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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스타를 앞두고 본 게임쇼 관전 포인트 [털게요]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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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가 다가왔다. 올해 지스타는 지난 몇 년과 달리 기대가 크다. ‘마비노기 모바일’, ‘카트라이더:드리프트’,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신규 지식재산권(IP)과 흥행작의 속편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지스타는 신작과 시연이라는 게임쇼의 핵심과 거리가 있었다. 마치 좋아하는 짝꿍을 괴롭히는데 사용한 후 말라버린 내 창의성 마냥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중심 행사 일색이었다. 코로나19 팬더믹 영향에 상황은 더 심해졌다. 사회, 경제적 변화와 각 게임사 이슈가 겹치면서 신작 갈증이 심화됐다. 팬데믹 상황을 감안해도 제대로 볼 것이 없었다.


지스타와 같은 게임쇼의 핵심은 신작 발표와 시연이다. 이는 게임쇼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게임쇼의 '쇼'는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시각적인 의미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전람' 의미가 좀 더 강하다. 소개, 교육, 선전 따위를 목적으로 물품이나 서비스를 일정한 장소에 모아 진열해 놓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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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 마지막으로 갔던 오프라인 지스타 2019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신상을 직접 만지게 만들면 효과가 더욱 좋다. 중고차 딜러가 “에이, 일단 앉아보시라니까요?”라며 운전석에 앉히는 것처럼 구매자들에게 직접 상품을 경험하게 하고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다양한 상품이 모여있는 곳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가장 화려한 순간을 독차지해야 한다. 충격을 선사하면 화제를 독점할 수 있다. 화려한 순간은 그 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주목도를 결정하기도 하고 향후 몇 년의 향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게임 혹은 하드웨어 생산, 판매자는 신작발표와 동시에 가장 큰 이슈 몰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고민의 연속이 지금의 게임쇼다. 최근에 들어서 B2C 성향 시연과 각종 부대 행사가 결합되면서 축제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지만 본질은 신작을 어떻게 발표하느냐 언제 판매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기대감을 키우느냐가 게임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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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1995년 E3다. E3에서 소니와 세가는 새로운 콘솔을 발표했다.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던 세가는 북미시장 출시를 통해 반등을 노렸다. 시장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선공을 가했다. 399달러. 세가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세가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세가 발표 직후 콘퍼런스를 진행한 소니는 한마디만 하고 연단을 내려왔다. “299달러”. 시장은 모두 소니에게 주목했다. 북미 시장 경쟁을 위해 무리하게 출시 일정까지 당겼던 세가는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타이틀 수급에도 실패하면서 콘솔 시장에서 참패했다. 이 발표는 게임쇼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표로 기억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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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엑스박스 공식 유튜브


게임쇼는 이렇게 신작을 새로 공개하는 맛에 따라 흥행 여부가 결정된다. 게임쇼에서 선보인 신작에 게이머는 환호하고 기대감을 키운다. 2019년 E3 '사이버펑크2077' 행사에서 영상 마지막에 등장했던 키아누 리브스는 암전 후 바로 무대에 올라섰다. 그가 게임 출시일을 발표할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게임 만듦새를 떠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콘텐츠로서 당시 '쇼'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가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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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인 경험은 2015년 E3에서였다. 소니 컨퍼런스에서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졌을 때 현장은 흥분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질러 대는 환호성은 풍압으로 변했고 지축을 흔들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스트리밍으로 보던 사람들도 열광했다. 스퀘어에닉스 주가는 발표와 동시에 4%가 올랐다. 어떻게 신작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게임쇼의 꽃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 한번 알려줬다.


관심을 많이 받는 신작에는 ‘산업스파이(?)’가 달라붙기도 한다. 2015년 지스타에 출전한 넥슨 ‘듀랑고’는 시연기기가 루팅 당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중국에서 빌드를 훔쳐갔다는 의혹이 생겼다. 다행히 곧 베타를 시작할 것이었기 때문에 시연버전이 나가도 큰 피해가 될 것 없다는 이은석 디렉터의 답변으로 마무리됐다. 기대감이 해프닝을 낳았고 이런 해프닝은 출시에 대한 더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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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게임쇼에서 반대의 의미로 충격을 주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실속은 없고 겉으로 보여주기 위해 허울 좋게 내세우는 ‘쑈’로 조롱거리가 된다. 게임쇼 태생이 기대감을 충족시키느냐 못하느냐, 기대감을 만드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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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게임쇼가 본질은 지키고, 변화하는 기류에 맞춰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개최 시점이다. 기존에는 E3처럼 연말 특수를 대비하는 스케쥴을 선호했다. 1995년 시작된 E3는 6월 즈음 열린다. 연말을 6개월가량 앞둔 시점이다. 신작을 발표하고 기대감을 형성하고 연말 발매하는 황금 스케쥴을 완성할 수 있다. E3에서 발표하고 게임스컴, 동경게임쇼에서 기대감 재형성, 시연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접근인 시절도 있었다. 디지털 다운로드가 일반화된 최근에는 약간 퇴색한 감도 있으나 '콜 오브 듀티'나 '헤일로' 같은 거대 프랜차이즈들이 매년 사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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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이 일찍이 발달한 국내 게임시장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이후 학생 수요 확보와 겨울방학 특수를 겨냥했다. 그래서 신작, 업데이트 발표를 연말에 할 필요성이 높았다. 지스타 전신인 ‘한국게임기기 및 소프트웨어전’과 ‘대한민국게임대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최시점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고전적인 게임쇼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신작 발표 시기도 점점 연말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또 종합게임쇼보다는 온라인 쇼케이스나 대형 퍼블리셔 중심의 쇼케이스가 정착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게임쇼를 찾는 주요 고객도 달라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에 생겨난 게임쇼들은 좀더 B2C 경향이 강하다. 브라질 게임쇼, 파리게임위크, 영국 유로게임엑스포 등은 디지털 다운로드 활성화, 프리 투 플레이 확산 등에 힘입어 직접 구매고객에게 경험을 전달하는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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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오래된 북미 B2C 게임쇼 팍스가 축제와 모객에 집중했다면, 그래서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에 활성화된 게임쇼는 바이어 범위를 최종 소비자인 게이머까지 늘려 유통을 용이하게 하고 더 이상 게이머들만의 문화가 아닌 좀 더 대중에게 열린 문화로서의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라지거나 성격을 바꾸는 게임쇼도 있다. 지금은 플레이엑스포로 바뀐 굿게임쇼가 대표적이다. "굿게임이 있다면 베드게임도 있다는 거냐"라는 웃지 못할 논리가 실제로 받아졌을 만큼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이 낮은 영향이다. 전신인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이 규모를 키웠으나 기능성 게임과 착한게임보다는 레트로, 지스타에 참여하지 않는 일본계 콘솔 게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렇게 방향성을 잃은 행사는 사실상 없어지고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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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엑스포는 상반기 수도권에서 하는 게임쇼라는 점 말고는 딱히 특징이 없는 게임쇼였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험 사업 중인 리뎀션 게임을 선보이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뎀션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점수 또는 점수가 기록된 티켓을 모아서 원하는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국·일본·중국이나 영미권, 서유럽 국가에서는 게임장뿐 아니라 식당가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2007년 이후 법으로 금지됐다. 전체 이용가 게임이고, 이용자 능력에 따라 점수를 획득해도 국내 아케이드 게임이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규제에 초점을 맞춰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뎀션 게임은 침체된 아케이드게임을 가족 친화형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형 복합놀이 문화시설로서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으로서 게임쇼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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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게임쇼는 변화하고 있지만 신작과 시연이라는 축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올해 지스타는 그런 점에서 기대가 크다.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서, 개발 진척도를 차치하더라도 각 회사가 플래그십으로 밀어주는 타이틀들을 공개하고 시연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몇 년간의 지스타에서 느낄 수 없었던 게임쇼 다운 게임쇼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행사 흥행을 위해 불러들인 인플루언서와 유튜버가 점령한 팬 미팅장 말고 게이머들이 휴대용 의자 들고 다니면서 신작 시연을 기다리는 모습이야 말로 진정한 게임쇼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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