉사를 해드릴게요’ 처럼 제목만 보고는 차마 사무실에서 다운받아 해볼 수 없었던 게임이라든지 전통마작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마작일번가’라든지 다른 플랫폼에 찾아보기 힘든 게임이 참 많다.
3,000개가 넘는 게임을 보유한 스토브에는 큐레이션 시스템이 있다. ‘스토브크루’가 쏟아내는 리뷰도 있다. 덕분에 유저는 넘쳐나는 게임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을 수 있다. 어서 들어가서 취향을 탐색하고 멋진 게임들을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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