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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게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2019-09-19

 

가상현실(VR)은 오래된 미래다. VR은 높은 시장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환멸이 반복되며 대중화 직전의 문턱에서 맴돌았다. 마치 가능성만 확인받은 채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하곤 하는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하지만 여전히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은 시장 가능성을 보고 VR 기술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또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5G 네트워크와 결합한 실감형 콘텐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대중화 문턱에 서 있는 VR은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설다. 이 경계를 넘어서는 게 VR 시장의 관건이다.


게임은 VR의 대중화를 앞당겨줄 첨병으로 꼽힌다. 가상의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이 극대화된 게임은 VR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콘텐츠다. 가상현실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내가 아닌 게임 속 캐릭터의 모습으로 현실에서 상상만 했던 일들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VR 기술은 실제와 괴리가 있다. 영화는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면 VR과 VR 게임은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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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을 다루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출처: 네이버영화)> 

 

|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몰입감


VR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몰입감을 극대화해 가상 세계를 현실처럼 느끼도록 만든다. 인간의 감각을 속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VR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인간의 오감을 제어해 현실 너머의 가상 세계 속에서 경험의 확장을 추구한다. 지금은 옛 추억이 돼버린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퍼펙트 센스' 특집을 진행한 바 있다. 여러 장치를 이용해 멤버들의 오감을 속여 자동차에 탄 것만으로도 헬기에 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다. VR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인간의 오감을 속여 가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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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서덜랜드가 고안한 최초의 HMD (출처: 튜링상 홈페이지)> 


하지만 아직 VR이 구현하는 감각은 시각에 치중돼 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통해 사용자의 눈앞에 디스플레이를 밀착해 시각을 속이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1968년 유타 대학의 이반 서덜랜드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당시 이반 서덜랜드가 고안한 HMD 장치는 무거운 무게 탓에 천장에 고정된 형태로 쓸 수밖에 없었다. 현재 HMD는 별도의 추적 센서나 PC·스마트폰과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독립형 헤드셋으로 발전했다. 올해 5월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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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형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 (출처: 오큘러스)> 


VR 게임은 HMD 기기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VR 게임의 큰 장벽 중 하나는 '사이버멀미(Cybersickness)'다. 자동차나 놀이기구를 탈 때와 마찬가지로 VR 콘텐츠를 즐길 때 어지럼증이나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이버멀미는 감각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다. 쉽게 말해 몸은 가만히 있는데 눈앞에서는 난리부르스를 추기 때문에 뇌가 어쩔 줄 모르는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HMD 기기는 해상도를 높이고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VR 게임은 HMD의 트래킹 장치를 활용해 사용자의 시선과 게임 내 화면을 일치시켜주는 등 VR에 적합한 방식 게임을 디자인해 토사물이 입 밖으로 뛰쳐나오는 불상사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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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는 VR 게임의 큰 장벽이었다 (출처: 플리커, Chris Winters CC BY-SA 2.0)> 


VR 게임의 삼박자: HMD, 게임, 플랫폼 


에픽게임즈에서 2017년 내놓은 '로보리콜'은 VR 게임의 특성을 잘 살린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1인칭 슈팅 게임인 탓에 높은 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멀미 현상을 게임 디자인으로 잡았다. 게임 속 캐릭터의 이동 과정을 순간이동으로 처리해 감각 정보의 불일치를 최소화했으며,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컨트롤러를 활용한 다양한 장치들로 몰입감을 높였다. 하지만 아직 HMD 기기 자체가 대중화되지 않은 탓에 기존 게임을 VR로 변환하거나 체험 위주의 단순한 게임성을 가진 VR 게임이 대부분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VR방에서 일회성으로 체험할 수 있는 어트랙션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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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슈팅게임 ‘로보리콜’ (출처: 에픽게임즈)>


VR 게임 시장은 크게 HMD 기기, 게임 콘텐츠, VR 게임을 온·오프라인으로 유통하는 플랫폼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이 삼박자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시장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투자해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 VR 시장이 무르익은 뒤 탑승하려고 하면 앞선 플레이어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이 같은 맥락에서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사 중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VR 기술에 대한 개발과 투자와 함께 플랫폼 계열사까지 갖춰 장기적으로 VR 시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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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의 연애 어드벤처 VR 게임 ‘포커스온유’>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자체 개발한 연애 어드벤처 VR 게임 '포커스온유(FOCUS on YOU)'와 잠입 액션 어드벤처 VR 게임 '로건(ROGAN : The Thief in the Castle)'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두 게임 모두 단순한 육체적 체험에 의존하는 대신 스토리텔링을 통한 영화적 체험에 중점을 뒀다. 포커스온유는 캐릭터와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해 여주인공 '한유아'와 직접 대화할 수도 있다. '로건'은 잠입 액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 기술로 제작한 3D 입체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가상 공간에서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통해 적을 감지하고 몸을 숨길 수 있다.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적 체험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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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게이트의 잠입 액션 어드벤처 VR 게임 ‘로건’>

 

스마일게이트는 플랫폼 서비스도 함께 만들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 스토브는 지난 2월 VR 매장사업자 전용 플랫폼 서비스 '스토브 VR'을 내놓았다. 80여 종의 VR 콘텐츠, 매장 운영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스토브는 VR 플러스, 캠프 VR, 브라이트, CJ헬로, 콩VR 등 다양한 메이저 VR 매장 사업자들과 서비스 계약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KT, 병영 복지 서비스 전문 기업 케이프렌즈, VR 콘텐츠 공급사 실감 등과 함께 경기도 양주 소재 육군 부대 내에 장병들이 VR 게임 등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컴플렉스’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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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장병들도 VR 게임을 즐기는 시대>


다가올 VR 게임의 미래 


VR 게임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HMD를 비롯한 VR 기기의 발전에 따라 VR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의 폭도 확장될 전망이다. VR이 구현하는 감각은 아직 시각 중심이지만, 시각 외 다른 감각을 채워주는 기기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VR글러브 사는 물체를 잡았을 때 압력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스마트 글러브를 출시했으며, 국내 스타트업 태그웨이는 영상 속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기기 '써모리얼'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HMD 제조사들은 하드웨어적, 가격적 장벽을 낮추고 있다. 5G를 통해 HMD 구조를 단순화하고 무게를 낮춰 착용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값싼 보급형 HMD를 내놓는 식이다.


현재의 VR은 '가상'이지 '가상현실'은 아니다. 물리적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햅틱슈트 등 오감을 채워 넣는 노력과 함께 꾸준한 콘텐츠·플랫폼 투자가 병행된다면 언젠가 <레디 플레이어 원>이 보여준 가상현실도 가능하지 않을까. VR은 기대와 환멸의 반복 속에 '가상현실'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EDITOR's COMMENT  


#이기범 블로터 기자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보는, 디지털 전문 미디어 블로터(BLOTER)의 IT 전문 기자.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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