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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들, 오랜만이야! 로스트아크 성우 이장원 인터뷰 2021-02-04

“용광로를 지펴라, 망치를 꺼내라!” 


로스트아크의 모험가라면 누구나 ‘바훈투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시즌 1에서는 재련 담당 NPC로 유저들에게 기쁨과 좌절을, 시즌 2에서는 이벤트 퀘스트를 통해 푸짐한 보상을 선사했던 바훈투르. 로스트아크 게임 커뮤니티에서 ‘바훈투르’를 검색하면 ‘방금 바훈투르 참교육하고 왔다.’, ‘바훈투르를 또 보다니.’, ‘자꾸 보니 정이 가네.’라는 글들이 쏟아질 정도로 유저들의 애증이 담긴 캐릭터다. 특히 인게임 연출 중에서 바훈투르가 부른 <로맨틱 웨폰>은 영화 OST 급의 퀄리티로 유명한 로스트아크의 사운드트랙 중에서도 명곡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바훈투르’ 캐릭터의 배경에는 이장원 성우의 노력이 있다. 일명 ‘갓장원’으로 통하며 성우계에서도 특별한 인기를 자랑하는 이장원 성우는 24년 동안 성우 활동을 해온 베테랑 성우다. 로스트아크에서는 바훈투르부터 감미로운 목소리의 베르베로, 장인 우르르와 창천 비무제 해설자 등 다양한 캐릭터와 OST를 통해 유저들과 만나왔다. 로스트아크와 오랜 인연을 가진 성우이자 실제 플레이어로서 게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장원 성우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노력으로 무장했다. 로스트아크 이장원 성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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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우 겸 배우로서 두 분야를 열심히 뛰고 있는 이장원입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1997년 KBS 공채 26기 성우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성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로스트아크에서는 바훈투르, 베르베로, 창천 비무제 해설자, 장인 우르르 등을 연기했습니다. 



Q2. 연극영화과를 나와서 다른 영역인 성우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제 인생에는 성우가 없었어요. 졸업 후 꾸준히 연극을 했었고, 그 와중에 우연히 성우분들과 연극을 한 적이 있었죠. 어느 날,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나오는 길에 방송국 로비에서 같이 연극하던 성우 친구들이 원서 배부를 하는 걸 봤어요. 무턱대고 원서를 쥐여 주는 친구의 요청에 집에 원서를 들고 왔죠.


평소에는 아버지가 제 방에 들어오시지 않는데, 운명이었는지 하필 그날 책상 위에 놓인 성우 원서를 아버지께서 보셨어요. 그리고 저를 끌고 시험장으로 가셨죠.(웃음) 물론 시험이니까 최선을 다해서 봤는데, 이게 덜컥 붙어버렸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었는데, 성우도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발음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배역을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에서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있었죠. 



Q3. 우연히 시작했지만 지금은 24년 차 베테랑 성우가 되셨어요. 오랜 성우 경력을 이어오게 된 동기나 특별한 비결이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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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역시 돈을 벌기 위해서죠.(웃음) 장난이고, 성우는 묘한 ‘성취감’이 있어요. 한 작품이 끝났을 때 오는 성취감. 여러 번의 연습 끝에 내가 맡은 캐릭터와 목소리가 착 달라붙었을 때의 성취감과 이를 통해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을 때의 만족감이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스스로 더 노력해서 잘하고 싶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오래 하게 된 비결이라면.. 주변에 오래 성우 생활을 한 선배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가 있으시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운이 좋은 게, 요즘 성우분들은 다 목소리가 멋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멋있거나, 중후한 목소리보다는 쇠스랑 소리, 긁는 소리를 더 많이 내요. 이런 목소리가 희소성이 있어서 인정받게 된 것 같아요. 멋있는 목소리를 가진 후배분들에게 감사하죠.(웃음) 



Q4. 반대로, 성우 경력을 이어오면서 어려우셨던 점이 있을까요?


제가 영화도 해보고, 연극도 해봤는데 성우 쪽이 가장 예민해요. 성우는 캐릭터의 감정을 얼굴이나 몸짓이 아닌 목소리에 모두 담아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성난 눈빛으로 바라보며’라는 지문이 나오면 목소리의 톤이나 호흡, 어미 처리 등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해요. 말로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디테일이 중요하죠. 성우를 시작할 당시에는 이런 부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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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시사* 당시에 어떤 배역을 연기하다가 대사가 영상 속 배우의 입과 잘 안 맞은 적이 있어요.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대사가 너무 익숙해져서 배우의 입보다 대사가 빨리 나와버린 거죠. 실제 녹음 현장에서는 상대 성우와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변수가 있는데 혼자서만 너무 연습을 많이 했던 거예요. 지금은 경험을 통해서 여유가 조금 더 생겼지만 그 과정까지 쉽지는 않았어요. 

(*시사(示唆): 음성 녹음 전 미리 영상을 보며 입 길이를 맞추거나 캐릭터 분석을 하는 작업 등을 말한다.)



Q5. 게임 캐릭터 녹음이 애니메이션/더빙 녹음과 다르다고 느끼시는 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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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녹음이나 게임 녹음 둘 모두 제작진분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서 캐릭터를 잡아나가요. 로스트아크의 경우에도 캐릭터와 관련된 배경이나 성격, 스타일을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녹음을 진행했어요. 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반드시 협업을 통해서만 진행되는 일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게임은 대사는 물론이고 효과음까지 연기한다는 점이에요. 캐릭터가 맞는 소리를 강도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내야 하고, 죽는 소리도 연기하고, 기합을 넣는 등 다양한 호흡과 연기를 해야 해서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되죠. 또 다른 분들의 녹음이 연이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제게 주어진 녹음 시간에 맞춰 제작진들이 원하는 연기를 빠르게 캐치하고 적용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Q6. 로스트아크 캐릭터 녹음 중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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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게임 녹음 방식들은 큰 차이가 없이 비슷해요. 근데 로스트아크는 특히 날 귀찮게 해.(웃음) 다른 게임에 비해 담당자분들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더 열정적인 것 같아요. 저를 잘 사용하신다고 해야 되나.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담당자분들과 더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또 있다면 자꾸 노래를 시킨다는 거? 로스트아크에서는 대사 연기도 연기지만 자꾸 노래를 하게 돼요. (웃음) 베르베로가 부르는 <그대 기억하나요?>의 경우 제가 기존에 부르던 노래들이랑 톤도 다르고, 특히 가사가 파푸니카 언어로 되어 있어서 외우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차에서 수십 번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외웠는데도 녹음할 때 가사가 한 글자씩 틀리기도 하고. 그래도 로스트아크는 게임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중요하니까 열심히 노력했죠.



Q7. 연기하신 로스트아크 캐릭터 중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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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비밀 주점’ 이벤트의 바훈투르> 


인기와 악명이 공존하는 바훈투르! 저도 로스트아크를 했었는데, 같이 하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너는 재련하다가 잘 되나 보자”라고 말하곤 했던 게 기억나요. 유저들이 바훈투르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글들도 많이 봤어요. 로스트아크 캐릭터는 대부분 다 아름답고 멋있는 캐릭터들이 많은데 바훈투르가 까불거리는 면도 있고 캐릭터성이 강해서 저도 기억에 남고 유저들도 특별히 기억해 주시는 것 같아요.


창천 비무제 해설자의 경우에는 녹음을 하면서 특별히 힘든 경험이 있어서 인상에 남아요. 아무래도 축제 해설자다 보니까 계속 소리를 지르면서 대사를 해야 했죠. 처음엔 톤을 잘못 잡았나 후회하기도 하고.(웃음) 하이톤으로 소리를 너무 많이 지르다 보니 머리도 지끈거리고, 녹음실에서 나올 때 땀에 푹 젖어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Q8. 지난 12월에 LOA ON에서 보여주신 공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유저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요. 성우가 아닌 뮤지컬 배우/가수로서 무대를 서는 일은 드물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LOA ON – 로맨틱 웨폰(Musical Ver.) 공연> 


공중파 음악방송처럼 카메라도 여러 대가 움직이고 두 곡을 같이 녹화하다 보니 낯설기도 하고 어색한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저는 어떤 작업이든 할 때 재미있게 하는 걸 추구해요. 긴장하면 잘 될 것도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녹화를 진행한 스태프분들과 함께 즐겁게 작업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당일 현장에서는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좋았어요. 




<LOA ON - 그대 기억 하나요? 공연>  


<그대 기억하나요?>의 경우에는 우쿨렐레를 들고 노래를 해야 한다는 디렉팅을 받고 사실 당황했었어요. 우쿨렐레는 처음 연주해 보는 거였는데, 능숙하고 여유 있게 연주하는 베르베로 캐릭터의 모습과 다르게 보이고 싶지 않았죠. 성우 연기와는 다르다 보니까 목소리 연습을 할 때보다도 시간을 많이 들었어요. 말은 대충 한다고 했지만(웃음) 제 스스로가 납득할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Q8. 로스트아크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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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들···아니 형님들! 가디언 토벌 초보자들도 사랑으로 감싸주세요!” 


저는 게임 캐릭터 성우를 맡으면 직접 그 게임을 플레이하는 편이에요. 여러 게임에서 성우를 맡다 보니 다양한 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로스트아크에 애착이 가요.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  로스트아크는 계속 발전해나가는 게임이라고 느껴요. 유저들과 계속 소통하고 비전을 제시해 주니까. ‘빛강선’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콘텐츠도 계속 추가되는데 저 같은 아저씨들에게는 전부 다 즐기기 조금 어렵긴 하지만(웃음) 


캐릭터를 연기하는 성우이자 동시에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는 모험가로서 유저분들께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일명 고인물 형들! 답답한 거 알지만 가디언 토벌하는 초보자들도 품어주시기 바랍니다. 토벌 공략 동영상 보고 오라고 하시지만, 저도 열심히 보고 가는데 마음처럼 잘 안됩니다. 처음 하는 유저들도, 저처럼 나이가 많은 유저들도 게임을 하며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도록 사랑으로 감싸주세요!


 


EDITOR's COMMENT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 RPG가 개발하고 2018년 11월 7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블록버스터 핵앤슬래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총 개발 기간 약 7년, 약 1,000억 원을 투자한 대작 PC MMORPG 게임으로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과 독특한 전투 시스템(트라이포드)으로 몰이사냥의 쾌감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수 35만 명을 기록했으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세계관, 이용자들의 행동에 따라 환경요소가 변하는 인게임 연출과 시네마틱 요소가 적용된 던전 등 다양한 재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주요 수상 이력으로 2019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 2018 G-RANK 서울 대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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